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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이상윤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저를 때리는 기분이었어요. 오죽하면 친구들도 네가 불쌍해서 드라마를 못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감정적으로 많이 눌렸던 작품이라 마지막까지 쉬운 장면이 한 컷도 없었죠.”

최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윤은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는 SBS ‘귓속말’에서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진 판사 이동준 역으로 연기 인생 가장 처절하고 안쓰러운 캐릭터를 열연했다. 살이 쪽 빠진 듯 마른 얼굴로 나타난 이상윤은 “신경전이 너무 많았다. 말도 안 될 만큼 웃음기 없는 신들을 원 없이 찍었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동준은 모든 인물에게 약점이 잡혀 있는 상태라 처음부터 온 사방이 적이었어요. 철저하게 외로웠죠. 사람들이 한마디씩 날카로운 말을 던지고 가는 통에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나마 어머니랑 함께하는 신이 심적으로 제일 편안해서 요양원 가는 장면 찍는 날이 제일 좋았죠.”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이동준(이상윤)과 신영주(이보영)가 법비를 응징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성숙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박경수 작가 특유의 주옥같은 명대사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마지막회 시청률 20.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교훈적 메시지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반전과 고구마 전개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저도 답답했어요. 악의 세력이 너무 강하니까 활로가 생길만 하면 싹을 잘라버리고 동준에게 돌파구가 없었던 점은 인정해요. 그러다보니까 그들의 힘을 역이용해서 응징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제 힘으로 쌓아서 이룬 게 아니다보니 아주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은 못줬을 것 같아요.”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하지만 이보영과의 로맨스만큼은 일명 ‘어른 멜로’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가벼운 감정에 휘둘리는 멜로가 아닌, 사건이나 상황과 결합되면서 쌓이는 인간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에서 동지가 되는 깊은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상윤은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두 번째 커플 호흡을 맞춘 이보영에게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이)보영 누나랑 두 번째라 예전보다 훨씬 심정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한 느낌이에요. 다만 멜로라인이 살짝 뜬금없다는 반응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사실 박경수 작가님의 멜로 방식이 독특했어요. 작가님은 남녀관계라는 게 많은 사건들을 함께 겪으면서 사랑 이전에 동료애, 전우애 같은 걸 바탕으로 진전된다고 보시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감정적인 축적에 의한 여타 멜로물과는 좀 다른 색깔이라서 얼핏 보기엔 조금 갑작스럽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신경 많이 썼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2004년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훤칠한 키와 서글한 외모,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이라는 스펙으로 줄곧 ‘엄친아’로 꼽혀왔다. 이후 ‘내 딸 서영이’의 강우재를 통해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를 굳힌 데 이어, ‘공항 가는 길’, ‘귓속말’ 등 최근작에서는 한층 무르익은 매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남들은 전성기라고 부르는 시기, 이상윤 스스로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는 아이러니한 고백을 털어놨다.

“주변의 평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전까지 착한 동생 이미지가 강했는데 ‘내 딸 서영이’에서는 듬직한 남자로 보여야했죠. 주변에서 끊임없이 ‘달라져야 한다’고 요구하는게 점점 부담이 됐어요. ‘공항 가는 길’ 때도 반응은 좋았지만 사실 저는 연기가 마음대로 안돼서 좌절하는 날이 너무 많았어요. ‘귓속말’도 마찬가지에요. 초반에 (이)보영 누나가 ‘우리 둘 다 엄청 욕먹고 있다’고 한숨 쉬던 순간도 있었는데, 눈치 보지 않고 연기하니까 훨씬 반응도 좋고 저도 편안하더라고요. 누군가의 평가보다 스스로 믿고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물리학도답게 전형적인 이과 성향을 가진 그는 처음 대본을 연구할 때도 공부하듯 이성적으로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연기 11년차,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균형에서 나오는 연기가 최고라는 걸 깨달은 요즘이다. “그저 삶을 충실히 사는 게 연기공부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요즘엔 부족함을 느껴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관심있게 보면서 감성을 꾸준히 쌓아가는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미 갖고 있는 스펙으로 보다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배우로서의 길은 젊은 날의 꿈이라기엔 무모할 수도 있는 선택. 한때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상윤은 11년 전 배우를 선택했던 그 날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연기자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이 참 좋아요. 사람들과 깊이 교류하고 작품이 끝나면 오롯이 제 시간을 갖는 이런 리듬도 만족스럽고요. 물론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는 일이 아직도 가끔은 힘들지만, 일반 직장인이 얻는 성과보다 훨씬 많은 걸 얻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언젠가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나는 날도 오겠지만 두렵진 않아요. 이 일이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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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6/07 07: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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