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Paterson) ★★★★(5개 만점)패터슨은 뉴저지 주의 한 작은 도시의 이름이다. 그리고 도시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패터슨은 버스 운전사이면서 시인이다. 도시와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바치는 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헌사는 미 인디영화의 탁월한 감독 짐 자무시가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꾸밈이라곤 없는 소박하고 로맨틱하며 명상하는 듯한 작품으로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보통 사람의 다소 지루한 삶의 속 깊은 곳에 있는 풍요와 기쁨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담담하게 시처럼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것의 미학과도 같다.

예술적 혼이 가득한 아름답고 명랑한 아내 로라(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와 영국 불독 마빈과 함께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패터슨(애담 드라이버)의 일상은 단조로울 정도로 똑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옆에 누운 로라를 바라보고 이어 로라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싸들고 걸어서 버스종점으로 간다.

버스가 떠나기 전 패터슨은 갖고 다니는 노트에 떠오르는 시상을 적는다. 그리고 버스를 몰면서 다양한 승객들의 대화를 듣고 거기서 또 시상을 얻는다. 점심 땐 자기가 좋아하는 패터슨폭포를 찾아가 점심을 먹으면서 또 시를 쓴다. 그리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로라가 그를 반갑게 맞는다. 이어 패터슨은 저녁을 먹고 마빈을 데리고 근처의 바에 들러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로라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매일이 똑 같다.

패터슨과 로라는 전연 성격이 다르다 패터슨은 과묵하고 조용한 반면 로라는 쾌활하고 진취적이다. 집의 커튼과 자기 옷을 아름다운 무늬로 칠하고 예쁜 컵케이크를 만들고 또 컨트리싱어가 되겠다면 기타를 사 치고 노래한다. 로라가 걱정하는 것은 패터슨이 시를 적은 노트를 잃거나 훼손되는 것. 그래서 틈만 나면 패터슨에게 시를 복사를 해놓으라고 종용하나 패터슨은 시를 출판할 생각이 없어 별 신경을 안 쓴다.

이런 패터슨의 반복되는 삶이 마치 시의 각운과 노래의 후렴처럼 순환하는데 패터슨의 시는 시인 론 패젯이 쓴 것이다. 매우 깊고 아름다운데 여느 시처럼 라임을 갖추진 않았다.

평범하고 단조롭고 무상한 것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극적 리듬이 없는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단조로움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에피소드가 좋다. 하나는 열 살 정도 난 소녀가 자기가 쓴 시를 패터슨에게 읽어 주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패터슨을 방문한 일본인 시인(마사토시 나가세)과 패터슨이 패터슨 폭포 앞에서 나누는 대화. 그러나 패터슨이 찾아간 바에서 짝사랑에 시달리던 흑인남자가 총을 휘두르는 에피소드는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초가을 일주일간의 패터슨의 하루하루를 주도면밀하면서도 너그러울 정도로 서정적으로 그린 영화는 드라이버의 차분하고 조용한 연기로 빛난다. 현자의 모습이요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을 정적으로 표현해 감동적이다. 그는 필자가 속한 LA영화비평가협회(LAGFCA)에 의해 2016년도 최우수 주연배우로 뽑혔다. 촬영도 곱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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