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정원' 문근영/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부산=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 그리고 신수원 감독과 강수연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상처를 입은 한 여인의 사랑과 아픔을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신수원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녹여낸 영화. 문근영과 김태훈, 서태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드라마적인 재미를 전하고,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끝까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날 신 감독은 “오래 전에 소설을 쓰면서 구상했던 소재다. 한 소설가가 상처 입은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표절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식물인간이라는 말을 쓰지 않나. 그 말이 묘하게 느껴졌다. 인터넷에서 여인의 형상을 한 나무 이미지를 본 이후로 꿈과 이상이 짓밟힌 여자가 나무로 환생하는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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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문근영은 다리에 장애를 가진 미스터리한 과학도 재연으로 등장한다. 그는 버림받고 상처를 입은 채 깊은 숲속 자기만의 공간으로 몸을 숨겨버린다. 문근영은 “재연이란 캐릭터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며 “아픔으로 인한 상처,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재연은 서로 다른 매력이 공존하는 캐릭터라고 느꼈다. 인간적인 애정일 수도 있고 배우로서 욕심이 나기도 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앞서 ‘마돈나’, ‘명왕성’ 등으로 주목받은 신 감독은 이번에도 보기 드문 소재를 판타지적인 요소와 섞어 독창적인 스토리를 선보인다. 이에 그는 “제가 만든 영화들은 루저들이 주인공인 스토리가 많다.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중심 주제는 아니지만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며 “특히 주인공 재연 역할은 배우가 소화하기에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내면적으로 강한 의지가 있는 반면 내성적이고 후반부엔 자기만의 신념에 빠져 미쳐가기도 한다. 상처는 있되 신념은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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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신 감독은 최근 불거진 영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영화제가 많이 힘들었다. 과거 정권에서 문화예술인들을 비상식적으로 분류하는 일이 있지 않았나. 어떤 식으로든 표현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 나는 운좋게 피해갔지만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를 오늘까지 키워주신 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는 영화와 관객이 주인”이라며 “앞으로 시간이 흘러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하는 한, 온전히 그들이 주인인 영화제가 지켜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대만 출신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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