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형식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사실 저는 멜로보단 SF가 좋아요. 마블광이죠. 근데 ‘힘쎈여자 도봉순’ 작가님이 ‘형식아 너 나중에 진한 멜로 한 번 해봐, 네 눈빛엔 뭔가 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눈빛에 대체 뭐가 있던가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만난 배우 박형식은 작품을 향해 쏟아진 사랑에 사뭇 들뜬 듯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이 남긴 여운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그는 밝고 톡톡 튀는 말투로 취재진을 맞았다.

“여태까지 이렇게 방방 뜨는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정적인 연기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안민혁으로 기존 스타일을 깨뜨려보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능청스럽고 코믹한 이미지를 많이 좋아해주시고 믿어주셔서 연기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에요. 지금까지는 연기를 흉내만 냈다면 ‘도봉순’에서는 연기의 진짜 ‘맛’을 본 기분이랄까요.”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도봉순(박보영)이 게임업체 CEO 안민혁과 신참형사 인국두(지수)를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16부작 드라마. 방송 내내 JTBC 역대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회까지 높은 인기 속에 막을 내렸다. 박형식은 게임업체 CEO 안민혁으로 분해 귀여운 ‘똘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생애 첫 주연이라는 부담, 엄청났죠. 대본리딩 때 제가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스태프들이 걱정했을 정도에요. 그래서 목소리 톤부터 시선처리 하나까지 감독님을 계속 귀찮게 하면서 피드백을 많이 구했어요. 사실 배우로서 작품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고, 응원 덕분에 촬영 내내 행복했어요.”

박형식은 극 중 까칠하지만 코믹하고, 매사 자신감 넘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캐릭터를 특유의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소화하며 물오른 연기력을 뽐냈다. 특히 박보영과는 달콤살벌한 멜로로, 지수와는 훈훈한 브로맨스를 그려내며 극의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박보영과는 남다른 케미로 ‘멍뭉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박)보영 누나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조정석 선배님이랑 호흡이 너무 좋으셨잖아요. 과연 내가 그걸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죠. 그래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게 필요했어요. 처음엔 누나랑 어색해서 촬영 분위기도 딱딱했는데 친해질수록 확실히 호흡이 좋아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제가 너무 부담감을 가지니까 ‘하고 싶은대로 연기하면 다 받아주겠다’고 챙겨주셨어요. 그리고 전 진짜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 처음 봤어요. 사람마다 고유의 공기가 있잖아요? 보영누나의 공기는 하트 모양이었어요. 등장만 해도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눈에서 하트가 뿅뿅이었어요. 그런 매력 덕분에 같이 연기하는 저로서도 몰입이 어렵지 않았죠.”

안민혁은 박형식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예민한 듯 순수하고, 베일에 가려진 듯 신비스럽지만 의외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꾸밈없고 솔직하다. 극 중 인국두(지수)는 짝사랑하던 봉순을 향한 마음을 뒤늦게 깨닫고 끝내 엇갈렸지만, 민혁은 처음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결국 사랑을 이뤄냈다. 그런 면은 실제 박형식과 닮았다.

“저도 사랑 앞에서는 곧이곧대로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아마 제가 민혁이었어도 봉순이를 놓치지 않았을 거예요. 특히 마지막에 봉순이랑 결혼식 올리는 장면에서는 되게 느낌이 묘했어요. 봉순이가 버진로드를 걸어오는데 동공지진이 일어날 정도로 설레고 울컥했어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러운 여자라면 확 꽂힐 것 같아요. 그럼 회사에서 안 된다고 해도 바로 결혼할거예요(웃음). 그런 사람 만나는 게 인생에 두 번 오는 일은 아니잖아요. 근데 낚시터 신 촬영할 때 유재명 선배님께 연애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바라만 봐도 사랑스러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더니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뼈있는 충고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사람 만나면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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