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제 매력이요? 그냥 솔직한 거죠. 지난 20년간 늘 그랬던 것 같네요.”(웃음)

이제 마흔을 갓 넘겼지만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희선은 옆집 언니처럼 거리낌 없고 털털하다. 인터뷰 때도 애써 말을 고르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툭툭 수다떨듯 얘기하는 그에게서는 미모의 비결이 ‘뒤끝없는 성격’일 것 같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1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우아한 강남 며느리 우아진 역으로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준 그는 “연기 생활 내내 재발견되고 싶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 작품을 쓴 백미경 작가가 우아진 역할을 김희선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강조했다.정말 감사한 일이다. 사실은 대본을 4회까지 보고 박복자(김선아) 역할이 너무 끌렸다. 포인트가 있으니 배우로서는 해보고 싶어 백 작가님과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작가님 말씀이 ‘뒤로 갈수록 우아진이 보일거다’라고 하시더라.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모두가 잘 되는 길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여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는 게 우아진의 매력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 실제 김희선과 우아진이 비슷한 부분이 있나?나도 아진처럼 둘째 며느리고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애엄마다. 아진과 처한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며느리의 입장, 아이 엄마의 마음, 남편에 대한 아내로서의 마음 등등이. 사실 나는 아진처럼 생각을 깊게 하고 움직이기보다 그때 그때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진이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며 대입도 해 보고 그랬다.

▲ 캐릭터를 통해 뭔가 많이 배운 느낌이 든다. 우아진을 통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걸 배웠다. 한번은 남편이랑 싸웠는데 대본을 읽다 멍해진 적이 있다. 대본 속에서 '아 아내로서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게 멋있구나'하는 걸 배우면서 싸우는 게 줄어들었다.

또 극중 윤성희(이태임) 작가와 남편의 불륜을 안 장면에서 만일 나라면 머리채 잡고 싸울텐데 아진은 조용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아진이 머리채 잡고 싸우면 멋이 없지 않나(웃음) 물론 실제 나는 안 그렇다.▲ 연기와 함께 최근작 중 미모도 가장 돋보여 화제가 됐다 타고난 건 서른까지 다 써먹은 것 같다.(웃음) 나도 내 얼굴을 보면 단점이 많이 보이지만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들려고 한다. 사실 꼼짝 않고 누워있는 걸 싫어해서 마사지도 못 받는다.

예전에 소속사 대표님이 내가 하도 피부 관리를 안 하니까 본인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서 피부과에 데리고 간 적도 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뷰티 인터뷰다(웃음) 할 말이 없다.

▲ 이번 캐릭터는 김희선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받았다어떤 배우든 그 사람을 통해 보고 싶은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황정민 씨는 영화 ‘베테랑’의 경찰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리고 설경구 씨도 ‘강철중’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배우가 너무 한 이미지에 고정돼 있는 것도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나도 사실 억척스러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시도를 하는데 그게 또 별로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어떤 게 맞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웃음)

▲ 남편 역할로 나온 배우 정상훈은 본인이 적극 추천했다고 들었다. SNL에서 보고 정상훈 씨가 안재석에 딱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일면식도 없었는데 안재석을 정말 안재석답게 해서 밉지 않은 캐릭터로 나온 것 같다. SNL에서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많이 보였는데 아니나다를까 실제로도 잘 하더라.

▲ 직접 만나 얘기해보니 역시나 정말 솔직하다는 느낌이다내게는 20년 전부터 '솔직 당당하다'는 타이틀이 있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술을 좋아하는데 사람들 앞에서 '술 못마셔요'라고 얘기한다면 나중에 대중들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나. 앞에서 거짓말하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늘 편했다. 그런 이유로 어떤 광고는 못한 적도 있지만 그런 솔직함이 광고 하나 더 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

▲ 최근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SBS '미운 우리 새끼' tvN '섬총사' 등에서도 활약이 빛났다‘미운 우리 새끼’는 시어머니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엄마가 늦둥이로 낳은 외동딸이라 어릴 적부터 늘 엄마랑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어른들과 대화하는 게 어렵지 않고 익숙하다. ‘섬총사’는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든데 재밌고 서로 정이 많이 들었다. 섬에서 조촐하게 게임하고 밥먹는 정이 있어 좋다.

▲ 이번 작품이 배우 김희선에게 좀더 특별한 이유를 꼽는다면 그동안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아마도 연기하는 동안은 계속 재발견될 것 같다.(웃음) 큰 복이다. 한번 오기도 쉽지 않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다. 사실 드라마 방송이 조금 늦어지면서 속을 좀 끓였는데 마음 아프고 난 후 이런 결과가 나와서 작품이 더 애틋하다. 다음 도약을 위해 큰 발받침 하나 얻은 느낌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