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서 매력만점 사기꾼으로 이미지 변신

슬럼프, 새로운 연기스타일로 돌파구 찾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연기 보여주고파

배우 임시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NEW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0년 그룹 제국의 아이들이 데뷔했을 때 숫기없는 임시완이 배우로 성장하리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이돌이었던 그는 무대 밖에선 임팩트 있는 연기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모범 청년’이란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가 이번엔 발칙한 대국민 사기극에 나섰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을 향한 대중의 반응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MBC ‘왕은 사랑한다’ 촬영 중이라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리뷰나 기사를 미처 챙겨보지 못했다며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원라인’은 국내 최초로 작업 대출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평범한 대학생 민재(임시완)는 어느 날 우연히 작업 대출 세계에 뛰어들고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하게 된다. 민재는 대출 불가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의뢰를 받으면 은행을 속여 거액을 빼내는 일명 ‘작업 대출’의 고수. 사람들은 민재의 호감형 외모에 홀딱 속아 의심 없이 말려든다. 임시완은 순진한 눈빛으로 태연히 남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그동안 고수해온 모범 청년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버렸다.

“사실 어떤 의미에선 제가 진짜 사기꾼이에요. 많은 분들이 반듯한 이미지로 기억해주시는데 제가 마냥 착한 사람은 또 아니거든요. 물론 저는 이미지로 소비되는 연예인이니까 그걸 굳이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데 어떻게 매번 순하기만 하겠어요?” 시작부터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내던 임시완은 “성격이 작품을 따라가는 편인데, 아직 ‘원라인’ 민재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해서 그렇다”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원라인’을 택한 이유를 묻자 “감독님의 칭찬에 깜빡 속아 넘어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감독님이 첫 대본 리딩 때부터 촬영 끝날 때까지 ‘네가 최고다’, ‘연기를 누구보다 잘한다’ 칭찬을 엄청나게 해주셨어요. 오죽하면 다른 분들 앞에서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에요. 칭찬에 약한 스타일이라 거기서 홀라당 넘어간 것 같아요.”

극 중 임시완은 후줄근한 후드티를 대충 걸친 대학생부터 명품 수트를 입은 사기꾼까지 폭넓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가장 고민된 건 접근법이었다. 그는 태연히 사기를 저지르는 사기꾼의 심리부터 이해해야했다. “민재는 너무 확고한 신념이 있어요. 다만 뭐가 맞고 틀린지 분간하지 못하는 친구죠. 그래서 연기를 하는 제 스스로 합리화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내가 이렇게 사기꾼이 된 건 내 의지가 아니라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거라고 수도 없이 제 자신을 설득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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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탄생한 임시완표 사기꾼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모범생 같은 해맑은 얼굴이 사기와 만나자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고 홀릴 수 있는 완벽한 캐릭터가 됐다. 이미지만 변신한 게 아니다. 임시완은 이번 영화를 통해 180도 다른 연기 스타일을 데뷔 후 처음으로 시도했다.

“사실 최근에 연기하는 게 즐겁지 않았어요. 물론 좋은 평을 들으면 희열을 느끼지만 연기하는 과정 자체는 압박감의 연속이었거든요. 어느 날 문득 이런 식으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연기를 오래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원라인’ 촬영을 시작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연기스타일을 완전히 탈피해보려고 했죠. 예전엔 연기할 때 밑그림부터 색칠까지 완벽하게 상상해서 그대로 현장에 갖고 갔는데 이번엔 밑그림만 살짝 그린 상태로 촬영장에 갔어요. 한마디로 좀 더 즉흥적이고 유동적인 연기를 한 거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의미한 작업이었어요. 저는 신인이잖아요. 실패가 두렵다고 해서 안정적인 방식만 찾다보면 발전은 없을테니까요. 한동안은 바뀐 연기 스타일을 특화시켜서 고수해볼 생각이에요.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죠.”

연기 고민이 많았던 시기 찾아온 ‘원라인’은 임시완에게 재미있는 습관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상대배우를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고민의 시기를 거치면서 선배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연기하시는지 분석하게 됐거든요. (박)병은이 형을 필두로 선배님들이 실제로도 너무 재밌으세요. (이)동휘 형의 애드리브는 정말 따라갈 사람이 없고, 진구 형도 진짜 푸근하죠. 저는 신인이니까 사소한 계기만 있어도 쉽게 긴장할 수밖에 없는 위치인데, 그런 긴장을 느낄 새도 없이 다들 편하게 대해주셔서 촬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았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연기를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새로운 연기 방향을 찾기도 했고, 따지고 보면 얻은 게 참 많은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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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우로서의 커리어만 놓고 본다면 임시완은 이미 정점을 찍은 셈이다. 앞서 그는 스크린 데뷔작 ‘변호인’(2013)을 통해 천만 돌파는 물론 연기력 호평까지 얻으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오빠생각’(2016)이 106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쳐, 흥행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터였다. “천만을 경험해봤지만 그 숫자가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원라인’도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지 모르겠지만 그 숫자에 부끄럽지 않을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근데 제 연기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원라인’ 개봉에 이어 올해 MBC ‘왕은 사랑한다’로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그러고보면 2017년은 임시완에게 특별한 해다. 소속사 이적, 그리고 군입대로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 1988년생인 그는 올해 군입대가 유력하게 점쳐졌던 스타 중 한명이었다. 이에 대해 묻자 “해결하지 못한 밀린 숙제 같다”며 현재 촬영 중인 ‘왕은 사랑한다’를 마지막으로 입대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더불어 현재 군복무, 개인활동으로 흩어진 ‘제국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광희가 입대하기 전에 통화를 했었어요.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보자고 했더니 볼 시간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휴가 나오면 보자고 했어요. 실제로 다들 굉장히 친해요. 각자 군대 때문에 완전체로 모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제국의 아이들’이 해체한 건 아니에요. 심지어 저는 개인적으로 가수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애초에 노래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여전히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하다못해 OST나 팬미팅 때 잠깐이라도 노래 부르는 모습은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소속사 이적부터 군입대까지 배우로, 또 서른 살 청년으로 인생의 굵직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임시완은 두려움보다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 여유가 묻어났다. “제 인생이 기대되는 건 앞으로 다가올 순간들 때문이에요. 살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작품도 기대되고, 그 이후에 제가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으로 변할지 역시 기대돼요. 덕분에 30대가 된 것도 군입대로 생길 공백도 두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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