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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한국 김소희 기자] "저는 신인배우예요. 어떤 매체든 폭 넓게 도전하고 싶어요. 연기 배틀을 하면 누구든 이길 수 있도록."

배우 유지태는 27일 종영한 자신의 세 번째 드라마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극본 한상운·연출 이정효)에서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검사 이태준으로 분했다. 성(性)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불륜 검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늘 당당하다. '쓰랑꾼(쓰레기+사랑꾼)'과 쓰레기 사이에서 시청자들과 묘한 줄다리기를 했다.

사실 엠버(레이양)에 이어 김단(나나)와의 스캔들이 또 터졌을 땐 후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16부 내내 한결 같이 이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중심이 있는 단단한 캐릭터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모든 걸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주길 원하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며 촬영했다는 유지태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단과의 관계는 중간에 알게 됐어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웃음) 사실 이정효 감독님이 조율을 굉장히 잘하십니다. 본인 입으로도 말씀하실 정도죠. 좀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어떤 상황이든 연기를 진심어리게 하면 시청자들이 진심을 좀 알아줄 거라 생각했죠. 설사 스윗한 멜로가이가 아니더라도."

이태준은 김단과의 관계를 아들에게 본인 입으로 직접 털어놓았다. 김혜경(전도연)과 양육권 문제도 걸려 있는 상황인데다 앞서 보여준 '굿와이프' 속 유지태의 모습과 다소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기에 시청자들이 깜짝 놀란 지점이다. 그러나 원래 대사인 '나중에 얘기하자'를 '지훈아. 지훈이가 조금만 더 크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로 바꾼 건 유지태 본인이었다.

"아들에게만은 거짓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만든 대사지만 감독님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제 아들이 감당해야 할 현실, 무게라는 걸 아빠로서 알려주려고 한 거죠. 사람은 교과서처럼 살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감정은 계속 움직이고 우리 안엔 욕망도 존재한다는 것을요. 제 아들에게도 저는 그렇게 할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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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는 이태준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이태준에 몰입하다 보면 극단에 몰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얼굴에서 미묘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그런 괴물성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를 하다보면 '인간 유지태'와 대치되는 상황도 있을 법하다. 주변에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는 배우들 중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칫 기술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기도 찾아올 수도 있다.

"저는 동의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동의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특히 과거 교통사고 장면은 좀 찌질해 보이지 않나요. 큰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 때문에 아내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게요. 저는 작가를 존중하는 방법은 어떤 대사든 간에 잘 맞춰서 대사를 쳐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논리, 문맥도 안 맞는 대사를 써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걸 나름의 논리에 맞춰서 해주는 게 배우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소통하는 직업이니까요."

유지태는 하나의 대사에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는 판단 하에 촬영에 임한다. '굿와이프' 후반부, 서중원(윤계상)을 협박할 때도 서중원만 협박할지, 본인의 야망 전체를 드러낼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이지만 두 테이크로 가자고 촬영장에서 건의를 했다.

"대사는 말이잖아요. 말은 생각에서 비롯돼요. 생각은 사고 방식에서 비롯되고요. 그 사람의 성정 등 여러 가지가 다 반영되죠. 그러다보니 입체화 하려면 대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뉘앙스에 따라 완벽하게 달라지는 게 제 연기론이에요."

'전 선배' 전도연과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이라는 선배가 촬영장에 있다는 게 유지태에겐 큰 자극이기도 했다. "저러니 상대배우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제가 1,2,3,4회를 하루만에 찍었어요. 구치소에 갇혀 있다 보니 가능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전도연 선배가 이게 진짜 감정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때 많은 생각을 했어요. 연기관, 감독관, 직업관 등이요. 전 선배는 진짜를 갈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본인이 느낀 감정을 상대가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도 최대한 연기를 맞춰주려는 그녀는 천생 배우예요. 사실 배우는 단순히 에너지만 갖고 되는 게 아니에요. 의지만 갖고도 힘들고요. 한 번도 주눅든 거 없이 계속 쭉쭉 뽑아내는 게 인상 깊었어요."

20대에 연기를 시작한 유지태는 40대에 접어들면서 확고한 연기관과 삶의 철학을 갖게 됐다. 직접 연출한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 확실한 건 더욱 재밌어졌다는 거다. 어떻게 컷을 붙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걸 몸으로 알아냈다. 긴장감을 즐기는 것 같지만, "정말 괴롭다"고 강력히 부정했다.

"아마 전도연 선배는 더하겠지만 40대의 이름난 배우들 중 무너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발연기' 이런 게 떠버리면 신인보다 더한 데미지를 얻기에 늘 베스트를 하고 싶어요. 그런 상황이 굉장히 사람을 옭아매요. 목을 졸라오죠. 그런데 올인하는지 그냥 하는지 시청자들도 다 느껴요. 그래서 전 오직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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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는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자신이 맡는다면 새롭게 재창조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늘 연구하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언제든 환영이다. 과거 맡은 역할 중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영화 '올드보이' 우진. 그 누구도 본인보다 우진을 잘 해내지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고.

"예전 프랑스 행사에 갔을 때 위원장이 저에게 '우진은 천재적으로 아름답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저는 영화 연기에 이미지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미지로 연기하느냐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아름답다는 얘기도 제 29살의 아름다움, 그때 그 이미지에 대한 얘기인 거 같아요. 우진이가 배불뚝이 아저씨였으면 호응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태준 역시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욕심이 대단한 배우다. "연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선 큰 욕심이 없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영화 '300'속 할리우드 배우들이 크로스핏으로 몸을 단련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번에 두 타임을 뛸 정도로 크로스핏 운동에 열중이다. 이 역시도 연기 때문에 시작했다. 유지태는 진정 '독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저를 시험하는 게 재밌어요. 운동을 하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이걸 해낼 수 있는지 저하고의 싸움이 시작돼요. 조국현 손 찌를 때 보셨죠? 그때 이마의 핏줄도 운동할 때 이 악물다 생긴 거예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살아 남아야 하니까요. 대충해선 살아남을 수 없어요. 할리우드 배우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싶지 않아요. 연기는 제 인생입니다. 죽을 때까지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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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8/29 07:01:21   수정시간 : 2016/08/29 09: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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