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화려한 백조도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한 물갈퀴질을 한다. '내부자들'을 통해 연기 신으로 떠오른 이병헌도 그렇다. "배우에게 쉼 없는 치열함 없이 성공을 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하다"고 말한 그는 25년의 시간 동안 수백 수천의 표정을 만들어냈고, 이 얼굴은 그에게 가장 멋진 옷이 됐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캐릭터 연기로 이젠 불문율로 통하는 그는 영화 '마스터'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 영화 '마스터'의 배우 이병헌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희팔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인물 진현필 회장 역을 맡았다. 그는 희대의 사기꾼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 "관객들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정이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너무 오버해서도 안 되고 평범해서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진회장의 냉혹한 인간성이 드러난 장면으로 '주스 신'을 꼽았다.

"어쨌든 못사는 서민들의 돈까지 다 날리게 만든 악의적인 사기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상징적인 악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주스를 마시며 뉴스를 보는 신은 원래 주스를 갈면서 뉴스를 보는 것뿐이었어요. 실제 살아있는 악인 같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새빨간 비트를 갈아 먹자고 했죠. 악마의 느낌처럼요. 근데 상상처럼 잘 안 돼요. 색깔이 나오는 정확한 농도가 있거든요. 그래서 NG를 엄청 많이 냈어요. 빨간 주스 자국을 만들기 위해 배가 터지게 마셨죠."

이 신에서 등장하는 '그럼 어떻게 해?'라는 대사도 진회장의 소시오패스적인 위압감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였다.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형식적이고 이성적인 죄책감은 살짝은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어떻게 해?'라는 대사는 순간적으로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순간적으로 합리화시키는 느낌이었죠.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적인 느낌이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런 느낌이 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깡패 안상구를 연기한 '내부자들'에 이어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병헌은 대본이 처음 나왔을 땐 음침한 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에 한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출연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감독님이 대본 초고가 나오기 몇 달 전부터 제게 출연 제안을 하셨어요. 사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 땐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지금이야 조희팔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그때만 해도 다큐멘터리스럽고 세고 음침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다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완전 오락영화인 거에요. '역시 조의석 감독의 성향이 그렇지' 생각했어요. 혼자서 영화의 색깔을 오해하고 있었던 거지, 이런 색깔과 템포라면 조 감독의 특기니까 새로운 재미가 있겠구나 생각했죠. 사실을 모티브로 했지만 영화는 결국 픽션이고 판타지스러운 장면도 있기 때문에 믿음이 생겼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보니 역시 속도감 있고 경쾌하게 나온 것 같아요."

  • 영화 '마스터'의 배우 이병헌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시대의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병헌의 재치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예상치 못한 돌발 대사로 현장과 관객석에 웃음 폭탄을 터뜨리는 그는 '마스터'에서 가장 배꼽을 잡았던 애드리브로 '패티김'을 꼽았다. 이병헌은 "사전 논의 없이 애드리브를 했는데, 이견 없이 모두 '오케이'를 했다"고 자부했다. 물론 양으로 승부를 본다는 '아이디어 뱅크' 이병헌에게도 대사와 작품의 조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 캐릭터는 자칫 너무 웃겼다가는 영화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되면 안 되고, 친근감을 느끼려다가도 싸해져야 하죠. 거리감이 있는 캐릭터에요. 그래서 유머를 만드는 것도 조심스러웠어요. 다만 웃겼다면 그의 인간적인 부분 때문이겠죠. 전 '살아있는 악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다 보면 그에게는 웃음도, 냉혹함도, 차가움도, 거부감도 크게 나오고 입체적인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나 단순한 악인이 되려고 했다면 '사람'이 안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병헌은 장군(김우빈)의 손등에 뽀뽀를 하는 장면도 직접 제안했다. 진회장이 손을 잡았을 때 장군이 질색하는 신이었지만, 이병헌은 "손만 잡는 게 저렇게까지 싫을까 싶었다"며 "더 싫어하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호흡이 통통 튀었던 현장인 만큼 세 사람의 브로맨스 케미도 남달랐다.

"나중에는 배우, 스태프들이 모두 편한 식구들처럼 돼서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감고 슬리퍼 질질 끌고 나오게 되더라고요. 근데 강동원은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나와도 늘상 스타일리시해요. 저 친구는 어디에서나 배우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갖고 있구나, 아주 쿨하고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죠. 강동원은 가장 많은 액션을 선보이는 캐릭터인데, 영화에선 또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한 게 보이더라고요. 촬영을 거의 따로 했는데 화면을 보고 나니 쉐도우복싱을 왜 그렇게 많이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숙소에서 쉐도우복싱을 하길래 원래 권투를 좋아하나 싶었어요. 만능스포츠맨답게 액션을 잘한 것 같아요."

연기 열정에 있어선 김우빈도 뒤지지 않았다. 이병헌은 "너무 잘 놀면서도 선을 지켰다"고 후배 연기자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원래 이 시나리오에서 장군이라는 캐릭터가 통통 튀고 날아다니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사람 성향마저 날아다니는 스타일이라면 붕 떠서 현실과는 안 맞는 캐릭터가 될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너무 잘 놀면서도 선을 잘 지키는 모습에 '준비를 엄청 많이 하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노력도 있지만 끼도 굉장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것 같아요. 거기에 선후배들도 굉장히 잘 챙겨요. 김우빈은 인류애가 있는 인물이에요.(웃음)"

  • 영화 '마스터'의 배우 이병헌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6/12/19 09:56:35   수정시간 : 2016/12/19 19:14:16
AD

오늘의 핫이슈

AD

테마 갤러리 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