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신원호PD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건 배우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응답하라'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그랬듯, 신원호PD의 앵글 안에서 수많은 배우들이 인생캐릭터를 만나곤 했다. 크리스탈은 “감독님의 후광을 기대한 건 사실이지만 이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크리스탈은 18일 종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김제혁(박해수)의 연인인 지호로 분해 쾌활하고 똑부러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주인공 제혁의 서사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던 만큼 신원호PD는 캐스팅 당시부터 크리스탈에게 “비중이 적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전언이다. 크리스탈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 감독님이 ‘굳이 말하자면 네가 여주인공이긴 한데 아무래도 교도소 이야기라 분량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분량에 신경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오히려 저한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극 중 임화영씨랑 저만 여자니까 나올 때마다 신선하고 임팩트도 있을 것 같았죠.”

극 중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며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한 제혁과 지호는 싸우고 화해하길 반복하는 평범한 커플이다. 조금 독특한 점이라면 여자친구인 지호의 역할이다. 지호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면모로, 제혁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하고 이끌었다.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 삶의 조력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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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에게 제혁이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준 남자에요. 정서적으로 이미 깊은 사이고, 헤어졌어도 헤어진 게 아니었죠. 그래서 제혁이 지호에게 면회에 오지 않으면 망치로 손을 부수겠다고 한 장면도 서로 잘 모르는 사이면 무서웠겠지만 지호랑 제혁이니까 이해할 수 있었어요. 거의 모든 멜로신이 현실적이라 몰입이 잘 됐죠.”

절절한 감정 연기부터 진한 키스신까지, 제혁과 지호의 로맨스는 처음부터 깊었다. 실제로 13살의 나이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지만 크리스탈은 “나이차이에 대한 온라인 반응이 오히려 의외였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정서적으로 잘 통했기 때문에 나이차이가 신경 쓰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개인적으론 굉장히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극 중 캐릭터처럼 남자 대 여자로 ‘오빠 이런 대사 실제로 하면 여자들이 싫어해요’라고 말해주곤 했어요. (박해수)오빠가 실제 성격은 참 다정하고 편안해요. 그래서 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요. 배우들끼리 촬영 끝나고 다같이 식당에 갔는데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제가 ‘오빤 이젠 슈퍼스타야, 얼굴 가리고 다녀야 될 걸?’이라고 장난치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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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중에게 크리스탈은 2009년 데뷔한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였다. 이후 ‘볼수록 애교만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 시트콤으로 연기에 시동을 걸었다.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때와 달리 혼자 카메라 앞에 서야하는 배우의 길은 외로울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의지가 된 건 함께 호흡하는 동료 배우들이었다. “제가 인복이 많아요. 작품할 때마다 좋은 인연을 얻어요. ‘감빵’ 배우들끼리 단체채팅방이 있어요. 매주 시청률 내기를 하거나 수다를 떨어요. 스무 명이 넘다보니까 알림이 끊임없이 울려요. 실제로 자주 모이기도 해요. 저번 크리스마스 이브엔 다같이 모여서 맛집도 가고 놀았어요.”

‘상속자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하백의 신부’ 등 필모그래피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 어느덧 ‘연기돌’로 불린지 7년째다. 이젠 걸그룹 출신 연기자를 넘어 배우로 인정받아야할 때다. 크리스탈은 고민과 성장을 거듭하면서 연기에 대한 열의를 확신으로 바꿔가고 있었다.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이 연기에 방해가 되나 싶어서요. 저는 감정을 못 숨겨서 나쁜 일이 생기면 얼굴에 다 드러나요. 그래서 웬만하면 힘든 일도 빨리 잊어버리는 편인데 연기하다보면 힘든 기억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선배들처럼 순식간에 몰입하고 싶은데 처음엔 카메라, 반사판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근데 연기를 놓을 수 없는 건, 매 촬영마다 가슴이 뛰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촬영이 많아도 카메라가 켜지면 심장이 쿵쾅거려요. (정)경호 오빠는 그 설렘을 절대 잊지 말라고, 그게 사라지면 연기에 무뎌지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연기할 때 심장이 뛰는 걸 즐기게 되는 날, 진짜 배우가 된 기분일 것 같아요. 그때쯤이면 대중도 저를 배우로 인정하고 사랑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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