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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이토록 꾸준히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도 드물다. 작품을 보는 선구안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능력에서 영민함은 빛나고,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씨가 뜨겁다.

억척스러운 행동도 공효진이 하면 사랑스럽고, 굳이 예쁜 척을 하지 않아도 매력이 묻어난다. '화려한 시절'의 왈가닥 소녀는 이후 모든 작품에 화려한 시청률 홈런을 날렸고, 까랑까랑했던 목소리는 능수능란한 온도 변화로 사람들을 녹였다. 이번에는 종잇장처럼 창백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개봉을 앞둔 배우 공효진을 만났다. '미씽'은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지선(엄지원)의 13개월 된 딸 다은과 돌연 사라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장가에 코미디와 판타지가 강세인 시점 호기롭게 어두운 스릴러를 내놓았다. 심지어 숱하게 나왔던 유괴극 소재의 미스터리물. 이에 공효진은 "예고편만 보고 '또 유괴 이야기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같은 이야기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저희 영화를 두고 '뭐가 다를까', '감정은 다 똑같을 텐데'라는 반응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치면 범죄영화는 누군가와 싸우고 이기고, 멜로는 우여곡절이 있다 끝나잖아요. 예고편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라서 매력 있게 영화를 알릴 방법이 뭘까 많이 고민했죠. 또 아이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다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걱정스럽고 조심스러웠어요. 자식에게 생기는 문제는 너무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니까요. 사실 저희 영화가 하려는 얘기는 두 여자의 동질감이거든요. 예상하지 못한 지점을 건드리는 영화라 시사회 반응은 좋은 것 같아요. 엄지원 언니가 정면돌파하자고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 공효진은 영화의 키를 쥐고 있는 한매 역을 맡았다. 온갖 비밀에 둘러싸인 한매는 매 신 소름을 유발하면서도 한편으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안긴다. 공효진은 "한매는 나쁜 사람일 수도, 미친 사람일 수도, 불쌍한 사람일 수도 있다"면서 "보는 분들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을 매 신마다 헷갈리게 하는 게 제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한매의 감정에 대해서도 확답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던 중 어떤 신은 오타가 아닐까 다시 보기도 했어요. 너무 허를 찌르기에 이 시나리오만큼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대박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는 화도 났다가 한매에게 동감도 했다가 모든 느낌이 공존하는 영화가 됐으면 싶었어요. 한매의 캐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견인해나가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계속해서 속았으면 싶었죠. 우리나라 관객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추리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나요. 영화를 이겼다는 희열감 같은 거요. 전 그걸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었고, 관객분들이 보면서 우왕좌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미쓰 홍당무',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등 유독 여감독과 매끈한 호흡을 자랑해온 공효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우먼 케미를 과시했다. 이에 여감독과의 작업을 선호하는지 묻자 공효진은 "이게 무슨 운명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 배우들 통틀어 제가 여감독과 가장 많이 작업한 배우일 거예요. 여자들이 쓴 얘기에 끌린다고 해야 할까요? 여감독님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건 아니에요. 남자 감독님, 여자 감독님 각각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있죠. 그저 운명적인 것 같아요. 남은 여감독이 몇 안 될 정도죠. 참 희한해요.(웃음)"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이언희 감독과의 견해차는 미미했다. 공효진은 "여감독님과 여자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게 쉽긴 하다. 여성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점도 있다"며 '미씽'이 남녀 시각의 차이가 도드라진 작품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남녀의 견해가 참 다른 것 같아요. 저희도 예상했었고요. 남자 스태프들은 여자 얘기가 아닌 어머니의 이야기로 봤고, 배우들과 감독님은 모성애를 가진 '여자'의 이야기로 봤어요. 모두가 한 그림을 보진 않았죠. 그래서 감독님이 외로운 투항을 했어요. 영화를 본 관객분들도 헷갈리실 것 같아요. 영화가 두 엄마의 이야기인지, 또 그게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모두 다른 생각을 할 것 같지만 그게 저희의 바람이었어요. 저도 한매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떤 것이 확실하다고 정답을 내리고 싶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기했죠."

그러면서도 공효진은 '감독의 외로운 투항'이라는 단어에 대해 괜한 오해를 불식시켰다. 여자들이 여자의 이야기를 풀었다고 여성 투쟁 영화라는 편견이 생기는 상황에 다소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투항했다는 건 재밌게 표현한 거고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항상 장난식으로 싸웠거든요. 엄마지만 여자이기도 하니까 반사판을 달라고요. 저희 모두 화장품 모델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촬영감독님은 '엄마가 무슨 반사판이 필요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반사판 투항을 했죠.(웃음) 조명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은 참 리얼리즘을 추구하세요. 낮에는 조명이 필요 없는 거라고 하시고, 배우의 표정이 안 보인다고 하면 어둠 속에서도 다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감독님도 미쟝센에 있어서 고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두 분은 '엄마가 왜 이 상황에서 고와야 하냐. 누구한테 예뻐 보이려고 곱게 해달라고 하냐'고 하셨어요. 이 감독님은 '아니다, 여자다'라고 하시고…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던 거죠. 촬영·조명 감독님은 거칠수록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셨고, 저희는 '반사판 없어? 진심이야?' 하면서 맞섰어요. 그러면 또 '왜 이래요, 효진 씨 엄마잖아요'라고 하시고. 저희는 '엄마를 어떤 존재로 보길래 그러시는 거예요?'라고 하고요. 극적인 싸움은 아니었어요.(웃음) 그런 점에선 참 다르구나 생각했죠."

영화의 톤에 대해서는 백번 이해하지만, 여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에 그는 귀여운 잔투정도 부렸다. 얼굴에 30여개의 점을 찍고 두꺼운 눈썹 메이크업을 하는 등 거의 변장 수준의 분장을 소화한 공효진에게 "작품에서 외모가 보이지 않았다"고 위로하자 그는 "외모도 보이면 좋았을걸"이라며 웃었다.

"물론 예뻐 보이고 아름답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사실 한매는 나이도 불분명하고,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도 여배우의 어떤 보호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눈 좀 살려주세요', '피부 좀 곱게 나오게 해주세요', '어떻게 실제 피부보다 더 안 좋게 나옵니까'라고 따졌죠.(웃음) 여배우이다 보니 그런 게 참 스트레스더라고요. 남자분들은 신경 안 쓰겠지만 여자 관객분들을 생각하면 외모를 신경 안 쓸 수는 없어요. '공효진이 저렇게 기미가 많았어?' 그런 것들 있잖아요."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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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11/29 07:02:16   수정시간 : 2016/11/29 18: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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