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올 여름 기대작 '택시운전사'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그 속에는 뜨거웠던 1980년 5월의 광주가 가득했다.

20일 오전 11시 CGV압구정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과 배우 장훈 감독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 '만섭' 역의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거절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이 컸다"며 "나쁜 부담감은 아니었다. 좋은 부담감이었는데 '큰 역사의 한 부분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건강한 부담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받고 시간이 지날수록 '택시운전사'의 이야기가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뜨거움, 열정, 열망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설명했다.

광주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은 류준열은 송강호, 유해진과의 호흡에 대해 "배우라면 두 분과 연기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일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송강호 선배님이 촬영장에서 툭툭 던지듯이 해주신 조언이 집에 돌아가서도 생각날 정도였다"며 "유해진 선배님도 마찬가지다. 푸근한 인상 속에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숨어있더라. 많이 놀랐다"고 답했다. 이에 송강호는 "특별히 잘해준 건 없다. 그럼에도 어려운 작품에 선뜻 임해준 후배 배우들에게 고맙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택시운전사'는 제작 전부터 역대급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훈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가장 하고 싶었던 1순위 배우들과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만섭 역할로 생각했던 배우가 송강호였다"며 "송강호가 긴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 매우 기뻤다. '영화를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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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해진 또한 마찬가지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고 팬이다. 기회가 되면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황 기사라는 역할이 푸근한 인간미가 있는 유해진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 송강호와 유해진 두 분이 한 모니터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류준열에 대해서는 "직접 만나보고 놀랐다. 시작하는 배우인데 태도가 너무 좋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대화도 잘 통했다. 같이 작업을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원티드', '킹콩', '어벤져스' 등에 출연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의 출연도 시선을 끌었다. 장훈 감독은 "'피아니스트'를 인상적으로 봤었다. 극중 피터가 영어를 많이 쓴다.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할까 하다가 독일 배우를 캐스팅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였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전시에서 섭외하기 힘들 것이라 했는데 시나리오를 영문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배우가 직접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토마스 크레취만의 집에 갔더니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설득하러 갔다가 저녁식사까지 먹고 왔다"고 털어놨다.

류준열은 극 중 유일하게 영어 대화가 가능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으로 분했다. 그는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극중 유일하게 영어를 쓰는 인물이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광주에서 책, 팝송으로만 영어를 배운 캐릭터다. 살짝 어설픈 영어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류준열은 "본인의 실제 실력보다 조금 낮은 영어 실력을 선보인 거냐"는 질문에 "딱 그 정도가 내 실력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소품인 '택시'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장훈 감독은 "미술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만섭의 캐릭터와 맞는 택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 중에서도 가장 적합한 색을 고르는데 몇 달이 걸렸다. 직접 택시에 칠해보고 송강호와 가장 맞는 색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장훈 감독은 극 중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가 사용된 것에 대해 "영화 초반에 '단발머리'가 나온다. 만섭 캐릭터를와 그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최적의 곡이라고 생각했다. 꼭 사용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이어 "(조용필 선배님이) 영화 삽입곡으로는 잘 허락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프로듀서가 연락을 드렸다. 송강호 선배님만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너무나도 흔쾌히 사용해도 좋다고 하시더라.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며 비하인트 스토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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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변호인', '효자동 이발사' 등에 이어 또 한 번 역사적 아픔을 담은 작품에 출연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알고는 있는 사실들이지만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게 되면서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한 지점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예술가이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와닿는다. 실제 역사에서 오는 에너지에 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송강호는 "영화를 보면 백 마디의 말보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실거다. '택시운전사'의 소재와 배경이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보니 관객분들 정치적인 무게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하지만 그냥 대중영화와 다를 바 없다. 기분좋게 한 편을 보신다면 더 큰 감흥이 있으실거다. 선입견 없이 가볍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편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8월 개봉.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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