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서 중국인 보모 한매 역 맡아

"드라마-영화 임하는 자세 달라… 상극의 밸런스가 잘 맞죠"

"'질투의 화신' 불편하다는 반응? 새 시도에 대한 호불호일 듯"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이토록 꾸준히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도 드물다. 작품을 보는 선구안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능력에서 영민함은 빛나고,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씨가 뜨겁다.

억척스러운 행동도 공효진이 하면 사랑스럽고, 굳이 예쁜 척을 하지 않아도 매력이 묻어난다. '화려한 시절'의 왈가닥 소녀는 이후 모든 작품에 화려한 시청률 홈런을 날렸고, 까랑까랑했던 목소리는 능수능란한 온도 변화로 사람들을 녹였다. 이번에는 종잇장처럼 창백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개봉을 앞둔 배우 공효진을 만났다. '미씽'은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지선(엄지원)의 13개월 된 딸 다은과 돌연 사라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날 공효진은 '미씽' 개봉을 맞는 소감부터 연기관, 화제 속에 종영한 '질투의 화신' 촬영 후일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공효진은 이번 작품 '미씽'을 통해 공블리라는 대국민 별명을 철저히 외면하기로 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괜찮아, 사랑이야', '질투의 화신' 등 드라마만 맡았다 하면 공블리 공장을 재가동시키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늘 천차만별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너무나도 상반된 두 길을 보면 각 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

"17년이 지나 저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고 어떤 점에 마음이 움직여서 작품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고, 배우로서 제가 해소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의 경우 항상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건 '희망'이었어요. 보고 나서 뒤숭숭해지기보단 마음이 몽글몽글하면서 예뻐지고, '인생 살 만하다. 나도 더 즐겁게 지내야지'라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드라마를 통해 평범한 인물로 공감을 드리고 싶었다면, 영화는 '도대체 쟤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인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 모든 배우는 스펙트럼을 넓히다 죽는 거예요. 이런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 극과 극의 밸런스가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이토록 필모그래피 연구에 철저한 공효진이 출연 결정 시 가장 염두하는 부분은 작품과의 조화다. 그는 "제 강점이 뭔지 알고 있다"면서 "제 내츄럴함은 사극에는 맞지 않아 출연 엄두가 안 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제겐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많다"며 자신이 잘할 수 있고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에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똑같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시장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순 없어요. 드라마에서의 캐릭터는 러블리가 베이스고, 영화에서 돋보이려면 독특한 소재이거나 강한 캐릭터여야 하니까 필모그래피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한편으론 지금까지 드라마, 영화 양쪽에서 운 좋게 신뢰를 얻었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없는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더욱 이번 작품에 열정을 보였다. 공효진은 "아마 모든 여배우가 같지 않을까 싶다"며 "다른 돌파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배우 둘이서 승부를 건 영화에 열을 냈다"고 밝혔다.

"한창 브로맨스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데 참 적절한 시기에 나온 것 같아요. 물론 올해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여배우들이 선방한 작품이 많았죠. 그런데 두 명이서 이렇게 합심한 작품은 없었잖아요. 그래서 더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질투의 화신'이 끝나자마자 간극이 큰 모습으로 돌아와서 제 캐릭터에 더 시원한 느낌을 받으실지 몰라요. 인생은 모든 게 타이밍인 것 같아요.(웃음)"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그가 언급한 '질투의 화신' 신드롬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공효진은 자칫 무리수가 될 뻔했던 세 남녀의 동거 스토리에 대해 "동거 대본이 나올 때부터 작가님이 골머리를 앓았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동거까진 아니었어요. 작가님이 '이 여자가 두 사람을 사랑한다. 이야기를 길게 해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기막히게 써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욕먹는 것 안 무섭냐'고 하시길래 '잘해볼게요. 마음껏 써보세요'라고 말씀드렸죠. 보통 생각하는 삼각구도는 아니라서 두렵긴 했어요. 그런데 동거 대본이 나올 때부터 작가님이 죽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질러놨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서숙향'이라는 얘기를, 드라마가 참 새롭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머리를 싸매신 거죠.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서 그러신 건 아니고요. '질투의 화신'만의 컬러로 뽑으면서도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정말 힘을 들이셨어요. 저희도 그때 그 시기가 어려웠고요."

