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서 첫 사극 여주인공 맡아

고교 진학 않고 연기 “후회 없어”

“곧 스무살…좋은 작품 하고파”

김소현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스포츠한국 윤소영 기자] 김소현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2007년 드라마 ‘행복한 여자’로 정식 데뷔한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김유정, 김새론과 함께 ‘트로이카 3김’으로 불리며 ‘믿고 보는’ 10대 여배우로 군림하고 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 ‘아이리스2’, 영화 ‘덕혜옹주’ 등 아역뿐만 아니라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페이지 터너’ 등 청소년물 주연으로 연기력을 증명했다.

10대의 마지막, 성인의 문턱을 앞둔 김소현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군주: 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 등, 연출 노도철 등) 촬영 종료 이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소현은 당차게 의견을 펼치는 작품 속 한가은 그 자체였다. 말하는 중간 잠시 생각을 가다듬기도 했지만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진 목소리로 작품과 연기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1시간 가까이 전달했다.

“꿈을 꾼 듯한 느낌이에요. 이번 작품은 제게 첫 20부작이고 첫 주연 사극이었는데 약간 몽롱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촬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전까지는 아역이었기 때문에 제가 주도적으로 작품 전체를 보는 건 부족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아무래도 여러 역할, 사람들이 얽혀있다 보니까 제 의견을 많이 얘기했어요. 승호 오빠, 명수 오빠와 대본 보고 느낀 걸 편하게 얘기했고 그래서 호흡이 잘 맞아 화면에도 잘 나온 거 같아요. 시청률은 아예 기대를 안 했는데 반응이 잘 나와서 현장 반응도 좋았어요.”

‘군주’는 10주 연속 수목드라마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전국 우물을 사유한 편수회 대목(허준호)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궁궐 밖으로 버려진 세자 이선(유승호)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다. 김소현은 세자 이선의 의협심으로 부친 한규호(전노민)을 잃은 후 복수심에 휩싸였으나 세자 이선의 진심을 깨달은 후 그를 도우며 왕비가 되는 한가은을 열연했다.

“가은이의 첫 느낌은 당찬 소녀였어요. 초반의 열일곱살 가은이는 주도적이고 총명하거든요. 기존에도 그런 역할이 많았지만 어리면서도 리더십 있는 느낌을 신경 썼어요. 그런데 가은이의 복수 부분이 컸던 거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 의견이 많았는데 여자 작가님들은 여자 주인공이 복수에 가득찬 모습이 많아지면 시청자들이 보기에 강할 수 있다 하셨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가은이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크셨어요. 계속 그렇게 감정선을 잡아가다보니까 나중에 끝날 땐 저도 모르게 미소짓는 신이 어려워졌어요.”

극중 한가은의 변화에 시청자들은 ‘민폐 여주’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가은은 부친 한규호의 신분복권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고 일편단심인 세자 이선을 뒤로 한 채 그의 적들과 손을 잡기도 했다. 한가은을 향한 시청자들의 원망과 분노는 그만큼 김소현이 대본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녹여낸 탓이었지만 아직 열아홉 소녀가 겪기엔 버거웠던 듯 했다.

“아예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녜요. 사실 찍으면서 제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 보니까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들기 시작했고 그 부분이 점점 커지다 보니까 후반으로 가면서 약간 버거웠어요. 아무래도 제가 부족한 점이 있고 계속 울고 어두운 모습이 많다 보니까 연기하면서 힘이 빠졌어요. 나중에는 연기하는 게 무서울 정도로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런 걸 느끼는 제가 싫어졌고 책임감 없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먹먹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성장통을 겪었던 것 같은데 아직은 제가 좀 어린 것 같아요.”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든든한 선배 배우들이 함께 했다. 특히 김소현은 아역배우 출신인 유승호와 박현숙의 조언을 떠올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소현은 “유승호는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아역을 하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를 아끼는 많은 선배들의 응원 속에 김소현은 ‘군주’를 성공적으로 완주했고 또 한 뼘 성장했다.

