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댄디한 매력으로 사랑받는 것과 달리, 실제 이제훈은 특별히 세련된 사람은 아니다. “분당을 영어로 하면? 윈디(Windy)”. 같은 썰렁 개그가 더 어울리고, 팬들 사이에서도 과묵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이제훈이 달라졌다. 최근 그는 tvN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에서 완벽히 내려놓은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진짜 제 모습이 나갔어요. 배우로서 어느정도 신비로워야 영화를 할 수 있는데 환상을 너무 깨버린 것 같아요. 그래도 싫진 않아요. ‘삼시세끼’의 취지에 맞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다만 예전엔 '삼시세끼'에서 나온 것처럼 대충 입고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봤는데 요즘엔 다 알아보시더라고요. 이제 꾸미고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해요. 무엇보다 놀란 건 에릭, 이서진 형님의 요리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는 거예요. 남자들이 맛있는 요리도 뚝딱 만들고 살림도 척척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던데요. 저도 그런 남자가 되고 싶더라고요.”

사진=리틀빅픽처스
기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만나는 배우들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취재진의 정신을 쏙 빼놓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질문도 다큐처럼 진지하게 대답하는 부류다. 굳이 나누자면 이제훈은 후자에 가깝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감성, 기복 없이 차분한 톤의 목소리가 한몫한다. 이제훈은 “그래도 요즘은 좀 달라진 게 느껴지지 않느냐”며 머쓱하게 웃었다.

“워낙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제 스스로 ‘노잼’ 캐릭터라고 한 거고요. 예전엔 누가 꼭 말을 걸어야 입을 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낯선 사람들에게 제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해요. ‘시그널’ 때 조진웅, 김혜수 선배님이 스태프들과 시시콜콜하게 소통하는 걸 보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그전엔 연기만 신경 쓰느라 직진했는데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주연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신나게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 싶어요. 지금은 실없는 농담이라도 건네면서 같이 일하는 분들과 끊임없이 스킨십을 해요. 그런 게 나이 들수록 저를 유연하게 만들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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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을 눈여겨본 팬이라면 그가 ‘파수꾼’(2011)으로 처음 등장했던 때의 신선한 충격을 쉽게 잊기 어렵다. 당시 실제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현실적인 연기로 주목받은 그는 이후 ‘고지전’(2011), ‘건축학개론’(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박열’(2017) 등을 통해 연기력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배우로 올라섰다. 특히 ‘박열’로 235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티켓파워까지 입증했으며 21일 개봉을 앞둔 ‘아이 캔 스피크’ 역시 올 추석 최고 흥행작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좋은 작품이라서 막 흥분되고 신나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촬영 내내 예쁜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라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위안부 피해 할머님이 서른다섯 분이 남았는데 ‘아이 캔 스피크’로 많이 위로받으셨으면 해요. 또 제 또래 젊은 세대들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둘러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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