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CGV아트하우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이창동 감독의 새 뮤즈, 파격 노출, 칸 영화제 초청. 이 모든 키워드가 가리키는 주인공은 놀랍게도 ‘생초짜’ 신예다. 배우로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첫발을 내딛은 배우 전종서의 인생은 최근 몇 달 새 180도로 바뀌었다. 최근 스포츠한국과 만난 전종서는 밝게 상기된 얼굴로 “아직도 모든 게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버닝’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비평가연맹상, 벌칸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창동 감독이 오디션으로 발굴한 신예 전종서는 미스터리한 사연의 해미로 분해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기적 같은 일의 연속이에요. 칸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이창동 감독님은 레드카펫이 ‘버닝’에 비유하자면 비닐하우스 같다고 하셨어요. 화려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 근데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이 수많은 카메라와 플래시가 의미하는 게 뭘까. 어렵게 생각하자면 한없이 어려워지는 순간이었죠.”

사진=CGV아트하우스
전종서는 종수(유아인)의 어릴 적 친구로, 뭐든 믿으면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해미를 연기했다. 해미는 앞서 오디션 공고가 났던 때부터 뜨거운 이슈를 모았던 배역이다. 이창동 감독의 ‘시’ 이후 8년 만의 신작 여주인공이라는 타이틀에 최고 수위의 노출신까지 요구됐기 때문이다. 전종서는 6~7번의 오디션 끝에 이창동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낙점됐다.

“회사에 자리 잡고 3일 만에 본 오디션이라 큰 기대는 없었어요. 이창동 감독님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고요. 그전에 ‘오아시스’, ‘밀양’, ‘박하사탕’은 봤지만 감독님과 잘 연결이 안 됐던 것 같아요. 오디션 때 기억은 생생해요. 드라마 ‘케세라세라’ 정유미 선배님의 대사를 읊었어요. 시적인 대사였는데 구질구질하지만 순수한 정서가 공감됐었죠.”

앞서 문소리, 전도연, 윤정희 등 여배우들과 작업한 이창동 감독의 안목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전종서는 유아인, 스티븐연 등 출중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지지 않는 존재감과 자유분방한 연기력으로 한국영화계의 귀한 발견이라는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신인으로서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베드신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며 소신을 밝혔다.

“영화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영화 전체를 보면 그 장면이 단순히 노출로만 다가오진 않아요. 노출신이 상업화된다 해도 그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스스로 납득 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반나체로 춤추는 신은 참 좋았어요. 아름다운 것과 슬픈 것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걸 추구한다는 것. 그런 표현이 잘 담긴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사진=CGV아트하우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미스터리한 은유를 영화적으로 구현해, 극장을 나설 때까지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다. 저마다 다른 해석과 감상으로 또 한 번의 재미를 주는 작품인 셈. 전종서는 “‘어린왕자’를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봤던 ‘어린왕자’가 어른이 돼서 다시 읽으면 다른 느낌이잖아요. ‘버닝’은 딱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같아요. 처음엔 제목이 왜 ‘버닝’일까 생각했어요. 타들어가는 종수의 담배일까. 고양이는 뭐고, 우물은 뭘까. 모든 게 수수께끼죠. 수수께끼 그 자체가 영화의 메시지라고 봐요. 요즘 청춘들은 다들 화나 있잖아요. 저만해도 영화를 찍기 전에 화나 있었어요. 연기가 하고 싶은데 일이 잘 안 풀리니까 답답했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청춘들은 모두 그런 시기를 한 번쯤 겪잖아요. 세상은 점점 세련되고 멋있어지지만 밥값도 같이 오르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퇴보하죠. 그 괴리에서 오는 미스터리, 분노, 억울함은 모두가 느낄 거예요. ‘버닝’이 그런 면에서 공감을 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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