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이 올 여름 관객들을 만족시킬 전망이다. 2029년 혼돈의 미래, 조직의 임무와 인간의 길 사이에서 갈등한 인간병기는 과연 어떤 운명을 선택할까.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는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와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인랑'은 일본 오시이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으로 사랑받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매번 신선한 도전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 감독은 이번엔 가까운 미래인 2029년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날 김지운 감독은 "마니아들의 추앙을 받는 원작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컸다. 원작의 아우라를 한국 배경으로 실사화했을 때 어떤 것들을 구현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다. 강화복, 지하수로, 빨간망토, 음악, 기관총 등 여러가지 끌고 들어온 것들이 있다. 전개도 원작과 비슷하게 가되 조금씩 새로운 캐릭터를 들여놔 긴장감을 더했다"고 밝혔다.

이어 캐스팅에 대해서는 "특기대의 신체적인 조건이 있으니까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피사체가 필요했고 이런 그림같은 얼굴들을 캐스팅하게 됐다. 잘생긴 것뿐 아니라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들의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배우들에게 끊임없이 캐릭터를 생각하고 긴장을 놓지 않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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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으로 분한 강동원은 강도 높은 액션부터 내밀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 전반을 책임졌다. 강화복 뒤에 숨겨진 임중경의 인간적인 고뇌 등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의 파고는 강동원의 깊은 눈빛과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강동원은 "우선 이런 표현을 잘 안 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연기자로서 답답할 때가 있다. 욕심이 나도 내려놔야하니까. 제가 어쨌든 극을 끌고나가는 느낌이라 묵묵히 연기했다"며 "강화복 액션은 액션신 중에서 제일 힘든 장면이었다. 너무 춥기도 했고 강화복 무게만 30kg라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며 "너무 무거워서 만드신 분한테 가서 원래 이렇게 무겁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돈을 좀 더 쓰면 가볍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미국처럼 제작비가 많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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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경을 뒤흔드는 이윤희를 열연한 한효주는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에 가장 어려웠다"며 배우로서 느낀 부담감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갈등이 많은 캐릭터라 이 캐릭터의 아픔의 깊이가 얼마만큼인지 상상하면서 매신마다 열심히 촬영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낀 부담감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 역의 정우성은 냉혹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했다. 정우성은 "강화복이 무겁긴 한데. 강화복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파워풀한 이미지를 내기 위해 몸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동원도 워낙 날렵해서 좋은 호흡이 나올 수 있었다. 고된 촬영이었지만 강화복이 가진 강렬한 무게감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특기대 해체를 주도하는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의 김무열, 섹트 대원 구미경 역의 한예리, 특기대원 김철진 역의 최민호가 각각 개성 있는 연기로 빈틈없는 전개를 꾸렸다. 특히 김무열은 "개인적으로 한국인들이 총들고 액션신을 하는 게 항상 어딘가 어색했는데 '인랑'은 좀 달랐다. 총기액션이 거부감 없이 멋있게 보였던 것 같다. 관객 분들도 만족하실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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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캐릭터의 감정까지 극대화시킨 '인랑'만의 독특한 무대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전망이다. '인랑'의 배경은 2029년이지만 최첨단의 미래상보다는 통일을 앞둔 혼돈기로 인해 오히려 과거로 돌아간 듯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무채색의 배경과 컬러풀한 조명으로 담아내며 익숙한 듯 이질적인 느낌을 끌어올렸다. 특히 '인랑'의 주요 공간인 지하 수로가 인상적이다. 깊고 거대한 미로처럼 보이는 지하수로는 독특한 골격을 바탕으로 인물들과 어우러져 김지운 감독 특유의 미쟝센과 스타일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원작자 오시이 마모루가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의 대가이지 않나. 저도 원작의 모호하고 어두운 세계, 허무주의를 좋아하긴 했지만 실사화했을 때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어두운 배경에 각종 화기와 조명,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했다. 색보정을 통해 미래의 무드를 내려고 했다"며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친구가 있고 한 여자가 있고 스승 또는 아버지같은 존재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변화에 집중하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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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원작 팬들은 엔딩에 대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한국적으로 재해석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저는 그동안 신파랑은 거리가 멀었다. 이걸로 올드한 신파라고 하면 좀 속상할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주제들이 있지 않나. 인류애, 휴머니즘, 사랑 이런 것들은 우리가 로봇이 아닌 이상 계속 가지고 가는 것들이다. 그 주제를 어떤 스타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사랑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인랑'을 통해서 프랜차이즈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활로를 뚫어보고 싶었다. 이 영화의 주제 중에 애국심이란 것도 있다. 좋은 외화들에 맞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 '인랑'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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