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 '곤지암'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충무로 관계자들 관심 한몸에

'곤지암' 박지현, 사진=김봉진기자 view@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똑 부러져 보이면서 단아한 외모가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전국 260만 관객을 넘어선 공포물 ‘곤지암’(감독 정범식,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으로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배우 박지현은 명문대(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재학생이란 스펙에 맞게 지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새얼굴이었다.

이지적인 인상은 예술적 감성을 관장하는 우뇌보다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가 더 발달했을 것만 같은 추측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좌뇌 못지않게 우뇌도 발달한 ‘천생 배우’였다. 영민한 머리에 풍부한 감성, 뜨거운 열정이 어우러져 신인답지 않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상암동 스포츠한국 편집국을 방문한 박지현은 "배우보다 아나운서 느낌이다"는 첫인상을 이야기하자 배우가 된 사연을 차분하게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역할극에 출연했는데 연기를 하는 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막연히 연기는 하고 싶은데 배우가 될 자신은 없었어요. 고향도 강원도 춘천여서 어떻게 해야 배우가 되는지 방법을 잘 몰랐고요. 부모님도 일단 대학부터 들어가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셔서 현실과 타협해 공부를 해서 될 수 있는 아니운서를 꿈꿨어요.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서도 도무지 배우를 향한 꿈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부모님에게 이런 마음을 전했는데 다행히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해보고 싶은 것 하라며 허락해주셨어요. 곧장 연기학원으로 달려가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박지현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곤지암’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CNN에서 선정한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섬뜩한 일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공포물. 박지현은 영화 후반부 빙의 연기로 오싹한 공포를 제대로 선사하는 지현 역을 맡았다. 흥행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하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화제를 모을 걸 알았지만 흥행이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관객이 어디까지 들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런데 이젠 뭘 더 바란다는 게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모든 관객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요즘 길거리를 다니면 알아보는 분들이 생겼어요. 전혀 꾸미지 않았는데도 빙의 연기를 언급하며 아는 척해주셔 정말 신기했어요.”

'곤지암' 박지현, 사진=김봉진기자 view@hankooki.com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무려 20kg을 감량할 정도로 강단 있는 박지현은 원래 두려움이 없는 담대한 성격의 소유자. 공포 영화를 볼 때 무서워하거나 후유증을 겪는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동료 남자배우들도 긴장했던 '곤지암' 정신병원 촬영장 세트가 마치 놀이터 같았단다.

“어렸을 때부터 원래 겁이 없었어요. 주위에서 사내 아이 같다 보이시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죠. 평소 학교에 갈 때 화장을 하거나 치마를 입고 하이힐은 신는 일은 거의 없어요. 맨얼굴에 청바지 입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곤 하죠. 제가 촬영장이 무섭지 않았던 이유는 성격보다 귀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에요. 빙의 장면 연기 후 후유증이 없냐고 많이 물으시는데 귀신의 존재를 안 믿으니 무서울 게 없었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오싹하게 만들어 놓은 세트장에 가도 아무런 감흥이 없더라고요.(웃음) 빙의 장면은 오디션 때 준비한 걸 그대로 한 건데 감독님 말씀으로는 그때 연기가 좋아 절 캐스팅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들도 무서웠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정말 좋네요.”

박지현은 ‘곤지암’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충무로 영화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박지현의 소속사는 지성 이준기 천우희 문근영 신세경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중견 기획사 나무엑터스. 소속사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신인으로 알려진 박지현은 영화 흥행으로 들뜰 법도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화가 잘 됐다고 배우로서 제 상황이 갑자기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곤지암'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하지만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기뻐요. 가족들이 영화가 잘돼 정말 좋아하세요. 연기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부모님에게 뭔가를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하네요. ‘곤지암’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흥행도 있지만 의지할 만한 좋은 동료들을 만난 거예요. 특히 여자출연자 오아연 문예원 언니와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촬영 끝난 후 (문)예원 언니와 함께 해외여행도 다녀 왔어요.”

박지현은 ‘곤지암’ 이전에도 영화 ‘반드시 잡는다’ ‘컨트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연기를 시작한 후 5년 동안 해오던 대로 반짝 스타를 꿈꾸기보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갈 각오다. 박지현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의외로 소박한 답을 내놓았다.

'곤지암' 박지현, 사진=김봉진기자 view@hankooki.com
“밝은 에너지를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제까지 해본 것보다 안 해본 게 많기 때문에 역할을 가릴 입장이 아니에요. 정말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제까지 어두운 연기를 자주 했어요. 출연한 작품마다 피칠갑을 해야만 했거든요. 그래서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도 좋죠. 그러나 그보다 전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관객들을 웃겨 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의외라고요? 잘할 자신이 있어요. 맡겨만 주세요(웃음)”

'곤지암' 박지현, 사진=김봉진기자 view@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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