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총수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프로젝트 부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투표’는 2017년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 중인 키워드 중 하나다. 상당수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락’ 사건을 겪으며 투표가 왜 중요한지 뼈아프게 절감했을 터. 덕분에 “이번엔 제대로 투표하자”는 아우성이 한국을 뒤덮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작한 영화 '더 플랜'(감독 최진성)은 지난 대선에 대해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해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다. '더 플랜'은 대체 어떤 영화인 걸까. 김 총수는 왜 이 영화를 만든 것일까.

20일 오전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김 총수를 만나 그가 '더 플랜'의 제작자로 나선 까닭, 대선을 앞둔 시기에 민감한 내용의 영화를 개봉하는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총수가 제작자로 나선 ‘더 플랜’은 ‘프로젝트 부(不)-3부작’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친 추적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전국 1만3,500여개 투표소에서 251개 개표소로 이동한 투표함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당일 남긴 모든 기록을 전수 조사했다. 자료 수집에 2년, 숫자 분석에 또 2년, 그렇게 4년에 걸쳐 탄생한 ‘더 플랜’은 스크린 개봉 3일 전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됐다. 21일 현재 조회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보통 영화는 오프라인 시사회를 하지만 최순실씨의 활약 덕분에 대선이 7개월 앞당겨지면서 극장보다 먼저 유튜브에 뿌렸어요. 대선 전이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까. 근데 이 방식도 한계가 있긴 해요. 보통 인터넷에 도는 영상은 음모론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게 실존하는 여론이라는 걸 관객수로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영화관에서 관람해주는 관객이 절실합니다.”

영화 속엔 저명한 해외 통계학자, 수학자, 해커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규칙적인 숫자를 발견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더 플랜'은 통계적인 분석 결과 대선 개표에서 나온 숫자기 인위적이라며 개표 기계가 부정확하고 개표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사진=프로젝트 부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지난 19일 "대선 진행 중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론을 분열시켜 공명선거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선관위는 "당시 투표지와 개표상황표 모두 원본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의혹을 제기한 ‘더 플랜’ 제작팀의 요구가 있다면 조작 여부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 제3의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조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의혹을 제기한 분들은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기를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김 총수는 선관위가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사실상 법적 대응을 천명하고 나설 거라고까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어요. 근데 우린 선관위를 고발하려는 게 아니에요. 해외 유수의 전문가들과 분석해보니, 개표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이상한 숫자가 나왔고 기존 개표 절차가 생각보다 완벽치 않은 것 같으니 개선해보자고 제안한 것뿐이에요. 심지어 그 방법은 너무도 간단해서 엄청난 비용이 든다거나, 법적 조항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기계보다 사람이 먼저 개표하자는 거예요. 테이블 순서만 바꾸면 되는 건데 거꾸로 우릴 협박하고 있는 거죠. 우리가 선관위에 대한 불신을 키워서 자기들의 직업적 기반이 흔들릴까봐 나오는 반응이거나, 정말 문제가 있어서 감추려는 과정에서 나오는 반응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요.”

'더 플랜'은 2012년 대선 당시 미분류표 비율이 3.6%로 지나치게 높고, 분류된 투표지와 미분류된 투표지에서 두 후보자 간 상대득표율이 같아야 함에도 미분류 투표지에서 당시 1번후보자(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대득표율이 1.5배 높았다는 점을 통계적 데이터에 근거해 개표 의혹의 핵심으로 지적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기표로 미분류 처리된 투표지는 연령이 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며 “노년층의 투표지가 미분류표로 처리되는 비율이 높고 노년층 지지율이 높은 후보자의 득표율이 미분류표에서 높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총수는 선관위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단순히 의혹만으로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선관위가 주장하는 노년층 가설부터 투표용지 디자인 가설 등은 이미 우리가 통계적으로 분석을 마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1.5와 나이는 통계적으로 전혀 무관해요. 사실 이게 너무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문제제기잖습니까. 저도 처음엔 ‘설마 대선을 그렇게 했을까, 아닐 거야’ 하고 상식적으로 먼저 반응했어요. 그래서 20가지가 넘는 온갖 가설을 모두 수학적으로 분석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오류를 증명하려고 했어요. 근데 모든 종류의 가설은 결국 다 기각돼요. 만약 우리의 분석을 반박하려면 우리가 한 것처럼 통계적인 데이터를 갖고 와야 돼요. 데이터 없는 주장이야말로 음모론이죠. (선관위 주장은) 지적으로 가련해요. 선관위는 최소한 우리가 질문한 수준에 맞는 답을 내놔야 돼요.”

사진=프로젝트 부
김 총수는 선관위를 비롯한 누군가를 단죄하자거나 책임자를 발본색원하자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프레임을 완벽히 걷어내고 작품을 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고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김 총수는 이번만큼은 '김어준 디스카운트'를 걷어내 달라고 당부했다.

“‘김어준이 만든 영화니까 정치적 의도가 있겠지’ 하는 선입견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어요. 우리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개표 절차가 생각보다 완전치 않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 그리고 개선해보자는 메시지가 주인공이에요. 제가 무슨 대의명분이 있어서 영화 제작에 나선 게 아니란 말이죠. '그래도 거짓말하면 안 되잖아!' 하는 감정에 가까워요. 근데 사람들 예상과는 달리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지니까 음모론이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뿐이죠. ‘더 플랜’만큼은 제 이름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쁜 이미지들과 별개로 보셨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19대 대선에선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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