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골든슬럼버'의 주인공 건우(강동원)는 고객들의 쓰레기까지 버려주고 동료 택배 기사의 물건도 대신 배달해 줄 정도로 착하게 사는 택배기사다. 어느 날 한 유명 연예인을 스토킹 현장에서 구해내며 모범 시민상을 받으며 뉴스에 나온 유명인사다.

어느날 갑자기 연락을 한 고교 밴드시절 친구 무열(윤계상)을 만나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줄려는 순간 무열은 “네가 대통령 후보 암살범이야"라는 말과 함께 "절대 아무도 믿지 말라"며 건우의 트럭을 몰고 사라진다. 건우가 있던 광화문 한복판에서 갑작스러운 차량 폭발이 발생하고 유력 대선 후보는 해당 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순식간에 자신을 쫓는 국가 요원들을 피해 달리고 또 달리며 도망쳐 보지만 한 명의 소시민이 기댈 곳은 거의 없다. 목숨에 위협을 받은 건우는 무열이 사라지기 전 주고 간 연락처에 황급하게 연락을 하고 전직 요원 민씨(김의성)는 건우를 도와 그를 도주시킨다. 거대한 음모 속에 건우의 도주는 계속 되고 해당 사건을 기획한 국가 기관은 건우의 대학 시절 밴드부 친구인 동규(김대명), 금철(김성균), 선영(한효주)의 주위를 옥죄며 건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엄청난 살인 누명을 쓰고 최정예의 요원에게 쫓겨야 하는 건우, 여러 위기 상황 속에 전직 요원 민씨의 도움도 큰 힘이 되지만 그를 지탱해 주는 것은 여전히 그를 믿어주는 옛 친구들과 그들과 함께 모여 다시 음악을 하겠다는 꿈이다.

극 초반부터 박진감 넘치는 광화문 대통령 후보 차량 폭발신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 '골든슬럼버'는 건우가 홍은동의 경사진 뒷골목을 숨이 턱에 차도록 내달리는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관객을 붙든다. 본격적인 추격물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려는 사이 영화는 함께 밴드를 하며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20대 초반의 그들에게는 알싸한 첫사랑의 추억도, 세상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함께 음악을 하겠다던 꿈도 존재했다. 지금은 두 쌍둥이의 아빠, 잘 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 교통 방송 리포터가 되어 현실에 젖어 살고 있는 친구들은 건우가 권력의 타겟이 되어 누명을 쓰게 되자 어떻게든 그를 구해 보고자 뭉친다.

'골든 슬럼버'의 최고 장기는 여기서 등장한다. 리얼 추격극의 긴박함과 아날로그적 정서인 우정, 첫사랑, 신뢰 등 감성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마이 제너레이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이후 10년 만에 복귀하는 노동석 감독의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치밀할 정도의 섬세함이 영화 곳곳에 숨겨진 유머와 서울 구석구석 숨겨진 골목, 지하 배수로의 로케이션에서 포착된다.

비틀즈의 '골든 슬럼버’, 신해철의 '힘을 내' 등 명곡들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영화속 현재만큼이나 중요한 과거 장면들과의 연결에 적재적소에 쓰인 O.S.T가 큰 몫을 해냈다.

7년 전 동명의 원작을 읽고 먼저 제작사에 영화화를 제안한 강동원은 '골든슬럼버'에서 이전과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였다. 강동원을 평범한 택배 기사로 보일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난제였다고 이야기한 노동석 감독의 말이 무색치 않게 강동원은 그의 뛰어난 외모와 놀라운 기럭지가 전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어수룩 하지만 꿈과 신념만은 분명한 택배기사 김건우에 완벽하게 녹아 들며 원톱 주인공 이상의 몫을 해냈다.

사람들에게 이용 당하는 순박한 청년부터 도주신과 후반부 액션신까지 놀라운 속도감과 파워로 소화해내는 강동원을 보고 있자면 평소 그의 연기력이 얼마나 과소평가 돼왔는지 느껴질 정도다. 전작 '1987'에 이어 '골든슬럼버'에서도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강동원과 첫사랑을 나누는 선영 역의 한효주는 짧은 등장에도 그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최근작에서 연달아 악역을 소화했던 김의성은 국내에도 이렇게 멋진 중년 배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절도 있는 액션신을 선보였다. 오래 세공된 보석은 어디서든 빛나는 법이다.

건우를 음해한 세력에 대한 묘사가 짧은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세지는 따로 있다. 지금 당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은 무엇인가. 영화관을 나설 때 여러 물음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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