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로 떠오른 가수이자 배우 정용화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가수, 배우부터 예능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연예인을 꼽으라면 단연 정용화를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데뷔, 남다른 꽃미모로 주목받은 데 이어 2010년 씨엔블루 데뷔곡 '외톨이야'까지 히트를 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런 그가 '삼총사'(2014)년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을 찾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예능, 가요, 드라마 세 가지 일을 하는 게 사실 많이 힘들어요. 한 분야에서도 인정받기 힘든데 완전히 분리된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게. 그래서 드라마할 때는 드라마에만 집중해요. '가수 정용화'가 아닌 '배우 정용화'가 되는 거죠. 또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나 연기한 사람이야' 이런 포장을 벗고 음악으로만 승부하죠. 예능같은 경우에는 더 리얼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하고요."

"예전에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끝내고 씨엔블루 '외톨이야'로 활동할 때 이미지 관리하고 내려놓지 못한 때가 있었어요. 흔히 '배우병'이라 하는.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편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생각해요. 각 분야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연기를 했던 가수가 아닌, 음악 잘하는 가수. 노래하는 연기자가 아닌, 연기 잘하는 배우. 사실 어렵긴 해요. 잠을 좀 덜 자는 한이 있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역량이겠죠."

오랜 고민과 각고의 노력 끝에 선택한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정용화는 JTBC '더 패키지'에서 산마루라는 딱 맞는 옷을 입었다. 호기심 많고 엉뚱하고 대책 없이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캐릭터다.

"제가 그간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항상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랑하는 여자의 뒷모습만 보면서 아파하고 혼자 끙끙 앓고(웃음). 제 성격 자체는 밝은 편이라서 산마루 같은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운명처럼 '더 패키지'가 온 거죠. 꼭 하고 싶었던 역할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대본이야 항상 열심히 봤지만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생각하며 준비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은 '내가 어떻게 하면 멋있게 보일까' 생각했다면 '더 패키지'에서는 가수 정용화의 이미지가 아닌, 진짜 마루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죠."

정용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더 패키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서로 관여하고 싶지 않아도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소통의 여정을 그린 드라마다.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탄탄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며 '인생 드라마'란 수식어를 얻었다. '드라마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아 보인다"고 묻자 정용화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색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매회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이겠고요. 주인공 위주의 스토리가 아니라 각 편마다 화자가 바뀌는 콘셉트가 독특하다고 느껴졌죠. 시청률이 조금 아쉽긴 했어요. 내심 기대했었거든요. 많은 스태프 분들이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에서 진짜 열심히 찍으셨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 스태프를 위해서라도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언제 다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매번 다른 이가 주인공이 된다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굳이 시청률과 이 웰메이드 작품을 비교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애정이 가고 가슴에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더 패키지'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큰 작품이라는 점도 시청자를 이끌었지만 정용화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도 화제가 됐다. 이연희와의 진한 키스신과 박물관 정조대를 차는 장면은 방영 직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힘들게 촬영했을 두 장면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 정조대 장면은 진짜. 실제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장면이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본 보면서 '이거 자칫 잘못하면 국가 망신이겠다' 싶었죠. 제가 표현을 잘 해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방송이 나갈 때 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A형이거든요(웃음). 한 끗 차이로 우스운 연기가 되느냐, 재밌는 장면이 되느냐가 갈리기 때문에 그 중간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정조대 장면만 갑자기 튀어나왔으면 산마루가 정말 이상한 캐릭터가 됐을 텐데 그 전부터 산마루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다행히 잘 묻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러면 안 되죠."

정용화는 이연희와의 키스신에 대한 소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답했다. 드라마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여전히 산마루의 감정에 녹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연희 누나와 키스신은 다른 감정, 다른 설정을 하는 데 신경썼어요. 계속 수위가 센 키스만 하면 "얘네 또 이래?"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매력이 있으려면 초반에 어리숙한 산마루의 모습을 보여드린 다음 남자다운 장면이 나오면 좋겠다 싶었죠. 반전 매력 같은 걸 많이 연구했어요. 엉뚱하기도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강인하기도 하고. 물론 처음 키스신 찍을 때는 '이게 맞나? 내가 지금 여기서 뽀뽀를 이렇게 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용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드라마 제목처럼 실제로 패키지 여행을 떠나본 경험도 있을까? 어린 나이부터 인기 가수로 활동해온 그이기에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중학교 때 형이랑 둘이서 일본 패키지 온천 여행을 가봤어요. 패키지 여행 만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사실 복불복이잖아요. 단체 생활이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 올 수도 있고, 그 반대여서 여행을 망칠 수도 있고. 어린 마음에 가기 전날까지 '어떤 사람들이 올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밤을 새웠어요. 사실 그게 드라마 '더 패키지'의 매력이기도 해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났기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예측할 수 없는."

프랑스에서 무려 두 달을 머물렀다. 정용화에게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장소를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몽생미셸'이란다. "밤이 되면 몽생미셸에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오후 4~5시면 가게들도 다 닫더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조금 힘들었어요. 워낙 평소에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졌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지나고 적응되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사색을 즐기는 연습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패키지 여행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몽생미셸을 갈 거예요. 진짜예요. 지루함에 익숙해져가는 매력이 있는 곳이에요. 한국에서는 다시 예전처럼 열심히 달리겠지만 가끔은 몽생미셸에서 보낸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촬영 때문에 한 달 넘게 있었으니까 아마 부인과 아이들 가이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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