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꺾는 것은 이르다. 그 이름 하나만으로 매번 기대를 뛰어 넘었던 최민식과 또 그에 견줘 뒤지지 않을 카리스마와 묵직함으로 무장한 곽도원이 앞서서 영화를 이끌고 '모비딕' 박인제 감독이 준비한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현 서울시장이자 서울시장 선거 후보인 변종구 (최민식)는 선거를 무사히 치러 3선 시장에 당선된 후 대권 후보로까지 도전할 마음을 먹은 야심가이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을 거쳐 국회의원에 이어 서울시장이 된 것으로 유추되는 그는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시절을 선거 유세에서 자랑스럽게 들먹이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권력욕으로 가득 찬 노회한 정치인이다.
검사 출신이자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권혁수)가 앞장 서서 변종구의 선거 캠프를 지휘하고 있고, 변종구를 존경하지만 그의 현 서울 시정에 대해 독설 가득한 비판도 할 줄 아는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까지 그의 캠프에 가세한다.
변종구 캠프에 맞서 강력한 상대 후보인 양진주(라미란) 후보가 인권 변호사 출신의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높은 지지율로 변종구를 강하게 압박해 온다.
그의 지시가 곧 법처럼 행해지는 변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박경을 비롯한 선거운동원들에게 변종구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총성만 울리지 않을 뿐 합법적으로 싸울수 있는 유일한 전쟁터인 선거전에서 양쪽 후보들은 서로의 약점을 캐내고 상대 후보를 헐뜯고 깍아내리기 위해 각종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다.선거전이 한창 물이 오를 무렵 서울 일대에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해 선거의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르는가 하면, 변종구의 아내(서이숙)이 경매에서 고가의 그림을 구매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기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와 '웨스트 윙'을 연상시키는 음모와 이권투구가 난무하는 사이 변종구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키며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국내 영화 역사상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선거 과정 자체를 영화의 본격 줄거리로 가져왔다는 것은 '특별시민'의 대단한 도전으로 느껴진다. 총이나 칼, 또는 자동차 추격신 같이 눈을 호강시킬 수 있는 스펙타클한 액션이 처음부터 배제돼야 하기에 영화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 군상 그 자체에 집중해 관객들을 설득시켜야만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선인인지 악인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가는 변종구라는 인물을, 정치에 도전했을 초기에는 분명 그에게도 정치에 대한 이상향과 국민이나 시민을 향한 충심이 있었을 법한 한 정치인이 권력을 추구하며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기 씹는 표정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가 몸서리치게 느껴질 법하게 표현해낸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또 한 번의 변신에 있다.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의 으스스한 악마성과 '신세계' 강과장의 독한 피로감, '명량' 이순신의 결기가 묘하게 중첩되고 또 파열을 일으키며 변종구를 오간다.'곡성'과 '아수라'에서 두 차례 연달아 관객들의 뒷목에 소름을 안겼던 곽도원은 '특별시민'에서 정치 영화 특유의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일등공신이다.
심은경은 '부산행'과 '조작된 도시'에 이어 '특별시민'에서도 연달아 색다른 변신에 성공하면서 배우의 길에 독기를 품은 이 여배우의 앞길이 꽃길로 가득하기를 절로 응원하도록 만든다.
'특별시민'이 본격 정치 영화의 서막을 제대로 열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다만 우연히 발생하는 두 번의 큰 사건은 영화의 많은 미덕에도 쉬운 선택으로 여겨진다. 대통령 선거가 아닌 서울시장 선거로 메인 이벤트를 축소 시킨 것도 작은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