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서 기억 상실 작곡가 이형 역 맡아

"故 유재하 노래, 작품 선택한 결정적 이유"

"'1박 2일', 전혀 고려치 않았던 프로그램… 궁금증에 출연 결정했죠"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의 배우 차태현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차태현의 행보는 유별나다. 남들은 꺼리는 작품을 받아 보기 좋게 선방을 날리고, 연예대상까지 넘보며 스스럼없이 예능가를 누벼왔다. 보통 배우들과 달리 수더분한 모습이 처음엔 생소했지만, 이젠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해도 별 놀랍지 않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대중과 수다를 떤 그의 소탈함 덕분일 거다. 이번에는 OST까지 직접 부른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로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 개봉을 앞둔 배우 차태현을 만났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기억 상실 작곡가 이형(차태현)이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몸을 끊임없이 갈아타며 벌어지는 힐링 코미디로, 차태현은 극 중 4차원 소녀 김유정과 짝패를 이뤄 사랑의 큐피드로 활약한다. 그에게 '사랑하기 때문에'는 만족감과 아쉬움 둘 다 남은 작품이라고.

"배우분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주셔서 좋았어요. 처음 촬영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께 이건 제가 많이 나오면 안 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거든요. 유명하신 분들이 나와서 자리를 메꿔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중간중간 제가 나오는 게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도 없고. 다만 아쉬운 건 있어요. 처음 영화를 기획했을 땐 유재하 씨 노래로만 채워지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두 곡밖에 사용하지 못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어요. '그대 내 품에'만 더 들어갔어도 느낌이 굉장히 다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번 영화 OST에 참여한 차태현은 故 유재하의 '지난 날'을 부르며 가슴 가득 훈훈한 기운을 남긴다. '인물에 빙의된다'는 설정과 관련해 전작 '헬로우 고스트'와 기시감이 들어 망설였지만, 영화가 유재하의 음악으로 채워질 생각에 가슴 설레었다고. 그러면서도 그는 "'헬로우 고스트' 때문인지 촬영 전에는 새롭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 완성본을 보는 순간 저분들이 모두 나를 따라 하는 모습이 새롭고 좋더라"라며 만족했다.

"배우분들이 저의 연기를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신 게 보이더라고요. 또 제가 만든 애드리브를 다른 사람들이 해서 웃음을 줬을 때 굉장한 희열이 있었어요. 거울 앞 배성우 형이 머리를 만지면서 '얘,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제가 짠 애드리브였거든요. 이게 형한테는 정말 미안한 애드리브였는데 형이 그걸 기가 막히게 해주고, 또 관객들이 좋아해 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의 배우 차태현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김유정과의 잔호흡도 매력이다. '과속스캔들'의 왕석현, 박보영 등 어린 배우들과 유독 찰떡 케미를 자랑하는 그에게 "아역 배우들을 받쳐주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며 비법을 묻자 차태현은 "옛날부터 (상대 역보다) 뭔가를 더 보여줘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며 파트너와 호흡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밝혔다. 상대를 배려하는 그의 자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전 상대 배우가 리허설 때와 다른 연기를 할 때 그렇게 당황스러워하지 않아요.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요. 어릴 때 제가 했던 드라마는 코미디가 많다 보니 상대 역이 애드리브를 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걸 당황해하는 배우들이 있고 받아치는 배우가 있는데, 전 후자인 것 같아요. 제가 조연일 때도 김정은, 조재현 등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그런 재미를 많이 봤죠. 전 극을 주도하기보다는 많이 받아주는 편이에요. 특히 예능을 하면서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예능도 (작품과) 똑같아요. 말을 자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가 뭔가를 주도해서 하는 사람이 있죠. 그런데 예능은 모두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산으로 가요. 그래서 전 웃기만 해요.(웃음) 그저 어떻게 하면 (김)준호 형과 (김)종민이가 자연스럽게 붙게 될까 생각하죠. 기본적으로 그들이 붙어야 웃음이 나오니까. 제가 재밌는 캐릭터가 아니어서 그런 걸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거의 연출자의 시선이다"라고 거들자 차태현은 어릴 적 꿈이 PD였다고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PD, 연기자, 가수 등 다방면의 꿈을 꾼 그는 우연히 본 연기자 시험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고. 아직 PD에 미련이 남냐고 묻자 "그런 욕심은 점점 더 없어진다. 연기하는 것만으로 힘들고 중요한 것이 많다"며 아들 수찬이에게 꿈을 넘겼다.

