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사랑을 그리다’서 정통 사극 선보여

시청률 5% 돌파…“주상욱 덕” 겸손

“배우로서 많이 공부해야 하는 애송이”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윤소영 기자] 윤시윤은 욕심쟁이다. 2016년 1월 귀신 잡는 해병대에서 본업으로 돌아온 그는 첫 사극 ‘마녀보감’을 시작으로 단막극 ‘세가지색 판타지-생동성 연애’, 시트콤 ‘최고의 한방’ 등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 와중에 KBS ‘1박 2일 시즌3’로 예능 캐릭터도 확실히 굳혔고 음원 시장까지 손을 뻗쳐 발라드곡 ‘봄을 닮은 너’를 발표했다.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등) 종영 후 잠시 숨을 고르는 윤시윤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직전에도 곧 이을 차기작 얘기가 오갔다. 그렇지만 그를 그저 ‘다작 배우’라 말한다면 앞장서서 말리고 싶다. 윤시윤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청년 배우도 드물다.

“일하는 게 좋아요. 쉬려고도 해보고 했는데 저는 그냥 연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매번 이 얘기할 때마다 그러는데 비교하는 대상이 (정)준영이거든요. 준영이 보면 욜로, 히피 그런 느낌인데 생각보다 성실하게 생활해요. 그런데 저는 적당히 쉬고 일하는 게 좋아요. 그러는 게 스스로도 행복하고 그렇게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

윤시윤은 ‘대군’에서 절세미녀 성자현(진세연)을 두고 형 이강(주상욱)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이휘로 분했다. 시와 그림, 서체에 능한 조선 최고의 신랑감 이휘는 안평대군을 모티프로 한 인물. 사실 이휘는 윤시윤에게 의미 있는 캐릭터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연기력을 입증한 그였지만 정통 사극은 데뷔 10년차에 겪는 새로운 시험대였다.

“마음대로 해선 안돼요. 어른들은 특히나 조선시대 역사를 즐기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역사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거기에 있어선 공부를 많이 하려 했는데 안평대군에 대한 기록은 한 줄이더라고요. 그런 거에 대해선 자유로울 수 있었죠. 초반엔 정말 신에 집중하려 했고 후반부에는 제한된 수준에서 감정을 조절하려 했어요.”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실한 노력 덕분일까. 지난 3월 시청률 2.5%로 시작한 ‘대군’은 입소문을 타더니 3~4%대를 지나 5.6%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동시간대 JTBC가 ‘미스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막강한 공세를 연이어 펼쳤지만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4% 넘었을 땐 축제였죠. 기쁘다 이런 걸 떠나서 감사하다가 컸어요. 좋았던 건 상당히 믿어주고 지원을 많이 해줬어요. 격려도 계속 해주고 촬영 끝나고 보면 격려 문자 오고 매회 기가 살아서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웃음). 채널A에서도 드라마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애들도 오디션을 하는데 가서 개국공신이 되거라, 이성계가 되거라 했어요.”

흡사 ‘다윗의 기적’에서 윤시윤은 “시청률 5%는 주상욱이 했고 나는 조용히 대본만 봤다”며 공로를 돌렸다. 이미 그는 스물다섯에 시청률 49.3%(제빵왕 김탁구)를 찍으며 역사에 남을만한 기록을 세운 ‘레전드’다. 지나친 겸손 아니냐 되물으니 “난 겸손한 게 아니라 주제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아직도 탁구예요. 지금 ‘대군’이 잘됐다고 제가 뭐 그건 아니고 아직까진 올라가야 하고 부족해요. 윤시윤이라는 배우와 해보고 싶다고 업계에서 인정해준다면 올라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애송이가 이제 이거 하나만큼은 꿈꿔보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춰보고 싶다는 꿈. 누군가와 같이 앙상블을 맞춰서 열심히 하는 게 현실인 거 같아요.”

윤시윤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배우로서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윤시윤에게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면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는 매뉴얼. 윤시윤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려주는 건 일부고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돌아보지 않으면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뉴얼이 있어야 해요. 점점 거듭될수록 저를 채찍질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 거예요. 잘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게 필요한데 철저한 자기 검열이 없으면 제가 도태되고 아무도 나를 안 쓰는 못난 모습으로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해요. 주변에선 너무 냉정하다고 하는데 배우로선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윤시윤은 바쁘다. 매주 금요일 KBS ‘1박 2일 시즌3’ 녹화를 떠나고 오는 23일에는 ‘대군’ 팀과 포상휴가 차 베트남 다낭으로 향한다. 그리고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영화 ‘사적인 그녀’ 등 쌓여있는 대본과 시놉시스가 수두룩하다.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지라 일 이야기에 행복한 그다. 이만 하면 욕심쟁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몇 개월 동안 즐거웠어요. ‘대군’에서 휘는 제가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으로 실컷 살 수 있었어요. 저는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기회가 오면 감사하게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이런 모습을 가지고 하면 되겠다가 용기인 거 같아요. 보통 다른 배우들은 느와르, 액션을 해보고 싶어 하는데 저는 선한 영향력으로 사람들을 아우르는 사람을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어요. 그런 멋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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