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사진=스포츠한국DB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할리우드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며 대결을 펼치는 국내 배우들의 행보가 눈부시다. 이제는 ‘감초 동양인 캐릭터’나 ‘악역 위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닌 작품의 비중있는 역할을 속속 꿰차며 단순한 ‘할리우드 진출’이 아닌 주연급 경쟁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일찌감치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배우는 박중훈이다. 지난 1998년 ‘아메리칸 드래곤’을 시작으로 ‘찰리에 대한 진실’(2002)로 할리우드 작품에 나서 당시로서는 국내에서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박중훈은 흥행 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병헌이 영화 ‘G.I.조’(2009)로 전세계에서 3억 달러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속편까지 출연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후 ‘터미네이터:제니시스’(2015)에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호흡을 맞췄고 이어 3월 개봉한 ‘미스컨덕트’에서는 알 파치노와, 9월 개봉을 앞둔 ‘매그니피센트7’에서는 덴젤 워싱턴과 각각 연기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또 이병헌은 미국 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 지난 2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나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병헌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1년에 할리우드 영화 한 편과 한국영화 한 편을 찍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할리우드와 국내 작품 활동을 활발히 병행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개성있는 연기로 일본 등 해외에서 각광받은 배두나도 할리우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두나는 워쇼스키 자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할리우드에 첫발을 뗀 배두나는 이후 워쇼스키 자매가 제작한 ‘주피터 어센딩’(2015)에 이어 두 사람이 연출한 넷플릭스의 드라마 ‘센스8’ 시즌1,2에 모두 출연하며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배두나는 “한국 영화와 외국작품의 균형을 맞춰서 출연하려고 노력중”이라며 “‘센스8’는 한국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마치 내가 손님을 맞는 호스트가 된 기분이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들려주었다.

배두나에 앞서 할리우드 작품에 주연급으로 자리매김한 여배우는 김윤진이다. 2004년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로 처음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시즌6까지 ‘로스트’의 전 시즌에 출연해 인지도를 굳혔고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 브상 시상식에 첫 등장한 한국인의 영예를 안았다. 최근에는 두 번째 미국 드라마 ‘미스트리스’에 출연중이다.

배두나. 사진= 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바람처럼 등장한 신예들도 있다. 배우 수현은 지난해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닥터 조 역할로 첫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하며 화제가 됐다.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 1위에 입상하며 데뷔한 수현은 국내 드라마에 출연하며 차분히 입지를 쌓아오다 갑작스런 잭팟을 터트린 사례다. 할리우드 작품 발탁에는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으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큰 강점으로 자리했다. 수현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 ‘다크타워’의 여주인공 아라 캠피그넌으로 캐스팅됐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폴로’에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출연하며 승승장구중이다.

한국계 미국 이민자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현지에서 배우로 성장한 이기홍은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에 출연했다. 이 작품은 시트콤 작가로 유명한 티나 페이가 만든 시리즈로, 지난해 에미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기홍은 “동양적인 외모를 지닌 덕에 자연스럽게 동양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맡고 있기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매번 연기할 때마나 내가 동양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고민하면서 연기한다”라고 들려준 바 있다.

할리우드에 나선 한국 배우들은 이제 ‘제 2막’에 들어서는 듯한 모양새다. 이는 한국이 콘텐츠 시장으로서 세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가고 있다는 점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국내 한 대형 영화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할리우드 업계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도 한국 시장의 동향이나 선호하는 작품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이런 점이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배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치 않다”라고 전했다.

수현.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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