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로 떠오른 가수이자 배우 정용화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스스로를 '더 패키지' 속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소개했지만 정용화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산마루와는 또 다른, 깊은 내면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 자신에게 꽤나 엄격한 성격이란다.

"스스로에게 만족을 못하는 편이에요. 칭찬을 들을수록 더 잘하는 스타일이고요. '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해요. 매사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래서 산마루가 부러웠어요. 연예인으로서 할 수 없는 패키지 여행까지 가서 운명의 여자를 만나고. '더 패키지' 하면서 충분히 대리만족도 했어요. 사실 국내에서 촬영하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으니 촬영 외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촬영할 때만 집중하면 되니까, 산마루 그 자체로 지냈어요. 행복했죠."

배우 정용화이자 그룹 '씨엔블루' 리더 정용화다.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성격이 다른 멤버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었을까. "너무 열심히 하면 화를 부르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주변 말도 잘 들어야 하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다른 멤버들에게 제 말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친구들보다 잘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리더로서 팀을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해왔어요. '아, 저 사람 리던데 나보다 못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바로 불신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 순간 저는 '리더'가 아닌 '꼰대'인 거 고요. 그렇게 되기 싫어서 시간을 많이 써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 스물 아홉, 서른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설렌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긴 하는데 그냥 설레요. 제가 수능 보고 채점까지 다 하고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왔거든요.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복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옛날에는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지금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지금 제 연차에 아직 스물 아홉 살이고, 영화도 개봉했고 투어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예능 프로에도 나오고.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30대가 돼도 여전히 좋을 것 같아요."

정용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정용화는 한 인터뷰에서 "20대는 30대를 위해 내려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30대를 위해 20대를 희생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30대에 하고 싶은 일이 도대체 뭐길래 20대를 '내려놨다'고 표현했을까.

"연예인 인기라는 게 거품처럼 생겼다가 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언제까지 잘 될 것 같지만 아닌 순간이 와요. 저 같은 경우는 데뷔하자마자 너무 잘 된 케이스죠. 2009년에 '미남이시네요'가 터졌을 때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다. 뜨거운 순간을 지나치게 즐기다가 인기가 떨어지는 걸 느끼는 순간 멘탈이 약해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다시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 순간의 뜨거움을 얻을 순 없죠. 그래서 스무 살 때부터 '길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이 습관이 된 거죠.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잘 안돼도 '난 망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내가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구나'로 바뀌더라고요. 제 30대가 더 기대 돼요. 20대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인생 제 방식으로 설계하기 위해 노력한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씨엔블루 멤버 강민혁 또한 정용화와 비슷한 말을 했다. 혹시 알고 있는지 물으니 "리더를 잘 만나서 그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인터뷰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거의 세뇌예요. 제가 멤버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거든요. 씨엔블루도 데뷔하자마자 너무 핫했어요. 그때부터 얘기했죠. '이게 영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면 우린 뭘 할 수 있겠냐. 어쨌든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그래서 저희는 그 순간을 만끽하지 않았어요. 상황에 감사하면서 발버둥 치지 말고 쭉 가자. 멤버들한테도 세뇌가 됐을 거예요. 지금도 보면 그런 얘기해요. '야, 오래 안 가. 영원한 건 절대 없어(웃음).'

정용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그의 30대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용화는 예의 그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 있다"고 답했다. "'한 방 터뜨리고 군대 가야지' 이런 생각은 틀렸다고 봐요. 군대 갔다와서도 활동할 수 있는 자신, 확신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걱정은 없죠. 그보다 저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씨엔블루 문제라든지) 시기를 조율 중일 뿐이에요. '조금만 더, 하나만 더'라는 마인드로는 안 되죠. 가야 되니까 가는 거고요. 아, 늦게 병역의 의무를 하는 것에 대한 죄송함은 있습니다."

유쾌하지만 대화를 할수록 드러나는 정용화의 진중함에 '애어른?'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요즘 워너원이나 후배 남자 아이돌 그룹을 보면 부럽더라고요. 그 젊음이 너무 부러워요. 길 지나가다 교복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 보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꺄르르' 웃고 있더라고요. 낙엽만 봐도 웃을 나이인가? 그럴 때 보면 '내가 때가 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부럽죠. 아, 이거 좀 아닌가요? 남은 20대, 한 달 동안 즐기겠습니다(웃음)."

아직 입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느덧 20대를 마무리하고 30대의 정용화를 마주해야할 때가 왔다. 그의 현재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달 후의 정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 못 보여드렸던 모습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입대 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그냥 평소처럼 지내다 (군대) 갈 것 같네요. '더 패키지' 하고 나서 드라마 자체를 칭찬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잘 보고 있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드라마 그 자체가 좋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산마루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아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인터뷰도 오랜만에 했는데 너무 재밌네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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