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시즌2' 박성우가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만약 그날 까치발을 들지 않았다면 박성우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과 3개월 전 박성우는 자신이 까치발 소년으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의 이슈메이커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올해 서른 살 박성우의 인생은 그날 이후 180도 달라졌다.

“‘까치발소년’, 처음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저는 맨 뒷줄인데다 앞에 연습생들이 거의 다 까치발을 들고 있었거든요. 제 키가 큰 편인데도 앞이 안보여서 ‘오늘 한 컷도 잡히기 힘들겠구나’싶었는데 옆에서 그렇게 찍어주실 줄이야. 그 직캠 찍어주신 분, 만나뵙진 못했지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평생 못 잊을 거예요.”

7일 서울 중구 스포츠한국 편집국에서 까치발소년 박성우와 만났다. 그는 지난 3월 9일 상암에서 한 국민프로듀서가 찍은 7초짜리 직캠으로 단숨에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미지의 연습생이었던 그가 101명 중 최고연장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프로듀서들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제가 최고령일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나이 때문에 출연을 고민하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어리고 실력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긴 했죠. 심지어 처음엔 다들 저를 어려워했어요. 근데 포켓몬, 디지몬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어느새 친구가 돼있었어요. 무엇보다 다들 똑같이 첫 도전이니까 동질감도 컸고, 동생들도 ‘치발이형님~’하면서 편하게 다가와줬죠.”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첫 방송 시작 전부터 얻은 별명은 행운인 동시에 부담이었다. 초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면서 화제몰이엔 성공했지만 이내 부족한 실력이 드러나면서 몸치로 각인됐다. 기대가 큰 연습생이었던 만큼 실망도 컸던 분위기, 트레이너 가희는 박성우의 춤을 가리켜 “딱딱한 벽 같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성우는 흔들림 없이 연습에 집중했고 결국 포지션 평가 ‘쉐이프 오브 유’(Shape Of You)에서는 ‘나야나’에 비해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나야나’, ‘내꺼하자’, ‘쉐이프 오브 유’까지 연습과정은 한마디로 처절했어요. 부족한 걸 아니까 거의 매일 밤을 새서 연습했죠. 그땐 밥이라도 먹지 않으면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매끼를 머슴밥처럼 퍼먹곤 했어요. 근데도 살이 쭉쭉 빠지던걸요. 체력은 바닥났지만 느슨해질 순 없었어요. 몸은 시간 지나면 회복되지만 무대는 다신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다소 부족한 실력에도 꾸준한 지지를 모은 건 박성우의 고군분투에서 느껴진 진심 덕분이었다. 최초 레벨 테스트에서 F를 받았던 비의 ‘널 붙잡을 노래’와 ‘나야나’는 평생 못 잊을 노래가 됐다. “지금도 집에서 혼자 ‘나야나’를 춰요. 어머니가 옆에서 자세 잘 잡으라고 코치해주시고요(웃음) 일단 ‘프듀2’에서 얻은 것 중 하나니까 계속 연습하다보면 피와 살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처음 연습했던 순간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려는 목적이기도 해요.”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지난 콘셉트 평가에서 ‘열어줘’ 팀이었던 박성우는 2차 순위발표식에서 최종 37위에 그치며 방출됐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끈 ‘열어줘’ 무대는 결국 이루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열어줘’는 처음 보자마자 대박날거라 예상했어요. 안무가 정말 멋있어서 팀원들 모두 ‘제대로 보여주자’고 칼을 갈아 연습하는 분위기였고요. 제가 함께 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저도 궁금하고 또 아쉽네요.”

‘프듀2’ 탈락 이후 박성우의 일상은 분명 달라졌다. 길에서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고 전광판 광고 인증샷을 찍는 게 스케줄이 됐을 만큼 크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박성우는 “지금의 인기에 취해있으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집돌이라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가는데도 알아봐주는 팬들이 많아졌어요. 스케줄도 늘었지만 마음이 더 바빠요. 까치발 소년에서 까치발 청년으로, 그리고 신인배우 박성우로 빨리 방향을 가다듬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얼굴만 조금 알렸을 뿐 아직 이룬 건 하나도 없잖아요. 갈 길이 머니까 재정비해서 다시 출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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