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서 돌담병원 직원 우연화 역 맡아

"'노숙녀' 별명 마음에 들어… 사람들 반응에 즐거웠죠"

"롤모델 서현진, 이번 작품 통해 사랑하게 됐어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서은수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박카스걸'부터 '질투의 화신', '낭만닥터 김사부' 출연까지 불과 1년 사이 그가 이룬 성과다. 수수한 이미지로 눈도장을 찍은 뒤 한 계단씩 올라왔지만 분명 신인으로서 디디기엔 가파랐을 한 걸음 한 걸음이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로 두번째 작품을 마친 서은수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작년 1, 2월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좋은 광고를 통해 시청자분들께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복이 주어졌고, 연이어 두 작품을 하게 됐어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제게 2016년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해였거든요.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지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카스 광고 속 콜센터 직원으로 등장해 존재감을 알렸던 서은수는 이후 두 편의 대작에 연달아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질투의 화신'과 '낭만닥터 김사부'다. 어떤 이는 행운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디션으로 떳떳이 따낸 배역. 당초 주연 표나리와 윤서정 역에 지원했던 서은수는 두 작품에서 모두 중국 출신 캐릭터를 맡게 되는 우연을 맞았다.

"표나리·윤서정 공통 오디션을 본 뒤 리홍단과 우연화 역에 캐스팅된 거였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어렵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더 끌리기도 했고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죠.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다시 한번 조선족 캐릭터를 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작가님이 이미 7~8년 한국생활을 했기 때문에 말투에 대해선 신경 쓸 필요 없다며 편하게 가라고 하셨어요. 덕분에 캐릭터가 중복된 느낌은 없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부담감은 어마어마했다. 서은수는 "대선배님들과 함께한 작품이었고, 너무 잘 차려진 상이었기 때문에 절대 누를 끼치면 안 돼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현장에 가면 늘 부족함 덩어리였고, 준비한 것도 잘 발휘하지 못했다. 120%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진땀이 흐르는 촬영장에선 먼저 다가와 주는 선배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낭만닥터 김사부'의 배우 서은수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신인으로서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늘 구석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면 선배들이 먼저 다가와 주셨죠. 유연석 선배는 '우리 연화, 뭐했니?'라면서 장난을 많이 치셨는데 그게 그렇게 긴장이 풀릴 수가 없어요. 제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자상하게 챙겨주셨죠. 그게 굉장히 힘이 되고 유쾌했어요."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서현진의 뼈 있는 조언이란다. 서은수는 '평가받기 위한 연기를 하지 말고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고 당당해질 수 있는 연기를 하라'는 서현진의 조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제가 카메라 앞에선 '실수하면 난 죽어버릴 거야', '정말 잘해야 돼'라는 생각을 하고, 실수를 하면 '난 망했어', '난 정말 바보야' 하고 자책을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서현진 선배는 '그럴 필요 없다. 네가 만족해야 편안한 연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그게 답인 것 같아요. 신인이라는 건 사실 핑계인가 봐요. 전 경험도 많이 없고, 부족한 게 너무 많았어요. 어머, 진짜 연화 대사 같아요.(웃음)"

우연화와 평행 이론을 달리는 서은수의 싱그러운 매력을 미워하기란 쉽지 않았다. 촬영 현장을 떠올리는 표정과 손짓에서 그가 느꼈던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서은수의 다채로운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팬들에겐 고마운 작품이었다. 강렬했던 첫 등장은 그에게 '노숙녀'라는 새 별명을 안겼고, 꾀죄죄한 행색에도 러블리함이 넘치는 모습은 '인생 짤'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노숙녀라는 별명이 너무 좋아요. 20대에 불리기 쉽지 않은 이름이잖아요. 사람들이 '숙자'라고 하길래 '왜 나 보고 숙자라고 부르지?' 싶었는데 노숙자를 줄여서 그렇게 부르더라고요.(웃음) 또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렸을 때가 더 예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메이크업 돌아와라'라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래서 화장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었어요."

몸을 회복한 뒤 돌담병원의 허드렛일을 도맡게 된 연화의 모습은 서은수의 데뷔 전 일상과도 꼭 닮았다. 외모만 보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을 것 같지만 배우의 꿈을 꾸며 19세 이른 나이에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고, 음식점부터 베이커리, 카페, 미술관, 모델 아르바이트까지 안해 본 업종이 없다.

"부모님께서 지원을 안 해주신 건 아니지만 부담을 드리기 싫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음식점 일이에요. 프로필 촬영을 위해 돈을 모으는데 수십만원이 부족했죠. 그래서 '빨리 프로필을 돌려야 돼. 갈 길이 멀어'라면서 열심히 철판을 닦았어요. 연화의 초반 모습이 물걸레질을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던 그때와 비슷해서 참 좋더라고요."

중국 국적의 영양실조 환자였던 우연화가 실은 일반외과 레지던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활약상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돌담병원의 허드렛일을 돕는 알바녀부터 동주(유연석)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풋풋한 모습, 외과의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까지 한 편의 성장담을 탄생시킨 강은경 작가에게 서은수는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님께서 연화라는 인물을 너무 아름답고 점점 성장하는 인물로 만들어주셨어요. 연화가 매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님의 사랑을 느꼈죠. 너무 감사해서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다행히 종방연 파티 때 뵙게 돼서 얘기를 나눴어요. 다시는 그런 작가님을 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작가님을 만난 것 같고,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연화가 그랬듯 서은수도 좋은 배우로 성장하는 중이다. 늘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신랄한 자기비판을 일삼는 것 역시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서현진을 꼽으며 한층 더 성숙해지고 싶다고 밝혔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하면서 서현진 선배를 사랑하게 됐어요. 연기할 땐 사람을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묘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것 같았어요. 불이 꺼졌을 땐 더 배가 됐고요. 스태프들과 지내는 모습,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 등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꼭 저런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현진 선배처럼 유연하고 완벽한 여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섯 편의 광고와 두 편의 드라마로 2016년을 꽉 채운 서은수는 새해에도 '열일'을 꿈꾼다. 작품 종영 뒤 휴식 시간조차도 허무하고 아깝다는 그는 연기 자세에 있어서도 마음가짐을 달리 먹기로 다짐했다.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스스로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진 그러지 못한 것 같거든요. 스스로에게 늘 부족함을 느끼고 늘 엄격하게 혼냈다면, 이젠 저 자신을 믿고 갈 만큼 뚜렷하고 강단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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