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사랑한다' 왕전 역으로 카리스마 악역 '첫 사극 도전'

“이왕 할 거라면 훈남보다는 악역 쪽이 더 매력있죠”(웃음)

배우 윤종훈은 어떤 그림을 그려도 잘 어울리는 도화지같은 배우다. 수년 간의 대학로 극단 생활을 거쳐 드라마는 2013년 Mnet 음악 드라마 ‘몬스타’로 늦깎이 데뷔했지만 이후 tvN ‘미생’ ‘응급남녀’ SBS ‘사랑만할래’ MBC ‘딱 너같은 딸’ 등 매 작품마다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왔다.

최근 종영한 MBC 월화특별기획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순혈 고려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고려의 왕이 되려는 야망을 품은 왕전 역으로 극의 긴장감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 한 몫을 단단히 했다.

부드러운 인상의 그는 둥글둥글 성격도 좋아서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의 사랑을 듬뿍 받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나름의 강단과 진지함을 지닌 모습으로 돌변한다. 드라마 종영 후 첫 사극에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았다는 그를 만나보았다.

▲ 첫 사극 도전이라 긴장도 좀 했을 것 같다. 사극이라 특별히 더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분장이나 준비 기간은 확실히 오래 걸리더라. 잠깐 찍는 장면을 위해서도 고생한 스태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작년 12월부터 촬영에 돌입했는데 사극이라 많이 껴입어도 티가 안 나는 장점이 있더라.(웃음)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감독님과 상의했던 부분은 누구나 생각하는 사극 톤의 대사를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르게 보여주자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사극이어도 아버지와 대화할 때 대하사극 톤으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악역이라 망설이지는 않았나

왕전이 악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본인의 야망에 충실한 남자라고 할까. 그런데 그 출세욕에 비해 영리하진 않구나, 라는 생각은 했다.(웃음) 연기하면서는 그저 대본에 충실하게 느낌대로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지나고 보니 좀 더 역할을 못 즐긴게 아쉽긴 하다.

▲ 그래도 홀로 악역이라 촬영장에서 감정선을 잡는 부분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실 외로웠다.(웃음)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한시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하고, 가족애도 없고, 혼자 고속도로 직진을 하는데 알아주지도 않고…. 물론 연기지만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되면 외롭단 생각이 들더라.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사전 제작 드라마고 제작 기간도 꽤 길었는데 촬영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시작 전부터 주위에서 대작이라는 얘기도 많이 듣고, 작품 초반부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많았다. 다 찍고 나니 매 작품이 그렇듯 더 잘 해볼 걸 하는 마음은 든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여유있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그때 그때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수정할 부분을 수정할 수는 없으니 그런 점이 좀 아쉽긴 하다.

▲ 설렘보다 부담감이 많았나보다

중간에 잘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예를 들어 전작인 드라마 ‘미생’의 경우 모든 팀이 이전에도 같이 했던 팀이라 낯설은 느낌이 없었는데 이번엔 처음 뵙는 분들과 초반의 어색함이 있었다.

그래도 누구보다 친해져서 지금은 모두들 자주 본다. 사람들이 좋고,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잘 어우러진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직접 만나면 배우 윤종훈의 실제 분위기는 훈남에 밝고 착실한 느낌이 강한데 의외로 악역을 많이 했다.

훈남은 사실 재미없다.(웃음)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훈훈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기 때문에 훈남 역할에 별 욕심은 없다. 오히려 자신만의 강함이 있는 캐릭터에 끌리곤 한다.

▲ 또 다시 사극을 한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음…. 이번엔 조선시대로 가보고 싶다. 음모에 휘말리는 조선시대의 병약한 세자?(웃음) 뜻은 많으나 자신의 편이 없어 매일 하늘을 보며 적폐세력 청산을 머릿속으로만 그리는….그런 역할도 매력있을 것 같다.

▲ 작품이 끝나고 좀 여유가 생기면 뭘 하며 지내나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운동은 다 좋아한다. 권투도 좋아하고 액션스쿨도 다녔다. 요즘에는 서예에 빠져 있다. 어느날 갑자기 꽂혀서 꼭 배우고 싶었는데 주변에 서예학원이 없어서 겨우 찾았다. 가보니 대부분 어르신들인데 서예를 하면 나를 비워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 참 좋다.

▲ 40부작 대장정을 마치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왕의 사랑한다’는 나름대로 배우로서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좋은 연기를 하고 있나. 부끄럽지 않게 연기자 생활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저 모든 작품이 조금씩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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