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영화 '더 킹'의 배우 정우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잘생긴 외모 덕에 늘 짜릿하다던 정우성은 불과 두세 달 사이 많이 바뀐 모습이었다. 거침없는 소신 발언은 여전했지만 사람들을 웃기려는 적극성이나 장난기 섞인 표정은 자취를 감췄고,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모습이 어떤 배우들보다 진중했다.

블랙리스트 꼬리표가 붙고 "박근혜 나와"라며 호기롭게 외친 뒤로는 그 역시 부담스러웠을 테다. 배우가 갖는 파급력을 생각해 사소한 언행도 조심스러웠던 정우성에게 이제 세상은 '소셜테이너' 등의 이름을 붙이고, 일부 단체는 영화의 보이콧을 외친다. 바쁜 홍보 일정으로 피곤한 그의 얼굴은 이 같은 상황과 겹쳐 꽤 짐스러워 보였다.

"짐이 많아진 건 아니에요. 전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혼자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내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했고 뭐든 만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었죠. 전 단지 함께 일하는 분들이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고, 국민 모두가 교감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더 킹' 개봉을 맞은 배우 정우성을 만났다. 일부 소음도 있었지만 개봉 1주차에 벌써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에 대해 그는 "경쾌한 출발이라 기분이 좋다"고 입을 열었다.

"'더 킹'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잖아요.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잘 공감시켜주고요. 감독의 의도나 배우들의 노력이 잘 전달됐다는 게 가장 기뻐요."

'더 킹'(감독 한재림)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상위 1% 권력자들의 생태계를 집요하게,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015년 '더 킹'을 촬영할 당시만 해도 시국은 지금과 같지 않았기에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용기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시대 정서를 담는 게 중요하잖아요. 모든 영화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시대가 가진 불합리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야 하죠. 늘 정치, 검찰 등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분노를 느꼈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더 킹'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더없이 좋았죠."

극 중 정우성은 권력 설계자 한강식의 추악한 민낯을 표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게 망가졌다. 이미지·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닌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어느 순간 보니 제가 현장에서 선배가 됐더라고요. 나이를 봤을 때도 기성세대로 접어 들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전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지 고민했어요. 사회의 불합리함을 얘기했을 때 바람직한 기성세대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 영화 '더 킹'의 배우 정우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정우성은 자신의 캐릭터가 가장 잘 표현된 장면으로 '일장 연설' 신을 꼽았다. 사회의 정점인 펜트하우스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세상의 순리를 따르라며 침을 튀기는 한강식의 모습에서 그 또한 깊은 분노를 느꼈다.

"모순된 모습이잖아요. 검사로서 지금과는 다른 역사의식을 갖고 정의를 구현하자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기득권층의 부역자가 되면 성공하고 잘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이건 공심을 저버린 사심이잖아요. 그 신 때문에 '이 새끼 무너뜨려야겠다' 생각했죠."

한강식의 일장연설을 보면서 모든 관객이 쓰라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정우성의 공감 능력 또한 그가 바라본 사회의 불합리함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그는 "제가 배우로서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지 고민한다면 공직자들은 세상과 어떤 교감을 하려 하는지 생각해봤다"며 영화와 닮아있는 현실에 쓴소리를 던졌다.

"문제점은 많은데 이를 고치려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승리자의 역사로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국민의 삶에 전혀 관심이 없고요. 그리고 이 싸움은 굉장히 불평등하잖아요. 우린 먹고살기 바쁜데 이들은 생계로 국민의 목을 쥐어짜고 있죠. 국민 개개인의 엄청난 능력으로 경제가 이만큼 발전했고 대한민국이 함께 가고 있는 건데, 이들은 기득권을 잡고서 그것을 계속 세습하려 해요. 바람직하지 않은 거잖아요. 이건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에요. 헌법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헌법이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게 되니까요. 그래서 불합리함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게 돼요."

당초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을 느꼈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건 공인으로서의 파급력을 경험한 뒤부터다. 정우성은 "작품 속 연기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발언은 무겁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면서 "'비트'를 본 청소년들이 나를 보고 담배를 피우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것을 보고 나선 배우로서 파급력이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건달 영화 출연도 기피했어요. 배우가 가진 파급력에 대한 책임의식은 꾸준히 갖고 있었죠. 하지만 각종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선이 분산됐고, 작품을 통해 사회의 불합리함을 얘기하는 데에도 소홀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그 안에서 내가 소통하는 대중과의 시대 정서와는 왜 이리 멀어졌지?'라는 자각이 생기더라고요."

자각이라고 말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어느 순간 각성한 느낌이다. 최근 연예뉴스 못지않게 사회 면에 자주 오르내린 정우성은 이에 대해 "배우라는 직업의 이해에 대한 확장, 가치관의 정립은 긴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 같다"며 "배우의 소통 방법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왔는데, 요즘 들어 그걸 확 느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영화 '더 킹'의 배우 정우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특히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 등 세계적 이슈에 대한 관심부터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사회적 발언까지 한결같이 올곧고 진취적이다. 이 같은 자신에게는 만족감을 느끼냐고 묻자 그는 "만족감보단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누구 나와'라고 했을 때 위험한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면 그런 확신이 들어요. 사실 절 지켜주는 건 절 바라보는 대중이라는 거요.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욱더 자신 있고 힘 있게 나갈 수 있고요."

  • 영화 '더 킹'의 배우 정우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정우성에게는 사회 변화를 향한 열망 외에도 꿈이 하나 있다고 한다. CF,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 간간히 연출에 참여했던 그는 오래전부터 입에 담았던 감독의 꿈을 구체화시키기로 했다.

"현재 구체화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그간 오랫동안 꿈을 얘기해왔지만 필요에 의해 그 시기를 늦췄거든요.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배우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느라요. 이젠 더 늦출 필요도 없고 늦춰서도 안 된다는 생각에 내년 정도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템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입봉작에서 어떤 아이템이 바람직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연애 생각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어느 때보다 스타 커플 탄생 소식이 빈번한 요즘 정우성에게도 가슴 설레는 로맨스가 있을까. 그는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스타들의 열애 소식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넘어가니까 부럽진 않아요. (연애가)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온전히 연애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고, 바라보는 시선도 많고… 전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만 상대가 누구일지 모르잖아요. 어느 순간 공인이란 연예인에게 당연한 단어가 됐으니까요. 상대가 일반인이 될지 모르는 거니까 (조심스럽죠). 제 운명과 순리에 맞는 적당한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7/01/24 10:05:07
AD

오늘의 핫이슈

AD

테마 갤러리 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