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서 조선 제일의 주먹 최칠성 역 맡아

터닝 포인트 된 작품은 '발리에서 생긴 일' 외 2작품

"황정민 선배 열정 보고 많이 배워… 송중기는 가식 없는 상남자"

"주조연 가리지 않고 영화에서 의미 있는 자취 남길 것"

'군함도'의 주연배우 소지섭 (사진제공=51K)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소지섭의 작품 선택에 급격한 변화가 감지됐던 건 할아버지 영조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는 정조로 출연했던 영화 '사도'가 시작이었다.

소지섭이 '군함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군의 태양'이나 '오 마이 비너스' 같은 미니시리즈의 남자 주인공이나 '회사원', '오직 그대만' 등 단독 주연의 영화들 위주의 작품 선택에서 뭔가 방향 전환을 택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에서 조선 제일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은 소지섭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군함도'의 출연과 관련해 그는 "여러 차례 류승완 감독 작품의 제안을 받았지만 일정이 안 맞아 번번이 거절했고 이번이 마지막 제안일 것 같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어 시나리오도 읽지 않고 출연했다"고 밝혔다.

소지섭은 멀티 캐스팅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소감에 대해 "처음엔 다른 배우들에게 기대서 갈 수도 있으니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했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다른 주연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영화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촬영 중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자들에 대한 심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걸 느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쉽지 않다. 세트 안에서 잠시 촬영하면서 그 느낌을 느꼈다면 거짓말이다. 머리 속에 상상만 가지는 거다. 비참하고 안타깝고 그런 느낌은 충분히 느껴지지만 감히 그 때 상황을 느꼈다 할 수는 없다"며 우문현답을 내놨다.

최근 몇 년 동안 배우 활동 이외에도 힙합 등 다양한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즐기면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분들도 그러실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작보고회 당시 시나리오도 안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출연을 결정한 구체적 이유가 뭔가.

▲ 예전에 류승완 감독님과 몇 번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이번 작품을 안하면 시나리오를 안주실 것 같았다.(웃음) 시나리오도 못보고 시놉시스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 군함도를 소재로 한 내용이라는 것도 몰랐다. 이번이 본능적으로 마지막일 것 같아서 출연하겟다고 했다. 나중에 군함도 이야기인 것을 보고 나서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 왜 의문을 가졌나.

▲ 과연 내가 이 영화에 필요한 사람인지, 칠성이라는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 극 중 이강옥이나 박무영에 비해 최칠성의 전사는 전무하다. 인물의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 경성 제일의 오야붕이라는 설정을 빼면 전사는 원래부터 없었다. 이유 없이 하시마 섬에 끌려가는 인물이다. 다만 류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는 정확히 있었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호랑이였는데 고독하지만 한 번 움직일 때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직진만 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존재를 원하셨다. 조선인 노무계와 싸우는 이유는 그 자리를 차지해 조선인들을 지켜 줄 수 있는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 '영화는 영화다' '오직 그대만' '회사원' 등 전작들은 전부 파트너가 있는 주연이었다면 '군함도'는 첫 멀티캐스팅 영화다. 더 좋았던 점 혹은 어려웠던 점은.

▲ 처음엔 멀티 캐스팅이 처음이라 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다른 선후배 배우들에 기대서 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해보니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더라. 다 같이 잘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거니까. 좋았던 점은 작품에 대해 감독님 한 사람하고만 상의하는게 아니라 배우들과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 모두 나이스한 분들이어서 좋았다.

- '군함도'의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 힘든 점보다 가장 많이 한 걱정은 실제 역사 속 사건과 상업영화가 결합된 작품이라는 거다. 거기서 오는 무게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배우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모두 그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촬영 처음부터 중반까지 그런 부담과 고민을 가져갔다.

- CG 위주로 촬영하기 보다는 군함도의 실제 크기를 축소한 세트에서 대부분 촬영을 했다. 당시 사람들의 고충과 아픔을 느낄 수도 있었을텐데.

▲ 그걸 느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쉽지 않다. 세트 안에서 잠시 촬영하면서 그 느낌을 느꼈다면 거짓말이다. 머리 속에 상상만 가지는 거다. 비참하고 안타깝고 그런 느낌은 느껴지지만 감히 그 때 상황을 느꼈다 할 수 있겠나. 원래 제 성격이 거짓말을 못한다. 솔직하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사실 한 마디 하는 것이 되게 조심스럽다. 어떤 이야기도 하기가 조심스럽다 농담은 당연히 못한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이기에 역사 왜곡을 해도 안되고 상업 영화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래도 역사 쪽이 더 크다. .

