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국정원 댓글부대.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블랙리스트 그리고 화이트리스트까지. 국정원 댓글부대의 실체는 무엇일까.

2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국가기관을 이용해 여론을 장악하고 조작했던 지난 9년 정권이 가진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고 책임자의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이제라도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본다.

# 서막

2017년 8월 30일, 국정원 댓글사건 발생 약 4년 8개월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수많은 의혹을 품은 채 1,724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축소 은폐에 가담한 경찰관계자들은 이후로 고속승진을 했고 수사 중 외압을 폭로한 수사과장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은 한직으로 밀려났었다. 검찰, 법원의 판단 역시 공정하지 못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거다. 권력 편에 서라. 대한민국에서 2013년 4월에 경찰수사 마무리, 이어진 검찰수사 과정은 정의에 대한 배반이다. 법에 대한 배반이고 사법절차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말했다.

늦게라도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지만 여전히 국가안보를 위한 공작 활동을 했을 뿐 선거법 위반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며 원세훈 전 원장은 현재 상고를 한 상태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될수록 수많은 의혹들은 점점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적폐들이 국가정보원이라는 비밀조직 내에서 생산되어 행해져 온 것일까?

# 또 다른 정예요원들

베일에 싸인 비밀스런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은밀히 수행했던 사람들. 그들은 매일 각종 현안에 대한 댓글과 논평을 적었고 그 내용은 주로 당시 정부 정책을 지지하거나 야당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고료로 지급되는 보수는 국민의 혈세로 수십억 원이 넘는 예산이 쓰였다.

김완 한겨레 21 기자는 "30대는 가정도 있고, 여러 가지 사회 경험이 있으니 고료를 더 많이 주고 20대는 적게 주는 것에 대한 양해를 부탁한다. 우리가 이걸 잘해서 인정받으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가 있다. 국정원으로부터"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지시를 받는 보수단체 대표가 팀장으로 있고 그 아래 민간인들이 고용된 형태의 민간 댓글 부대 알파팀, 놀라운 건 이런 댓글부대가 밝혀진 규모만 30개 팀, 48명의 외곽팀장 약3,500명의 인원이었다는 점이다. 사립대 교수부터 대기업 간부, 퇴직 국정원 직원모임인 양지회의 전직 간부까지 구성도 다양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는 무려 9,397개의 정치관련 글을 올렸으나 정치나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거는 달랐다. 2012년 8월 대선기간에 접어들자 압도적으로 선거관련 글을 게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전직 국정원 직원은 대체 왜 이런 활동을 한 것일까?

의혹은 또 있었다. 댓글부대로 활동한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전후로 해서 생겨난 보수단체 소속이었는데, 국정원과 외곽 팀 그리고 보수단체. 과연 이들의 커넥션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진=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 각하의 최종 목적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많이 망설여졌다는 배우 김규리 씨는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힘겹게 이어나갔다. 그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10년이란 시간 동안 견딜 수 없는 악플에 시달려왔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국가기관. 국민으로서 정부를 비판한 대가는 너무 가혹했다.

김규리는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다.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았고 제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다"고 털어놨다.

2010년, KBS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던 김미화 씨 역시 최근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단지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국론을 분열시키는 종북좌파 세력으로 낙인찍힌 채 배제되어 사라져야 했다.

김미화는 "저보고 좌파라더라. 저는 정말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제가 코미디언이니까 그분들과 함께 웃고 운 게 왜 죄냐"며 "저는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적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은 물론 간부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모두 배제시키라는 내용의 방송장악 문건의 실체도 드러났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정부의 입맛대로 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시도들이었다. 국가의 안보,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각종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국정원은 누구를 위해 특수한 권력을 자국민을 상대로 휘둘러왔던 것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씩 드러나는 의혹의 실체들. 그 실체가 가리키는 바, VIP에게 묻는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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