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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더 킹'의 배우 배성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베테랑', '더 폰', '특종', '내부자들'까지 한국영화 풍년을 이끈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손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 함께했고, 소처럼 묵묵히 열일하며 동료들과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더 킹' 배우 배성우의 이야기다.

"작품 속 분량이 늘어나다 보니 작품 수는 줄고 있거든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몰입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다작도 좋지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성우는 '다작 요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이젠 소작농으로 바뀌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2014년, 또 그 이전 촬영한 작품들이 동시기 개봉을 맞은 덕이라며 직접 모범생 탈을 벗는 그는 먼저 '더 킹'의 흥행 호조에 감사를 전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관객분들이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한시름 놨다가 걱정하다가를 반복하고 있어요."

흥행 돌풍에도 걱정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더 킹'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난 한재림과의 만남부터 명품 배우진과의 호흡, 풍자로 꽉 찬 시나리오까지 부족할 것이 없었다. 특히 시사회를 찾은 동료 배우들의 반응에는 어깨가 으쓱했다고.

"김우빈, 김기방, 이광수가 영화를 보고 나서 '부럽다', '나도 이런 작품 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좋은 영화를 보면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정말 좋았다는 말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배성우와의 친분으로 특별출연에 응한 고아성도 영화에 박수를 보냈다. 평소 남다른 감식안을 자랑한다는 고아성도 '더 킹'의 열렬한 'N차 관람' 관객 중 한 명이다.

"고아성은 굉장히 까다로운 여자예요.(웃음) 그래서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했죠. 그런데 그렇게 까다로운 여자가 굉장히 호평을 하더라고요. 시네필인 고아성 어머니께서도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하고요. 고아성이 저한테는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인데, 오늘 또 봤다고 하더라고요. 다시 보니 영화 전체가 읽혀서 더 좋았다고 하고요."

  • 영화 '더 킹'의 배우 배성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극 중 배성우는 대한민국 권력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보좌하는 전략부 배후의 핵심인물 양동철 역을 맡았다. 사람 좋은 얼굴로 대학교 후배인 태수(조인성)를 권력의 세계로 이끄는가 하면, 권력판 위 갖은 악다구니를 쓰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진가를 증명했다. 순박하고 어눌한 듯 하지만 이 얼굴에서 속물근성 넘치는 표정도, 소름 끼치도록 매몰찬 표정도 시시각각 튀어나온다. 배우들 간 앙상블도 앙상블이지만, 그가 선보인 극명한 이중성 연기에 호평이 잇따랐다.

"아무래도 성격적으로 서스펜스가 있는 인물이니까요. 친절하고 편안해 보이지만 어떨 때는 날을 세우고 사납게 돌변하잖아요.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많아서 캐릭터에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배성우가 맡은 인물이 착한 인물인지 나쁜 인물인지 추리하는 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는 잔재미가 됐을 정도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다. "착한 친구인데 눈빛을 볼 때마다 변태스러움을 느낀다"는 박성웅의 말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그의 색깔을 단정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성우의 캐릭터 연기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는 "사람한테는 여러가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할 때와 싫어하는 사람을 대할 때,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또 여러 가지 많은 정서와 상황들이 있잖아요. 교과서적인 얘기이긴 한데 그런 상황에서 제가 느꼈을 법한 감정을 갖고 몰입해요. 그 외에 특별한 건 없어요."

별다를 것 없이 정직한 답이 돌아왔지만 변화무쌍한 얼굴은 역시 배우의 능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상력에 근거해 있었다. 배성우를 비롯해 배우들 모두가 열중해 새 얼굴을 만들어냈기에 '더 킹'이 그리는 인간군상도 이토록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 다만 완벽해 보이는 '더 킹' 팀도 한 테이크에 일희일비하고, 매일을 술로 보냈다는 건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였다.

"촬영할 때 굉장히 재밌긴 했는데 감독과 배우 모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에요. 늘 '우리 자신과의 승부다'라며 촬영에 들어가고, 촬영이 끝나면 '어땠어? 이겼어, 졌어?'라고 말하죠. 저희 느낌이긴 하지만 오늘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이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뭔가 못 건진 것 같은 날은 나라가 망한 것처럼 슬퍼하고, 잘 건진 날은 통일을 이룬 것처럼 기뻐했죠. 기쁠 때는 술을 먹고 슬플 때도 술을 먹었어요.(웃음)"

특히 궁지에 몰린 태수가 동철을 찾아오는 신은 '뭔가를 못 건졌다'는 배우들의 의견 하에 재촬영에 들어갔다. 첫 촬영날 영화의 후반부 장면을 찍어야 했기에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았다고 털어놓았다.

"동철이 태수를 몰아붙이는 장면인데 첫날 이걸 찍으려다 보니 저도 그렇고 조인성, 한재림 감독도 '결'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그때가 2월이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다 보니 제 머리카락이 엄청 흔들리는 거에요. 감정적으로 격한 신이었는데 머리카락이 신 스틸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흔들리지 말라고 스프레이를 뿌렸더니 머리카락이 깻잎처럼 굳어서… 너무 이상했어요. 감독님은 이 신의 목적은 달성이 됐다고 얘기했지만, 저희는 그 안에 엣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죠."

그래서 서너 달이 흐르고 제대로 결을 쌓은 뒤 재도전에 나섰다. 배성우는 "전에 찍었던 신과 상대평가가 되니 그때 찍었던 것보다 100% 낫다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게 마무리한 신이었다"며 만족했다.

  • 영화 '더 킹'의 배우 배성우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비교적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배성우는 소위 말하는 벼락스타는 아니다. 연극 무대에서만 10년 넘게 자신을 담금질하고, 롤을 가리지 않고 40여개의 작품에 뛰어든 그에게 "그간의 노력을 보답받는 느낌이 들겠다"고 묻자 그는 "관객분들이 찾아주시고 캐스팅도 들어오고 개런티도 입금되고 모두 다 고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극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굉장히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시작부터 좋은 역할에 좋은 작품을 많이 했거든요. 항상 모든 공연을 즐겁게 했죠. 영화도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알려진 건 고맙지만,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모두 같아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권력판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비튼 '더 킹'이 그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물었다. 독립운동가 신영호 선생의 외손자라는 사실이 조명되며 더욱 관심을 모은 배성우에게 어느 정도의 부담감이 수반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자신의 배경보단 오롯이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는 천생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자유도 권리도 있잖아요. 영화의 표현도 마찬가지고요. 전 그저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배우들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할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크고, 아직까지 더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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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2/01 07:00:24   수정시간 : 2017/02/01 14: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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