- '군함도'에 대해 언제 알았나. 따로 공부를 한 것이 있나.

▲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알았다. 재작년 8월에 시나리오를 받았다. 류승완 감독님과 제작사에서 어마어마한 자료를 줘서 열심히 봤다. 그 후에 '무한도전'에 군함도가 나오더라.

- 최칠성의 장면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은 단연 목욕탕 액션신이다. 엄청난 타격감도 있고 속도도 빠르다. 촬영도 쉽지 않았을 텐데.

▲ 이 정도로 반응이 셀 줄은 몰랐다. 인터뷰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 촬영할 당시는 '괜찮게 찍혔네' 정도로 생각했다. 이 장면 외에도 워낙 센 장면들이 많아서 이 장면이 부각될 줄은 몰랐다. 많이 벗고 촬영한 액션이라 그런가.(웃음) 촬영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무래도 안전이다. 또 '군함도' 첫 번째 액션이다 보니 공도 많이 들였다. 칠성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기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 목욕탕서 촬영한 장면이니 미끄럽기도 하고 위험했을 것 같다. 스턴트맨이 대신한 장면도 있나.

▲ 거의 대부분 액션신은 다 내가 찍었다. 류승완 감독님이나 정두홍 무술감독님 모두 워낙 선수들 아닌가. 액션을 워낙 많이 촬영 해보셔서 정말 잘 안다. 다칠 수 있다거나 위험한 요소를 미리 그런 커트들은 배제했다.

- 액션신에서 얼굴 타이트 샷들보다 풀샷이 더 많이 나오는데.

▲ 동물적 감각이 배제될 수 도 있기에 큰 그림으로 최칠성과 노무계의 행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유인 것 같다. 이 장면만 한달 넘게 찍었다. 거친 액션신이다 보니 아무리 약속해도 NG는 나게 마련이다. 타일신은 하루에 10초, 20초(분량)도 찍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준비 시간 오래 걸리기도 했다. 그 장면 뿐만 아니라 많은 액션신들이 모든 사람이 긴장하며 촬영했다. 폭탄 하나만 잘못 터져도 수천 만원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니 리허설을 많이 했다. 주연 배우 뿐만 아니라 조단역 배우들까지 약속된 연기를 했다. 그 분들 아니었으면 편하게 연기하기 어려웠을 거다.

- 황정민, 송중기와 호흡하며 느낀 점은.

▲ 황정민 선배한테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 분을 왜 관객들이 좋아하고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같이 하려는지 알겠더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를 많이 하고 쉴 때도 계속 연습을 하신다. 배우로서 자신이 원하는 연기만 해내는게 아니라 감독과 스태프가 원하는 장면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안도 하신다. 우리들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셨다. 송중기는 그야말로 상남자다. 요즘 워낙 핫하잖나. 그런데 별 티를 안낸다. 후배 노릇도 너무 잘 한다.

- 류승완 감독과 작품을 함께 한 소감은.

▲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미친 사람 같다. 열정이 너무 대단하셔서 이번에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 소지섭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세 작품을 고른다면.

▲ 첫 번째가 '발리에서 생긴 일'이다. 연기의 재미를 처음 느낀 작품이다. 부 번째가 '미안하다 사랑한다'이다. 소지섭을 대중에게 알려 준 작품이다. 세 번째가 '영화는 영화다'이다. 그 전에 '도둑 맞고 못살아'라는 영화를 하고 나서 한동안 영화에 출연을 못했다. '영화는 영화다'가 다시 영화를 하고 싶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 앞으로 계획은.

▲ 주연이건 조연이건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영화는 늘 열려 있다. 그동안 출연한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흥행 배우로는 생각들 안해주신다. 내가 아직 영화 쪽에서 신뢰가 있는 영화배우는 아닌 것 같다. 멋있는 역할만 고집하거나 하지 않는다. 내 나이가 벌써 41세다. 그런 것을 내려놓은지 꽤 됐다 그런 것 씬경 썼다면 힙합은 왜 했겠나. 앨범만 벌써 9장을 냈다. 즐기면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보는 분들도 그러실 것 같다. 최근 그렇게 노력 중이다. 연기에 대해 고민이 많을 때 너무 힘들기만 했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관중들이나 팬들이 좋아할까 생각도 들었다. 연기자는 상상의 세계를 진실처럼 이야기하지만 더 거짓말 인 것 같았다.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아저씨 어디서 봤어?'하고 물으면 '무한도전'이나 '주군의 태양'을 이야기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아예 모른다. 요즘은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즐거움도 들어 편하다. 아저씨라는 단어도 편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