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만족을 못하는 편이에요. 칭찬을 들을수록 더 잘하는 스타일이고요. '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해요. 매사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래서 산마루가 부러웠어요. 연예인으로서 할 수 없는 패키지 여행까지 가서 운명의 여자를 만나고. '더 패키지' 하면서 충분히 대리만족도 했어요. 사실 국내에서 촬영하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으니 촬영 외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촬영할 때만 집중하면 되니까, 산마루 그 자체로 지냈어요. 행복했죠."
배우 정용화이자 그룹 '씨엔블루' 리더 정용화다.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성격이 다른 멤버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었을까. "너무 열심히 하면 화를 부르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주변 말도 잘 들어야 하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다른 멤버들에게 제 말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 친구들보다 잘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리더로서 팀을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해왔어요. '아, 저 사람 리던데 나보다 못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바로 불신으로 이어지는 거죠. 그 순간 저는 '리더'가 아닌 '꼰대'인 거 고요. 그렇게 되기 싫어서 시간을 많이 써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 스물 아홉, 서른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설렌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긴 하는데 그냥 설레요. 제가 수능 보고 채점까지 다 하고 스무 살 때 서울에 올라왔거든요.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복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옛날에는 제가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지금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지금 제 연차에 아직 스물 아홉 살이고, 영화도 개봉했고 투어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예능 프로에도 나오고. 한 해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30대가 돼도 여전히 좋을 것 같아요."
정용화는 한 인터뷰에서 "20대는 30대를 위해 내려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30대를 위해 20대를 희생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30대에 하고 싶은 일이 도대체 뭐길래 20대를 '내려놨다'고 표현했을까."연예인 인기라는 게 거품처럼 생겼다가 사라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언제까지 잘 될 것 같지만 아닌 순간이 와요. 저 같은 경우는 데뷔하자마자 너무 잘 된 케이스죠. 2009년에 '미남이시네요'가 터졌을 때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다. 뜨거운 순간을 지나치게 즐기다가 인기가 떨어지는 걸 느끼는 순간 멘탈이 약해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다시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 순간의 뜨거움을 얻을 순 없죠. 그래서 스무 살 때부터 '길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이 습관이 된 거죠.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잘 안돼도 '난 망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내가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올라가고 있구나'로 바뀌더라고요. 제 30대가 더 기대 돼요. 20대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인생 제 방식으로 설계하기 위해 노력한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씨엔블루 멤버 강민혁 또한 정용화와 비슷한 말을 했다. 혹시 알고 있는지 물으니 "리더를 잘 만나서 그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인터뷰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거의 세뇌예요. 제가 멤버들한테 항상 하는 얘기거든요. 씨엔블루도 데뷔하자마자 너무 핫했어요. 그때부터 얘기했죠. '이게 영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면 우린 뭘 할 수 있겠냐. 어쨌든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그래서 저희는 그 순간을 만끽하지 않았어요. 상황에 감사하면서 발버둥 치지 말고 쭉 가자. 멤버들한테도 세뇌가 됐을 거예요. 지금도 보면 그런 얘기해요. '야, 오래 안 가. 영원한 건 절대 없어(웃음).'
그의 30대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용화는 예의 그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 있다"고 답했다. "'한 방 터뜨리고 군대 가야지' 이런 생각은 틀렸다고 봐요. 군대 갔다와서도 활동할 수 있는 자신, 확신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걱정은 없죠. 그보다 저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씨엔블루 문제라든지) 시기를 조율 중일 뿐이에요. '조금만 더, 하나만 더'라는 마인드로는 안 되죠. 가야 되니까 가는 거고요. 아, 늦게 병역의 의무를 하는 것에 대한 죄송함은 있습니다."유쾌하지만 대화를 할수록 드러나는 정용화의 진중함에 '애어른?'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요즘 워너원이나 후배 남자 아이돌 그룹을 보면 부럽더라고요. 그 젊음이 너무 부러워요. 길 지나가다 교복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 보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꺄르르' 웃고 있더라고요. 낙엽만 봐도 웃을 나이인가? 그럴 때 보면 '내가 때가 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부럽죠. 아, 이거 좀 아닌가요? 남은 20대, 한 달 동안 즐기겠습니다(웃음)."
아직 입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어느덧 20대를 마무리하고 30대의 정용화를 마주해야할 때가 왔다. 그의 현재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달 후의 정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 못 보여드렸던 모습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입대 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그냥 평소처럼 지내다 (군대) 갈 것 같네요. '더 패키지' 하고 나서 드라마 자체를 칭찬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잘 보고 있어'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드라마 그 자체가 좋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산마루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아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인터뷰도 오랜만에 했는데 너무 재밌네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