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중장년층에게는 ‘무기여 잘있거라’, ‘청바지 아가씨’, ‘멀어져 간 사람아’로 2,30대 젊은 층에게는 추성훈이 불러 화제가 된 ‘하나의 사랑’,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주제곡인 ‘너에게 가는 길’로, 그리고 전세대에 걸쳐 국민 히트곡인 ‘해바라기’로 유명한 가수 박상민(53).

떠올려보면 많은 가수들 중에 박상민만큼 전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연령대별 히트곡에 모두가 따라 부르는 ‘사랑해요~ 사랑해요~ 세상에 말 다 지우니~’의 ‘해바라기’같은 국민곡을 두루 갖춘 가수는 드물다.

게다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호평을 받은 탄탄한 실력에 절규하는 애절한 목소리와 콧수염과 선글라스는 전국민이 아는 트레이드마크. 확실한 자기 색깔로 1993년 데뷔 이후 거칠고 떴다 사라지는 이도 많은 연예계에서 25주년을 맞이한 박상민을 만났다. 가수 이전에 가수 지망생 두 딸을 둔 ‘아빠’로서 박상민, 그리고 가수로서 흔치않은 이력인 국내 최고 격투기 단체인 ‘로드FC 부대표’로서의 박상민, 마지막으로 25주년을 맞은 ‘가수’ 박상민으로서의 삶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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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장’ 박상민, “가수 꿈꾸는 딸아, 너흰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아빠’ 박상민은 최근 자녀문제로 고민이 많다. 두 딸이 모두 가수를 꿈꾸기 때문. 아빠는 자신이 25년 동안 겪어온 길을 딸들이 희망한다고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다른 길로 갔으면 했지만 아빠의 피를 속일 수 없나보다. 실제로 큰 딸의 경우 유명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박진영 등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솔직히 제가 25년 동안 연예계 활동한 인맥이 있는데 아는 동생들한테 말하면 딸들을 좋은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넣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래선 안 되죠. 가수는 실력이 먼저라는 걸 제가 해봐서 알고 있어요. 전 제 딸들이 가수가 될 거라면 그저 아이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탐내는 ‘뮤지션’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일단 실력을 키우는게 먼저라고 늘 강조하죠. 집에서 연습도 시키고 실력 체크도 하는데 자식은 역시 제 맘대로 되지 않네요. 하하.”

박상민은 “제 딸은 결국 ‘박상민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 수 밖에 없기에 누구도 의문을 달지 않게 잘해야만 해요. 남들보다 더 잘해야 ‘아빠가 박상민이라 그렇잖아’라는 소리를 안 듣죠”라며 딸 걱정을 했다. 큰 딸의 경우 개인사정으로 중학교를 자퇴했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정상적인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가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실력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큰 딸의 경우 중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다니며 여러가지 분야로 공부하고 있었고 수준급의 영어실력과 3과목 만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검정고시를 합격해 실용음악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가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실력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박상민(중앙)과 큰딸 박가경(왼쪽), 작은딸 박소윤(오른쪽). SBS
최근 한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언급안하려 했어요. 솔직히 주위에서 파산신청을 하라고 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자존심이 용납안했고 지금도 열심히 갚고 있어요. 중요한건 빚이 있다는게 아니라 착실히 갚고 있고 그럼에도 화목한 가정 속에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박상민은 누적 기부액만 50억원 가량되는 연예계 대표 기부천사다. 스스로 “매 정권이 바뀔때마다 기부로 대통령 표창도 받아왔다. 거기에 대한 자부심은 분명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 스케줄 중 돈을 받지 않는 ‘의리 스케줄’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행사도 많이 한다. “빚이 있어도 어려운 일을 보면 돕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부모님을 통해 배웠어요. 제 딸들도 크면 꼭 나눔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았으면 해요”라며 박상민은 담담히 말했다.

▶‘로드FC 부대표’ 박상민, “내 삶의 일부…격투기 발전 자랑스러워”

박상민에게 붙은 명함 중 또 하나의 특이한 직책은 바로 격투기 단체 ‘로드FC’의 부대표. 연예인들이 스포츠 혹은 일반 단체의 홍보대사나 초대가수를 하는 경우는 많지만 부대표라는 2인자의 위치까지 부여받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

박상민은 “이제 로드FC라는 단체는 아시아에서도 `톱3' 안에 들 정도로 세계적인 격투기 단체가 됐다. 6월이면 39회 대회가 열리는데 1회 대회 때와 비교하면 감개무량하다. 많이 발전했고 그 속에서 제가 1회부터 쭉 함께 했다는 것은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정문홍 로드FC 대표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정문홍 대표에 대해서 “솔직히 나 역시 처음에는 정 대표의 지나치게 남자다운 외면만 보고 편견을 가졌고 정 대표 역시 나를 ‘기웃거리는 연예인’정도로 봤다고 하더라. 하지만 친해지고 나니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지금은 10살 차이가 나도 최고의 친구다. 둘이 술도 안하니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부대표로서 실제로 박상민이 로드FC에 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거의 관여 안하려 한다. 매치업이나 해외 진출, 선수 영입 등 큰 결정을 내릴 때 상의하는 정도다. 저로 인해 기사 하나 더 나가고 선수들이 자랑스러워한다면 만족한다”고 말한 박상민 부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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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파이트 머니도 많이 주고,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박상민 부대표는 남다른 격투기 사랑에 대해 “한국에 격투기라는 것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티켓을 사서 구경가고 했다. 인연이 돼서 로드FC와 함께 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몸무게 100g을 빼기 위해서 탈진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그걸 이기고 케이지 위에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한편의 영화 같다. 매번 사극을 찍는 선수들을 보면 격투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로드FC와 격투기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격투기 단체의 부대표로서 떳떳한 격투기 사랑을 고백했다.

▶‘대중 가수’ 박상민, 실력이 안될 때 떠날 것…25주년, 사랑에 감사한다

우리가 아는 ‘가수 박상민’의 모습으로 돌아와 보자. 1993년 데뷔 이후 25주년이 된 2017년까지 박상민은 큰 굴곡 없이 가요계 정상의 위치를 지켜왔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학축제에도, 전통시장 행사에도 어색하지 않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 가수’가 됐다.

“어딜 가도 A급으로 대우해주시기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저 역시 그런 대우에 걸맞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제 노래들이 상당히 고음을 요구하기에 술 담배에 일절 손대지 않고 가창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전 ‘대중가수’입니다. 독불장군으로 음악을 하면 안되죠. 대중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중이 사랑해주는 노래를 부르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대한 대면할 수 있는 자리에 많이 가려고 해요.”

어느덧 박상민의 나이도 50대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히트곡에 대한 욕심도 많아 매일같이 녹음실에서 좋은 노래를 찾고 있다는 박상민은 “하루하루 감사해 하면서도 대중이 ‘이제 그만해라. 실력이 안 된다’고 하실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며 “나태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10년 정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 그때까지 대중가수로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을 만나면서 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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