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형'서 유도 국가대표선수 두영 역 맡아

"조정석과 호흡, 2년 치는 다 웃은 듯"

"조인성은 친형 같은 존재… 좋은 에너지 받아"

[스포츠한국 이동건 기자] 뜨거운 10·20대들에겐 동경의 엑소지만 도경수가 디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 누군가에겐 세계의 별로 또 누구에겐 혜성 같은 배우로 브랜딩된 도경수는 신중하게 두 길을 걷고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형' 개봉을 앞둔 배우 도경수를 만났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더니 이젠 사람들과의 만남이 꽤 익숙해진 듯했다. 올 2월 '순정' 개봉 당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과는 달랐다.

영화 '형'(감독 권수경)은 사기전과 10범 형(조정석)과 잘 나가던 국가대표 동생(도경수),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기막힌 동거 스토리를 그린 브로 코미디.

극 중 도경수는 불의의 사고로 눈을 잃은 유도 국가대표 선수 두영 역을 맡았다. 영화계에서 푸르다 못해 시퍼런 떡잎을 빛내고 있는 그는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며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1년 전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현재 웹드라마 '긍정의 체질', 영화 '신과 함께'를 찍고 있는데 '지금 두영이를 연기했다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조정석 형에게 들은 말이기도 한데요. 마음속으로는 100%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스크린으로 보면 그게 다 표현이 안 된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네가 하는 게 '2'라면 '5'나 '7' 정도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면서요. 표정 변화라든지 목소리 톤이라든지 대사 전달력이라든지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쉬움이 남아요."

그러면서도 조정석과의 호흡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단다. 두영의 형이자 사기꾼 두식 역을 맡은 조정석은 도경수에게 "네가 가진 감성 그대로 표현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배 연기자의 조언에 도경수가 느낀 감정은 다름 아닌 가족애였다고.

"조정석 형과 연기하면서 2년 치는 다 웃은 것 같아요. 특히 영화의 엔딩 신은 정말 진실하게 느껴졌고, 친형이라고 느껴졌어요.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친형이라고 느낄 정도로 너무 익숙했어요. 슬프기도 했고, 연기 중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너무 신기해요."

그에게 이런 순간은 처음이 아니다. 첫 연기 도전이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당시 느꼈던 감정은 평생 연기를 꿈꾸게 한 계기가 됐다.

"'괜찮아, 사랑이야' 16화 때 조인성 선배와 헤어지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껴버렸어요. 하려고 한 게 아닌데 무의식에서 '탁' 하고 나왔죠. 그 감정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슬픈 신이었는데, 찍고 나선 너무 신기해서 웃고 있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죠?'라며 계속 물어보고 정말 신기해했어요. 그때 미묘한 감정을 처음 느끼고 '평생 연기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이번 작품에서는 '칸의 여왕' 전도연도 어려워했다는 시각장애인 역에 도전했다. 도경수는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보는 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두영이 겪어온 일들을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그래서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보단 감정 연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기 위해 북촌의 '어둠속의 대화'라는 시각장애 체험 공간에 가기도 했는데요. 눈을 감고 연기하면 안 보이는 상태로 연기하면 되지만 전 눈을 뜨고 연기를 해야 해서 시선 처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안 보이는 상태에서 소리를 들었을 때의 반응, 지팡이는 어떻게 짚는지 먹을 땐 어떻게 먹는지 등을 떠올렸죠. 그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실명한 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히키코모리 두영의 모습은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과도 닮은 부분이 있다.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고 다른 사람이라면 경계하고 봤던 도경수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다고. 다행히도 현재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많이 나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조인성, 차태현, 송중기, 이광수, 김우빈, 김기방, 배성우 등이 포함된 8인의 친목 모임의 막내 도경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형들에게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인성 선배는 저한테는 친형 같은 존재예요. 조인성 형은 밉지 않고 진심이 담긴 모습이 두식(조정석)과 비슷하죠. 두식의 까불까불한 모습은 이광수 형이 갖고 있고요.(웃음) 형들에게서 항상 좋은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아요. 두식은 형들의 모습이 합쳐진 모습이라서 촬영장에서는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죠."

그룹 활동 하랴 연기 활동 하랴 피곤이 몸에 붙을 텐데 그는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의 타이틀처럼 긍정이 체질이었다. 도경수는 "요즘 힘든 일이 없다. 옆에 있는 분들이 힘들면 같이 힘들겠는데, 다들 행복해하신다"며 노래와 연기가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밝혔다. 엑소의 디오일 때와 배우 도경수일 때 마음가짐 역시 똑같다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자는 마음은 항상 같아요. 그런데 느끼는 건 달라요. 윽박지르고 정말 슬프게 울고… 평소 이런 감정을 억누르는 편인데요. 연기할 땐 제가 갖고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저도 몰랐던 제 감정이 툭 튀어나와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걸 느낄 때도 있어요. 반면 무대에 설 땐 정말로 즐기고, 재밌게 춤추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죠."

인터뷰 내내 그는 특별히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고, 한결같이 차분하고 담백한 말씨였다. 특히 감정을 깨우칠 수 있는 연기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는 그가 눈을 빛낼 때의 모습은 혼자 보기에 아까웠다.

"이번 영화에선 제가 오열하는 신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살면서 그렇게 펑펑 울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제가 낯설더라고요. 창피하지만 펑펑 우는 제 모습을 보고 저도 같이 울었어요. 관객분들 반응도 궁금해서 개봉하면 꼭 일반 극장에 가서 보려고요. 캐릭터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감시켜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또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정말 훌륭한 선배님들에게 붙는 수식어 '믿고 보는 배우'를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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