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연하남’서 '서민 히어로' 변모 중인 지현우

“20대 로코 연기, 30대 더 신중해지고 고민 많아”

‘도둑놈, 도둑님’ 종영 후 ‘트루 픽션’ 개봉 기다려

지현우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윤소영 기자] ‘경계’로 설명 가능할 듯하다. 2004년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국민 연하남’에 등극한 지현우는 ‘달콤한 나의 도시’ ‘인현왕후의 남자’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그러나 2015년 김희선과 호흡한 ‘앵그리맘’ 이후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송곳’을 택한 그는 ‘원티드’ ‘도둑님, 도둑놈’ 등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최근 2년 간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룬 작품으로 ‘재발견’ ‘제2의 전성기’ 평가를 받고 있는 지현우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MBC ‘도둑놈, 도둑님’(극본 손영목 등, 연출 오경훈 등) 종영 이후 5일 간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는 그는 “6개월 동안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 부분들을 충전해 나만의 색깔을 다시 만들어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휴식을 설명했다.

“예비군 갔다 왔어요. 미루니까 5일을 나눠서 출퇴근으로 갔다 왔어요. 원래 2박 3일인데 저는 사실 2박 3일 가는 거 더 좋아하거든요. 저는 거기서 그 친구들하고 요즘 친구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재밌어요(웃음). 지금은 뭘 해야 하지 그걸 찾아야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보통 일할 땐 그러잖아요. 이번 휴가에는 내가 뭐 해야지 그러고 있다가 쉬라고 하면 멍하니 있고. 지금은 거의 집에 있어요.”

‘도둑놈, 도둑님’에서 지현우는 친일파 후손이 악행을 일삼는 사회에 반발, 밤낮이 다른 이중생활을 펼치는 변호사 겸 도둑J 장돌목을 열연했다. 극중 장돌목은 법으로 심판할 수 없는 것들을 명석한 두뇌와 민첩한 행동으로 해결하는 인물. 지현우는 장돌목을 통해 때론 통쾌한 복수로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우리가 망각한 과거를 반성케 하며 주말 안방을 재미와 감동으로 물들였다.

“잘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하면서 저희는 ‘장돌목전(傳)이다’ 할 정도로 그런 얘기를 농담 삼아 했는데 내가 만약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고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박열이 지금 현대판에 있으면 박열과 느낌이 비슷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박열’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박열도 독립운동가인데 진지하지만은 않은, 뭔가 유머러스하고 당당하면서 떳떳함 그런 모습들을 장돌목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현우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공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민 연하남’이었던 지현우는 자신의 변화에 “20대와 30대의 연기에는 깊이의 차이, 태도의 차이가 있다”고 표현했다. 2015년 우연히 받아든 ‘송곳’ 대본 이후 ‘원티드’ ‘도둑놈, 도둑님’과 개봉을 앞둔 영화 ‘트루 픽션’까지 자연스럽게 손길이 갔다. 어쨌든 배우로서 내뱉는 대사는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배치였으면 한단다.

“20대는 로코를 계속 했죠. 20대에는 1년에 두 편도 하고 영화까지 포함해서 세 편까지 한 적도 있는데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후배들한테 하는 얘기가 ‘10년은 해봐라’ 하는데 10년 동안 했던 거에 생각이 많이 바뀌는 거 같아요. 대사 한 마디에도 그냥 전혀 의미 없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그런 게 아니라 왜 썼을까, 왜 이 대사를 굳이 배치해놓았을까 생각을 하게 돼요.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도 있고 더 그런 것 같아요.”

‘송곳’에서 묵직한 카리스마를, ‘원티드’에서 예리한 형사를 선보였던 지현우는 ‘도둑놈, 도둑님’에선 무게감은 줄이고 로맨스를 더했다.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멜로도 섞여 있고 다시 로코를 하기 전 중간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그의 말처럼 극중 장돌목은 정의 실현은 물론 강소주(서현)와의 사랑도 성취해낸다. 올해로 서른넷인 지현우의 현실 연애가 문득 궁금하다.

“열정이 없어졌다 할까요. 흔히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하잖아요. 일을 하면서 느꼈는데 대본만 붙들고 있으니까 이런 상태에서 연애를 하면 이런 사람을 과연 누가 만나줄까,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간 그런 것도 있고 남성분들이 제 나이가 되면 연애를 해도 상대방 나이가 있으니까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잖아요.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는데 괜히 본인이 겁나서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 그런 지점에 있는 거 같아요.”

비록 사랑만큼은 잠정적 폐업이지만 일에 있어선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인 지현우다. 연기 와 밴드 및 솔로 활동을 병행해왔던 그는 지난달 19일 고(故) 신해철 3주기 추모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곧 신곡 소식을 들을 수 있는지 묻자 당장은 없단다. 그는 “지금은 더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들이 많은 것 같다”며 작품 활동에 기대를 당부했다.

“‘트루 픽션’은 찍어 놨어요. 개봉 시기는 안 정해졌어요. 그걸 찍고 와서 더 약간 태도가 바뀌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 같아요.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사위 그런 내용인데 감독님이 8년 전에 써놓은 작품이니까 그분이 공들인 걸 내가 연기를 엉망으로 할 순 없잖아요. 더 잘하고 싶고 뭔가 뽑아냈다 할 때 쾌감. 연기는 그런 맛인 거 같아요. 서로 호흡을 주고받고 탁구나 배드민턴처럼 잘 맞아떨어질 때 쾌감이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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