진땀 빼던 서숙향 작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호언장담했지만, 공효진도 이후 신을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드라마 최초 '페어플레이 양다리'라는 소재에 욕먹을 걱정만 태산. 이런 상황에선 연출을 맡은 박신우 감독의 도움이 컸다.

"그땐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예상한 힘듦'이었죠.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임했는데, 박신우 감독님과 마음이 참 잘 맞았어요. 감독님이 화신보다는 나리의 입장에 더 빙의돼서 위험할 것 같은 대사나 행동에 예민해했거든요. '이 상황에 차에 탄다고? 이 상황에 이런 말을 해도 된다고?' 이렇게요. 작가님은 '괜찮아', 조정석도 '귀여워, 괜찮아'라고 했지만 감독님은 '위험해, 아니야'라고 하셨어요. 저와 감독님의 의견이 비슷해서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또다시 만나고 싶은 유일한 감독님이에요."

작품 속 캐릭터가 일으킬 반향에 배우로서 갖는 부담이 작지 않다. 그럴 땐 현장에서 호흡하는 박 감독이 나서 해결책을 내놓았고, 많은 상의 끝에 여러 신이 수정되기도 했다. 공효진은 "피와 살이 되는 과정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위기도 느끼고 고민도 많이 됐다"면서 "끝내는 함께 그 모든 것을 해냈기 때문에 더 깊은 신뢰가 생겼고, 작가님께도 감사했다. 서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배우 공효진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모든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기투합했지만, '질투의 화신' 팀에게 마냥 좋은 소리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솔직하고 적나라한 로코물의 출현에 어떤 이들은 환호, 어떤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같은 반응에 공효진은 손짓과 각종 제스처를 섞어가며 작품을 대변했다. 물론 그 역시 "왠지 몰래 봐야 할 것 같은 조명색에 핸드폰으로도 못 볼 것 같은 신이 만들어졌더라. 대사도 '나랑 자자' 이렇게 나오지 않나. '감독님 괜찮은 거죠? 양복 입고 어디(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셔야 하는 거 아니죠?'라고 했다"며 웃었다.

"어떤 에이지(age) 이상부턴 이야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어떤 에이지 이하로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주셨죠. 그건 저희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서 겪는 호불호가 아닐까 생각해요. 새로웠기 때문에 분명 길이길이 남을 수 있는 용감한 작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안전하게 좋은 스코어로 끝낸 드라마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선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였고, 그 안에선 모두가 사투를 벌였어요. 안 맞아서 싸웠던 건 아니고요.(웃음) 어떻게 기묘하게 신을 그려낼지, 한 명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예민하고 섬세하게 접근했죠. 진짜 노력했어요."

공효진은 함께 24부작을 달려오며 역대급 로코를 탄생시킨 조정석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 조정석과 셋이 머리를 맞대고 촬영했던 수많은 추억들은 빼놓을 수가 없다"면서 "이런 조합은 다신 못 나오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석은 참 멋진 배우예요. 원래 결혼식 엔딩은 너무 고루하다고 생각했는데, 화신이 노래를 잘하고 춤 잘 추니까 신부가 그거 보고 그냥 쓰러질 것 같더라고요. 당신의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는데 그 멋짐이… 노래 잘해, 연기도 잘해. 저렇게 목소리가 좋고 연기를 잘하니 노래만 불러도 정말 볼 만하더라고요. 성격이요? 선비 같은 인간이죠. 마가 없고, 그냥 '선'밖에 없는 스타일이에요. 드라마에선 돌출적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어떤 상황에도 화를 안 내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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