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시즌2' 주학년-강동호. 사진=Mnet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악편'(악마의 편집)이냐 '통편'(통편집)이냐, 연습생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미지와 분량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

지난 12일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연출 안준영, 이하 프듀2) 6회에서는 포지션 평가 무대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댄스 포지션인 ‘라이트 라운드’(Right Round) 팀은 센터 자리를 두고 연습생들이 시작부터 이견을 보였다. 주학년은 센터를 향한 의지를 강하게 어필했지만 리더 홍은기는 “센터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며 여환웅을 추천했다. 이후 본격적인 안무 연습이 시작됐지만 주학년은 홀로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상남자' 때 파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민감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팀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센터 욕심을 낸 장면, 또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홍은기에게 “등수가 떨어져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집중적으로 그려진 주학년은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보컬 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불장난’팀은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 만큼 실력과 욕심을 두루 갖춘 연습생들이 모인 팀. 하지만 이는 곧 독이 됐다. 정세운과 강동호는 편곡 방향에 있어 의견 대립을 보였다.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돋보일 만한 무기가 없다고 판단한 정세운은 자신의 특기인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강동호는 팀의 조화를 위해 반대했지만 결국 “누구라도 후회가 남으면 완성도 있는 무대가 불가능하다”며 정세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정세운 역시 “자기의견을 내는 게 당연한 과정인데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갈등은 훈훈하게 봉합됐지만 이 과정에서 강동호의 고압적인 태도를 크게 부각시키며 비난 여론을 몰기도 했다.

사진=Mnet 캡처
이처럼 팀원들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나머지 연습생들의 분량은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라이트 라운드’팀 주학년-홍은기의 대립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정작 센터였던 여환웅을 비롯한 유회승, 김남형, 변현민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장난’팀의 이대휘, 최민기 역시 본무대에서야 겨우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팀에서 일부는 악마의 편집으로, 나머지는 통편집으로 결과적으로 누구하나 살아남지 못한 방송이었다. 심지어 댄스 포지션 ‘셰이프 오브 유’팀은 현장에서 유일하게 앵콜이 터진 무대였지만, 이날 방송에서 이들의 연습 과정의 대부분은 편집됐고, 본공연 역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빈축을 샀다.

상황이 이쯤 되니 연습생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걸핏하면 인성 논란에 휩싸이는 ‘프듀2’인 만큼 모든 상황을 양보하면 악마의 편집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분량 역시 통편집 될 확률도 높아진다. ‘밉상’이란 꼬리표를 달더라도 이슈메이커로 단독샷을 확보하는 게 유리한 건지, 매주 순위 변동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연습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안겨진 셈이다.

사실 편집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 앞서 불성실하고 나태한 태도로 질책을 받은 권현빈, 이미 상위권임에도 본인의 등수에 만족하지 못한 채 입을 삐죽거린 안형섭, 팀원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실력을 보인 김동빈 등이 방송 직후 큰 순위 하락을 겪었다. 물론 연습생에게 불리하게 편집되는 모든 상황을 악마의 편집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한정된 방송시간 내에, 연습생 모두의 분량이 공평하게 돌아갈 수 없다는 점, 서바이벌 예능 특성상 자극적인 콘셉트가 필수인 점 역시 부정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가장 중요한 건 연습생들”이라고 말했던 제작진의 입장이 진심이라면 연습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편집이 필요해 보인다. 또 국민 프로듀서들 역시 방송만으로 일부 연습생들의 행동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일 역시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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