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이 개봉한다. 사진=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오연서가 빠진 건 박해진의 매력일까, 아니면 트랩일까.

14일 개봉한 ‘치즈인더트랩’은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선배 유정(박해진)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여대생 홍설(오연서)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릴러로, 누적 조회수 11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지난 2016년 tvN 드라마로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여주인공 홍설(오연서)은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다. 집에 손을 벌리는 대신 장학금을 타고, 고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모자란 학업비를 충당한다. 반면 그에게 다가온 유정(박해진)은 백마 탄 왕자님에 가깝다. 외모, 집안, 경제력 등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은 물론 이 같은 스펙을 과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상 유정은 그리 간단한 캐릭터가 아니다. 좋은 평판을 이용해 눈엣가시 같은 이들을 교묘히 처리하곤 한다. 바로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비껴간, ‘치인트’의 매력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유정의 이중적인 면모, 이 같은 사실을 유일하게 꿰뚫어 본 홍설의 의심이 교차되면서 달콤한 로맨스 속에서도 묘한 긴장의 끈을 팽팽히 잡아당긴다.

이 같은 매력적인 골격 덕분에 ‘치인트’는 원작인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 가공된 이후에도 큰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면 영화로 재탄생한 ‘치인트’는 어떨까. 일단 높은 싱크로율에서 오는 만족감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유정 역의 박해진은 두 번째 연기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였다. 달달하다가도 섬뜩하고, 완벽한 것 같지만 어딘가 수상한 박해진표 유정은 평범한 캠퍼스 청춘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치인트'를 만들었다. 박해진은 복잡미묘한 유정 캐릭터의 내면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 편안한 연기로 표현해 달콤, 살벌함을 흩뿌렸다.

드라마와 차별점이라면 로맨스보다 스릴러 요소에 무게를 둔 전개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일부 설정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로맨스릴러’라는 ‘치인트’ 고유의 장르에 강박적으로 묶여버린 탓에 다소 무리수를 둔 폭력적인 설정들이 등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홍설을 스토킹하는 오영곤(오종혁)과 늦은 밤 여성들을 노리는 ‘빨간 벽돌’ 등을 중심으로 한 사건이 비중있게 다뤄지며 위기 상황을 극대화한다. ‘빨간 벽돌’에게 폭행 당해 피투성이가 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홍설을 스토킹하는 오영곤은 완력을 이용해 여성을 제압하고 몰래카메라가 숨겨진 안경을 끼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농락한다.

심지어 끔찍한 강력 사건들이 벌어진 뒤에도 속시원히 해결되거나 경각심을 일깨울 만한 마무리는커녕 유정-홍설의 로맨스로 황급히 덮이고 만다. ‘치인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캐릭터쇼 역시 116분에 온전히 담기엔 무리였다. 유정의 과거를 아는 백인호(박기웅)-백인하(유인영) 남매의 아픔과 성장, 권은택(김현진)-장보라(박산다라) 커플의 풋풋한 로맨스 등 따로 놓고 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면면이 겉돌고 끝나버린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스크린에 펼쳐진 ‘치인트’만의 매력은 부정할 수 없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캐릭터 싱크로율, 젊은 기운으로 빛나는 예쁜 청춘들로 성큼 다가온 봄을 미리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는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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