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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덕혜옹주'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해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김소희 기자] 박해일에겐 '스타'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것도, 싱글도 아닌데 오랫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언급되고 있다. 불혹인 그에게 누구는 소년 같다고 했고, 누구는 얼굴에 선악이 공존한다고 했다. 영화라는 한 우물만 파서일까. 왠지 신비로움 투성이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제작 호필름)로 돌아온 배우 박해일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다. 박해일은 극 중 덕혜옹주(손예진)를 평생 지키는 독립운동가 김장한 역을 맡았다. 원작 소설에서 장한은 '그림자'로 표현된다. 장한에게 덕혜옹주는 어떤 존재인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한은 덕혜옹주를 평생동안 지키려고 하고,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극 초반 고종이 덕혜옹주와 장한을 약혼시키려 하다가 결국 실패하잖아요. 그 부분이 장한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무로 치면 뿌리죠. 또 일본에 군인으로 위장해서 가게 된 것까지 해서 이 두 가지가 장한의 드라마를 풀어가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여성 관객들은 10년도 더 된 '국화꽃향기'(2003), '연애의 목적'(2005)의 박해일을 아직까지도 그리워 한다. 그런 그가 공주의 호위무사로 돌아왔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비록 일본군복이지만 제복까지 갖춰 입으니 카리스마까지 더해졌다. 위기에 처한 덕혜옹주를 구하기 위해 온몸으로 일본군과 대적할 때, 그를 지키기 위해 숲이고 바다고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 여성 관객은 없으리라. 다만 아쉬운 건 대본에 있었던 손예진과의 키스신이 촬영하면서 빠지게 됐다는 점이다. 허진호 감독의 선택이 아쉽지 않았냐고 묻자 "존중한다"며 웃는다.

"허진호 감독님의 전작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감독님이 남녀 두 사람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어떤 거리가 있어요. 그 적정한 거리에서 나오는 미묘한 감정들을 관객에게 던져주면서 생각하게 만들죠. 관객들은 대놓고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남녀를 풀어내시죠. 그런 물음표들이 감독님만의 특화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해요. 대신 모자를 매만져 주고 머리카락을 살짝 만지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역시 허진호 감독님의 로맨스다 싶더라고요. 이쪽 장르에선 대가잖아요."

  • 영화 '덕혜옹주'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해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허진호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행복'을 가장 좋아한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감독들의 전작을 찾아보는 것도 그의 몫이다. 배우들이 작품을 통해 가장 빛이 난 순간을 담아낸다면 감독들은 자신만의 정서를 작품을 통해 오롯이 담아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진호 감독스럽다"면서도 '덕혜옹주'엔 다른 지점이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허진호 감독님은 철학과를 나오셨어요. 저는 사람은 전공에 어느 정도 지배된다고 봅니다.(웃음) 감독님은 현장에서 '장한이 이럴 수 있을까, 저럴 수도 있을 거 같은데'라며 다 던지세요. 다 가보자는 건지, 제가 선택하라는 건지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시죠. 전작들에서도 배우들에게 그러셨을 거예요. 그러니까 각기 다른 감정들이 묻어나오지 않았을까요?"

박해일은 영화의 첫 시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는 독립투사 김장한이 세월이 흘러 기자가 된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첫 오분, 첫 장면을 되게 집중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김장한 캐릭터는 실제 김장한과 김을한 형제를 한데 묶은 영화적 인물이기에 허진호 감독도 박해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 감독은 사전에 김장한 후손들을 만나 영화화한다는 허락까지 받았을 정도다.

"김장한은 영화적으로 긴장감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보니 애드리브 시도를 많이 할 순 없었어요. 그나마 한글학교 장면이나 덕혜옹주와 바에서 칵테일 마시는 장면 정도가 편했어요. 예진 씨가 실존 인물을 다뤄서 긴장감과 어려움이 공존했다면 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도 김장한에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융화시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새롭게 저를 탐구해보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했죠."

손예진과의 호흡은 처음이다. '비밀은 없다'부터 손예진이 연기 인생에서 변곡점을 찍는 것 같다고 칭찬한 것도 박해일이다. 촬영하면서 북받쳐 오르는 손예진을 위로하기도 하고, 손예진의 남다른 체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 영화 '덕혜옹주'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예진 씨가 훨씬 먼저 '덕혜옹주'에 캐스팅이 됐어요. 그때 이미 덕혜옹주에 대한 단단한 마인드가 보이더라고요. 또 예진 씨는 '외출'에서 허진호 감독이랑 걸출하게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잖아요. 현장에선 또 얼마나 잘 달리는 줄 몰라요. 심지어 잘 먹어요.(웃음) 그러면서 관리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지. 프로예요. 프로. 예진 씨 걱정은 할 것도 없었어요. 저는 제 걱정뿐이었어요. 진짜예요."

박해일은 평소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시사회 만큼 기술 시사회를 중요시하게 여긴다. 기술 스태프만 기술 시사회에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 시사회야 말로 '대화의 장'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대사가 잘 들리나, 그때 그 장면이 왜 나오지 않는가 등 갖가지 고민의 결과들을 감독과 다시 나누기를 원해 기술 시사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큰 부분들은 다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그런데 섬세한 부분들도 배우 입장에서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얼마만큼 변경될지는 모르겠지만 개봉 후에는 미세하게 달라지긴 할 거예요. 배우들은 영화를 보면서 촬영 현장을 다시 기억하며 영화를 보게 돼요. 그때의 감정, 상황들을 끄집어내서 생각하다보니 작품 전체를 잘 못보게 되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면 또 다른 부분을 캐치해 주시는데 그 부분도 기대돼요."

'덕혜옹주'를 통해 영화 '은교'에 이어 두 번째로 노역에 도전했다. '은교'를 찍고 다시는 노역을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단다. 그런데 보람은 있다. 허진호 감독은 "박해일의 노인 역할은 디테일이 살아 있어 말할 필요가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말을 전하니 "그때 맥주 한 잔 하셨나. 맨정신에 칭찬 잘 안하시는 스타일이시다"라면서도 싱글벙글이다.

"'은교'에서 한 번은 제대로 해봐서인지 물리적 어려움은 많이 없었어요. 이미 과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분장을 받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과 예민함이 덜하더라고요. 배우로서 감정에 집중하기엔 정말 좋았어요. 그때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거죠. 그런데 또 할 거냐고요? 진짜 잘 모르겠네요."

  • 영화 '덕혜옹주'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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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8/06 07:00:14   수정시간 : 2016/08/08 1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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