“조언들을 많이 귀담아 들었어요. 선배님들 중 아역부터 해왔던 선배님들,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너 나이 때는 그런 고민을 할 때다’ ‘넌 어떻고 네 장점은 어떻다’ ‘조급해하지 마라’ 이런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고 그러다보니까 여러모로 많이 배운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유선댁으로 나오셨던 박현숙 선배님이 어렸을 때부터 아역으로 해오셔서 제 고민을 공감하시고 선배님이시자만 친구처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의지가 많이 됐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신 분이 없었으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 같아요."

김소현 사진=싸이더스HQ 제공

공식적으로 김소현은 올해 딱 배우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아직 앳된 티가 가득하지만 하나씩 지워갔다. 그렇다고 어른스러운 척을 일부러 더하진 않았다. 마냥 소녀도 여인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건 난이도 있는 연기가 필요했고 이미 출연작들을 통해 합격점을 받았다. 김소현 또한 "아직 연기를 즐길 순 없고 약간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를 한 건 2007년 전부터예요. 어릴 때 보조출연부터 해오다가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은 게 열살 때 '행복한 여자'거든요. 그 나이에 제가 지금까지 연기할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제가 일곱살 때 한창 연기학원이 유행했어요. 배우가 뭔지도 모르고 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할 나이도 아니어서 한번 다녀볼까 그런 호기심에 다니고 그러다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현장이 좋았어요. 엄마도 제 의견을 잘 받아주시고 활동을 지지해주셔서 기회가 있었고 여러가지가 잘 맞아 떨어졌는데 그러니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연기를 본격 시작하며 모든 시간을 '배우 김소현'에 쏟았다. 2015년 중학교를 졸업한 김소현은 또래들이 있는 고등학교 대신 선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가득한 촬영장을 택했다. 이후 2년 간 그는 영화 두 편, 드라마 일곱 편 등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일취월장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지 물으니 “고교 진학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지금 선택해도 안갈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에 가도 제대로 학교에 갈 수 있었을까 생각하고 지금 후회하지 않으려고 선택을 했거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연기 욕심이 났고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잘했다고 생각해요. 고교 진학한 친구들 보면 하고 싶은 꿈에 대한 갈등도 굉장히 많고 현실의 압박에 정말 힘들어하던데 잘 선택했다고 봐요. 지금 검정고시는 준비하고 있고 곧 수능이 되니까 대학 진학도 준비하고 있어요. 대학에 가면 연기를 전공하게 될 거 같아요.”

이날 김소현은 인터뷰 진행 내내 어느 때보다 진솔했다. 2년 전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촬영 중 만났을 땐 남주혁, 육성재, 김희정, 이초희, 조수향 사이에서 홀로 묵묵히 앉아 있던 김소현이었다. 말수가 적고 다소 소극적이었던 모습을 고려했을 때 꽤 놀라운 변화였다. 당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니 “짧은 시간인데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조심하는 게 많이 풀린 편이에요. 어릴 땐 눈치도 많이 보고 행동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말을 하는데 앞에서 꾹 참고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게 저만 있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주변 분들도 불편함을 느끼고 저도 좀 많이 피곤했어요. 그래서 잠을 잘 못잘 때도 많았는데 그건 잘 풀어나가는 거 같아요. 지금 제 성격을 보면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할 말 할 줄 알고 당찬 느낌이 가은이를 닮아가는 거 같아요.”

김소현은 지난해부터 다섯 작품을 소화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평소대로 바쁠 예정이냐 물으니 “촬영이 길었기에 못했던 거 하나하나 해나가야 하고 지금 아니면 못 하는 것들, 어려서 할 수 있는 것들 다 해보려 한다”고 했다. 2018년 성인이 된 그를 다시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면 한다. 한층 스펙트럼이 넓어진 모습을 보는 재미가 흥미로울 듯하다. 김소현은 그런 배우다.

“스무살 되면 좀 밝은 걸 하고 싶어요. 대학생 역할이라든지 그 나이에 보여드릴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아직은 작품이 없어서 뭐라 말씀은 못 드리겠는데 그래도 마음은 좋은 작품 있으면 빨리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영화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앞으로는 영화도 차근차근 해나가서 영화도 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이제 좀 있으면 성인이니까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인데 제가 하기 나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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