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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킹'의 배우 류준열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잘생김을 연기했다는 '응답하라 1988'의 대히트 이후 류준열의 행보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이를 두고 라이징 스타를 향한 업계의 러브콜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글로리데이'부터 '로봇, 소리', '계춘할망', '양치기들', '더 킹', '택시운전사'까지 그는 '응팔' 출연 이전 직접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따냈고, 철저히 준비된 신예의 얼굴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로 작품마다 색다르게 변화했다. 이번에는 '더 킹'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들개파의 실력자로 돌아온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 킹'의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첫 상업영화 개봉을 맞은 그는 "제 영화라 그런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편하게 보긴 어렵더라"라며 수줍은 관람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검찰 구조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간 형사, 경찰을 다룬 작품은 많이 봤는데, 검찰을 다루는 뉴스나 영화는 못 봐서 익숙한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고 추측 아닌 추측을 할 수 있었죠. 덕분에 신선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책방에서 '5+1'으로 빌린 만화책도 이틀 내에 읽지 못하고 반납하기 일쑤인 류준열이지만 '더 킹' 시나리오만큼은 술술 읽혔단다. 극 중 들개파의 실력자로 분해 강렬한 액션과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는 그에게 "자칫했다간 혹평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며 촬영 전 부담감에 대해 묻자 그는 "그런 부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고 답했다.

"감독님, 선배들에게 '본질은 감정'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어차피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네이티브처럼 사투리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사투리보단 감정에 충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관객분들도 이해하겠다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전라도분들만 영화를 본다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내려놓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뿐이에요."

자칫하면 튀어나온 못처럼 생소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등 세 검사들 사이 유일한 조직원 캐릭터를 맡은 류준열은 디스어드밴티지를 이겨내고 극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에 대해 그는 누가 검사고 누가 조직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인간군상 덕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평소 배역이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걸 중시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튀면 튀는 대로 안 튀면 안 튀는 대로 준비했어요. 인물 자체가 조폭이라 튀어보이는 게 당연하고, 성향 면에서도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등장인물들과는 달랐어요. 두일은 표현도 잘 하지 않고, 외롭고,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니까요. 너무 따로 노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미 쓰여진 캐릭터가 그랬기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갖은 희로애락과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검사들과 비교했을 때 두일에게서 왠지 모를 인간미를 느꼈단다. 류준열은 감정 표현에 서투른 두일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선배들은 대사 자체가 임팩트가 있을뿐더러 감정 표현을 다 해요. 내가 대한민국이고, 왜 역사를 모르냐며 대놓고 얘기하죠. 이 와중에 두일이는 말수도 없고 자기표현을 안 하잖아요. 그런 점에선 두일이가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평소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면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지하철역, 길거리의 사람들만 봐도 그렇죠. 기쁨과 슬픔이 있다고 해도 웃거나 울면 미친 사람 같잖아요. 두일은 그것에 가까웠던 인물인 것 같아요. 그게 인간적이었고, 저와 닮아있는 지점이었어요."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관찰력은 캐릭터를 설명하는 한마디 한마디에서도 가감없이 드러났다. 태수를 서포트하는 한편 어둠의 자리에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려는 두일에 대해 류준열은 "야욕이 있는 인물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잖아요. 좋게 말하면 꿈이고 나쁘게 말하면 야욕이 되죠. 그런데 어린 친구들이 대통령이 꿈이라고 했을 때 야욕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욕망에 경중을 따지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구에게는 욕망이 몇십억 몇천억일 수도 있고, 누구에겐 안정적인 직장이나 행복한 가정일 수도 있죠. 그래서 두일 역시 자신의 수준과 가치관에 맞게 선택한 길을 충실하게 가려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해요."

  • '더 킹'의 배우 류준열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류준열의 야욕은 뭘까. 솔직하고 발칙한 답변을 겨냥한 기자의 야욕에 그는 "오늘 인터뷰와 무대인사를 잘 마치고 침대로 돌아가는 게 저의 야욕"이라며 싱거운 대답을 내놓았다. 이에 집요하게 달라붙자 그는 "저한테 야욕이라는 표현은 잘 안 맞는 것 같다"면서도 "제가 지향하고 있는 나눔, 꿈꾸는 세상에는 엄청난 욕심이 따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롱 런이란다.

"오래오래 활동하는 게 목표에요.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만 하더라도 2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선배들이잖아요. 롱런하는 선배들을 보면 굉장히 존경스러운 지점이 있더라고요. 전 햇수로 겨우 3년 차지만 이 시점에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아요."

'더 킹'을 통해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호흡한 류준열은 특히 첫 대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배우의 꿈을 꾸기 전부터 스타였던 선배들이었기에 "당연히 '쫄림'이 있었다"며 웃었다.

"첫 대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긴장감은 있었지만 되게 재밌었던 현장이에요. 이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가 이런 식으로 다가오는구나 싶어 좋은 경험이었죠. 태수가 한강식을 처음 봤을 때 느낌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관객분들이 정우성을 바라볼 때의 느낌과도 비슷한 것 같고요."

비주얼로는 탑을 달리는 배우들 사이에서 류준열은 또 한 번 잘생김을 연기했다. '응답하라 1988'부터 '운빨로맨스', '더 킹'까지 속이 꽉 찬 캐릭터 연기로 보는 이들을 블랙홀 매력에 빠뜨리는 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점을 잘 아는 것 같다"고 묻자 "오히려 매력을 잘 몰라서 어렵다"며 차기작에서의 철저한 망가짐을 예고하기도 했다.

"매력보단 인물이 주는 설득력에 애를 썼어요. 또, 멋있어 보이려고 연기했다면 멋있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우연히도 '응답하라 1988' 정환이 이후에 그런 역할들이 있어서 한 건데, 앞으로 나올 영화들은 멋과는 거리가 있어요. '택시운전사'도 그렇고 '리틀 포레스트'도…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이상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은 안 나올 것 같아요."

  • '더 킹'의 배우 류준열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2016년은 류준열에게 쉴 틈 없는 한 해였다.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는 강행군에도 촬영장만 오면 늘 즐거웠다는 그에게 올해의 목표를 묻자 어김없이 일과 여행을 꼽았다. 소문 난 여행 마니아답게 후보지 물색에 여념이 없었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여행을 가겠다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은 기회만 된다면 어디든 다니고 싶어요.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팬분들이 여행 책, 맥북, 셀카봉까지 보내주셔서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어요. 지금 여행지 후보 몇 개 나왔고요.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어요. 여행 팀을 꾸려서 마치 영화 팀이 작품을 들어가듯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여행 이야기에 어느 때보다 눈을 빛내던 류준열은 마지막으로 '더 킹'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작품이지만 이를 본 관객들도 조금은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많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작은 소신조차 없는 국민이 많은 것 같아서요. 영화 속 마지막 메시지조차 투표를 하면 어떻겠냐는 건데, 사실 절반도 안 지켜지고 있잖아요. 무언가를 인지하고, 알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관객분들에게 꼬집어주고, 많은 분에게 이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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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1/25 07: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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