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 통신]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6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된 가운데 나홍진 감독의 ‘곡성’(사진)이 올해의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호성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대표는 리들리 스콧이 제작자로 있는 스콧 프리 프로덕션으로부터 ‘곡성’의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이 사실을 시상식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은 몰랐다는 것.

이어 김대표는 “오늘 영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박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에 참여한 프로덕션에서 리메이크 하고 싶다더라”라며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이건 나홍진 감독이 아니면 못 만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나홍진 감독은 “잘 하셨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작품상과 함께 감독상도 탄 ‘곡성’(나감독이 각본도 썼다)은 작년에 한국에서 개봉된 스릴러 드라마다. 작은 마을 곡성에 외지인(일본 배우 쿠나무라 준)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을 놓고 경찰(곽도원)과 무속인(황정민)까지 동원돼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나는 귀신 도깨비 영화 팬이 아니고 영화가 한국영화 특유의 잔인성과 폭력이 자심하지만 아주 잘 만들었다. 이 영화는 LA 타임스 등 미 신문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수출인 리메이크는 국위선양과 국익에도 크게 기여한다. 할리우드의 리메이크하면 대뜸 생각나는 영화가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도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걸작 ‘7인의 사무라이’(Seven Samurai?1954)다. 이 영화는 ‘O.K.목장의 결투’와 ‘건힐의 마지막 열차’ 같은 웨스턴을 잘 만든 존 스터지스 감독에 의해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으로 리메이크 돼 빅히트를 했다. 서부영화를 본 쿠로사와는 만족해 스터지스에게 일본도를 선물했다고 한다.

‘황야의 7인’은 작년에는 덴젤 워싱턴과 이병헌이 나오는 신판으로 다시 만들어져 성공했는데 ‘황야의 7인’이 거론될 때마다 따라 붙는 이름이 ‘7인의 사무라이’다. ‘7인의 사무라이’없는 ‘황야의 7인’은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유명한 리메이크가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하고 무명씨나 다름없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대뜸 스타로 만들어준 ‘황야의 무법자’(Fistfull of Dollars?1964)다. 이 영화 역시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미후네가 나온 사무라이 영화 ‘요짐보’(Yojimbo?19561)가 원작이다. ‘요짐보’는 1996년에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1996)으로 리메이크 됐다. 그러니까 ‘황야의 무법자’가 재 상영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요짐보’다.

이 밖에도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역시 미후네가 주연한 또 다른 사무라이 영화 ‘숨겨진 성채’(The Hidden Fortress?1958)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 워즈’의 모태가 된 영화다. 또 쿠로사와와 미후네 콤비가 만든 ‘라쇼몬’(Rashomon?1950)도 폴 뉴만 주연의 ‘분노’(The Outrage?1964)로 리메이크 됐다.

할리우드가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주부 장 가방이 나온 프랑스의 시적 사실주의 작품인 ‘페페 르 모코’(Pepe le Moko?1937)는 바로 그 다음 해 샤를르 봐이에와 헤디 라마 주연의 ‘알지에’(Algiers)로 리메이크 됐다. 그리고 마틴 스코르세지가 오스카 감독상을 탄 ‘디파티드’(The Departed?2006)는 홍콩영화 ‘무간도’(The Internal Affairs?2002)가 원작이다.

한국영화도 몇 편 할리우드에 의해 리메이크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3년 스파이크 리가 감독하고 조쉬 브롤린이 주연한 동명영화로 리메이크 됐으나 비평가들의 악평과 함께 흥행서도 참패했다. 이 밖에도 ‘시월애’ ‘장화, 홍련’ ‘엽기적인 그녀’ 등도 리메이크 됐다.

김대표와 나감독이 한국인이 만든 토속적인 원작의 뜻을 외국인이 제대로 소화를 못할 것이 두려워 ‘곡성’에 대한 실력 있는 미 제작사의 리메이크 제안을 거절하고 동의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라도 그 제안에 응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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