"유호진 PD를 보면서 수찬이가 저런 예능 PD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수찬이는 TV에 나올 얼굴은 아니어서.(웃음) 예능 PD는 참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너무 힘들긴 하지만, 대중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이란 참 보람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아빠 배우라면 2세에겐 연기를 절대 권하지 않겠다든지 등의 말을 하는데, 차태현은 불쑥 PD를 권하며 호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볼수록 유연하고 남다른 생각을 가졌다. 이에 대해 본인도 "다른 배우들과 생각이 다른 건 인정한다"고 동의했다.

"영화 '복면달호'나 드라마 '전우치'를 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남들 다 안 한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면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죠. '1박 2일' 같은 경우도 예능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1년만 하고 그만두고 싶진 않았어요. 최소 3년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 자체가 이미 다른 생각인 것 같고. 사실 '1박 2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1박 2일'이 재밌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1박 2일'에 들어가면 무슨 그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가장 컸어요."

햇수로 6년째 '1박 2일'에 출연 중인 차태현에게 예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그는 "예능에서의 모습과 작품 속 이미지 사이 이질감이 없어서 예능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예능 출연이 혹여나 작품에 피해를 줄까 많은 고민을 한다고 밝혔다.

"수찬이가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빠가 어느 정도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나름 3년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나갈 타이밍을 다 놓쳤네요.(웃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에요. 제 이미지와 예능에서의 모습이 이질감이 많이 없다는 것도 예능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데, 예능과 드라마가 겹칠 땐 굉장히 많이 고민해요. 서로에게 피해를 주니까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예능을 하다 보면 목이 쉬고 몸이 가는데, 이 모습이 드라마에 나오니까 방해가 되잖아요. 그렇다고 몸을 사리게 되면 예능이 재미없어지고. 이런 부분들이 많이 고민되죠. 지금은 예능과 작품을 병행하다 보니 몸이 적응된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의 배우 차태현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러 작품과 방송을 통해 선보인 친숙한 이미지로 십수 년째 롱런하고 있지만,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은 배우로서 당연한 부분이다. 이른바 '착한 시나리오' 제안만 수두룩하다는 그는 "요 근래 장르를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현재 촬영 중인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태현은 "캐릭터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처음 시도되는 작품"이라며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다르게 보지 않을까 싶다"고 전해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극 중 덕춘 역을 맡은 김향기의 표현력이 대단하다고. "저희는 (김향기에게) 김 선생님이라고 해요. 정말 기가 막혀요. 얼마 전에 김 선생님이 NG를 몇 번 내길래 '무슨 일이야?' 했어요. 김용화 감독님도 선생님이 NG 내는 거 처음 봤다고 하고요."

"'사랑하기 때문에'와 '신과 함께' 모두 2017년에 개봉하는데, 기대를 많이 하게 돼요. 두 영화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랑하기 때문에'는 원래 많이 출연했던 중소 영화이기도 하고 요즘 이런 영화가 제작이 잘 안 되니까, 잘 돼서 영화 시장이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신과 함께'는 아예 처음 시도되는 장르이다 보니 기대가 커요. 이런 것들이 잘 돼야 또 많은 시도를 하죠. '부산행'을 보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보고 나서 박수를 치면서 나왔다니까요. '판도라'도 그렇고요.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야 다양해지고 좋은 것 같아요."

영화와 방송 등 모든 분야에 애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데뷔 후 공백기 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간 차태현은 휴식에 대한 욕심도 딱히 없단다. 그는 "일이 없을 때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대중과의 꾸준한 눈 맞춤을 암시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은 지금의 차태현을 있게 한 원동력처럼 보였고, 차태현이라는 배우의 브랜드는 앞으로도 기분 좋게 관객들을 웃기고 울릴 것 같다.

"이번에 '사랑하기 때문에' 시사회가 끝나고 '차태현 장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최고의 찬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 근래 좋은 기사들이 나오는데 되게 당혹스러워요. 와이프랑 걱정해요. '왜 이러지? 이건 아닌데' 하고요. 되게 부담돼요. 저 정도만 해도 부담이 되는데 유재석 형은 정말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웃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한편 '믿고 보는 차태현표 코미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미디 장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차태현을 비롯해 김유정, 서현진, 김윤혜, 성동일, 박근형, 선우용여, 배성우 등 국민 호감 배우들이 총출동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오는 1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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