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으로 정상급 인기 누리던 중 연기 데뷔

'시간위의 집' 최신부 역으로 두 번째 스크린 도전

언젠가 인생캐릭터 만나 배우로 인정받고파

배우 옥택연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계에서는 무명배우랑 다를 바 없어요. 영화감독님들은 제가 누군지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자마자 ‘넌 누구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저를 못 알아보시는 것에 대한 실망감은 없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옥택연은 그룹 2PM 데뷔 10년 만에 다시 신인이 됐다. 데뷔작 ‘결혼전야’ 이후 약 4년 만의 스크린 복귀. 비중은 적지만 임팩트만큼은 강력한 캐릭터로 영리한 도전에 나섰다. 영화 ‘시간위의 집’(감독 임대웅)은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25년간 수감생활을 마친 미희(김윤진)가 사건이 발생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옥택연은 극 중 미희의 결백을 유일하게 믿는 최신부 역으로 극의 핵심 전개를 이끌었다.

“직업은 신부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스토리텔링이에요. 사제복 입은 탐정 같은 역할이죠. 사실 연기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캐릭터 톤 조절이었어요. 진중하지만 너무 어둡지 않게 보이고 싶어서 연기할 때는 톤을 살짝 올려서 밝은 느낌을 넣었어요. 근데 또 너무 밝으면 보험 영업하러 온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그 중간선을 맞추느라 여러 버전으로 촬영해야 했죠.”

‘시간위의 집’은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으로, 25년 전후를 넘나드는 시간적 배경이 특징인 영화다. 다만 시간의 균열과 오컬트 스릴러란 다소 생소한 설정 탓에 단번에 스토리를 이해하기엔 어려울 수 있는 작품. “저도 대본을 세 번 읽었어요. 특히 시공간이 열리는 장면,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죠. 근데 동시에 그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이런 스릴러는 설정상 오류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아무리 찾아도 허점이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옥택연이 ‘시간위의 집’을 선택한 건 김윤진의 영향이 컸다. 미국에 살 때 ‘로스트’에서 활약하는 김윤진을 보며 힘을 얻었다는 것. “한창 정체성 혼란으로 힘들었을 때 우연히 ‘로스트’를 보게 됐는데 어떤 한국 배우가 너무 멋있게 연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 때 김윤진 선배님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런 선배님과 같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죠.” 실제로 촬영장에서 만난 김윤진은 옥택연이 '로스트'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선배였다. 그는 “큰 그림을 보는 법을 배웠다”며 김윤진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배운 게 너무 많지만 제일 인상적인 건 큰 흐름을 보는 법이에요. 극 중 최신부가 늙은 미희 집을 방문해서 커피 한 잔만 달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있어요. 원래 대본에서는 미희가 커피를 줘요. 근데 선배님이 커피 말고 물을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물로 바꾸니까 미희의 홀대에 무안해하는 최신부 표정이 훨씬 잘 살더라고요. 작은 설정이 바꿔놓는 기류가 얼마나 큰지 느낀 인상적인 경험이었죠.”

영화 한 편으로 진심을 나누는 선후배가 된 건 옥택연의 여유로운 성격 역시 한 몫 했다. 그는 ‘연기돌’이란 수식어에서 자연스레 따라붙는 편견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 “아무래도 저는 가수에서 배우로 넘어온 사람이라 편견을 갖고 계신 선배님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 밝고 장난스럽게 다가가는 편이에요. 다행히 김윤진 선배님이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죠. 사실 저도 김윤진 선배님께 진짜 고마웠던 부분이 있는데 촬영 중에 식사시간을 꼭 지켜주신 거예요. 이게 사소해보이지만 아직 의견을 내세울 만한 입장이 아닌 저로선 그런 배려가 너무 감사했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분들 다 똑같이 느꼈을 거예요. 배우로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사람들에겐 한없이 부드러우시고, 본받고 싶은 분이죠.”

사실 옥택연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연기 데뷔를 한 이후 ‘드림하이’, ‘후아유’, ‘참 좋은 시절’, ‘싸우자 귀신아’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했고 어느덧 8년차 배우가 됐다. 하지만 영화는 ‘결혼전야’에 이어 두 번째 도전. 그는 허무맹랑한 욕심 대신 소소한 성취에 따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인이라 ‘시간위의 집’으로 많은 걸 바랄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두 번째 작품이니까 소포모어 징크스만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분명 좋은 영화라는 자신감은 있어요. 어쨌든 한동안 옥택연 최신작으로 남을 테니까 팬들에게 당당히 남길 수 있는 선물이란 면에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사진=JYP엔터테인먼트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옥택연은 배우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물론 연기란 ‘꽃길’만은 아니었다. 그 역시 연기자로서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과정을 견뎌내는 중이었다. “배우들은 다 그렇겠지만 ‘나의 인생 캐릭터는 뭘까, 언젠가 만날 수 있긴 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스스로를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잘하는지, 또 못하는지 동시에 볼 줄 알아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근데 아직 전 제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겠죠.”

이처럼 연기를 대하는 옥택연의 자세는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았다. 배우로서의 길에 대해 나름 깊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의 시작은 아이돌 가수다. 지난 2008년 2PM으로 데뷔해 ‘짐승돌’이란 별명을 가장 처음 만들어냈고, 한 때 가냘픈 꽃미남들이 휩쓸었던 가요계 판도를 180도 바꿔놓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가수로서 승승장구 하던 중 가장 먼저 연기 도전을 하게 된 건 옥택연이었다. “제게 ‘영화가 좋냐 가수가 좋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만약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둘 다 좋다'고 할 수 있잖아요? 연기랑 가수는 절대 병행할 수 없어요. 근데 전 연기를 할 땐 가수가 그립고, 또 가수를 하다보면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둘 다 놓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멤버들이 각자 다른 분야에서 잘 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2PM으로 뭉쳐보자' 그런 이야기는 나눠요. 근데 아마 군대 때문에 좀 걸릴거예요.”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옥택연에게 2017년은 조금 특별하다. 1988년생인 그는 올해 서른 살이 된 동시에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것. 앞서 허리 디스크로 공익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과 치료를 병행하며 현역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물론, 입대를 위해 미국 영주권까지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옥택연은 “특별할 게 없다”며 “남들 다 가는 건데 대단한 일로 비치는 것 같다”고 겸연쩍어했다.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는데 굳이 현역을 피해가는 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현역으로 다녀와야 스스로에게 떳떳할 것 같았고요. 특별하게 기사화됐지만 저도 군대 가기 전에 뭘할까 고민하는,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에요. 사실 입대 전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자전거 오랫동안 타본 적 없으면 하지마라. 엉덩이 다 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마 인천에서 택시타고 돌아올 걸?’이라고 하길래 안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하하. 그래도 가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볼 생각이에요.”

서른 살은 일반적으로 과도기다. 누군가는 아직 젊다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으라지만, 새로운 일에 선뜻 도전하기란 쉽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옥택연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가 고민 끝에 찾아낸 서른 살을 위한 처방은 사소한 행복찾기였다. “20대를 돌아보니까 너무 정신없이 일만 했더라고요. 가수로 살면서 포기했던 부분들이 있는데 30대엔 그런 걸 다 챙겨볼 생각이에요. 특별한 게 아니더라도 중요한 것들 있잖아요. 롯데월드에 간다든지, 연애나 소소한 데이트를 한다든지 그냥 정말 평범한 것들요. 그래서 일부러 패키지여행 같은 걸 다니기도 했어요. 일상적인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인생을 참 행복하게 만들더라고요. 소소한 행복을 찾는 서른 살, 또 30대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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