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사냥'서 안성기의 지적장애인 손녀 양순 역 맡아 열연!
과하게 연기 욕심을 내기보다 단순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
변신의 여왕? 장희빈 장록수 같은 악역에 도전하고파!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무게감이 남달랐다. 바람 불면 날아갈 듯한 하늘하늘한 외모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주위 분위기를 압도할 만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 픽쳐스)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예리는 스크린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여배우였다.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피부에 지극히 동양적인 이목구비,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매 작품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출중한 연기력까지 갖춰 요즘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반열에 올라 섰다.

영화 ‘사냥’은 금광이 발견된 산에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걸 본 사냥꾼이 16시간 동안 벌이는 추격적을 그린 호쾌한 액션물. 한예리는 극중에서 여배우라면 도전하기 힘든 지적 장애인 양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대선배 안성기와 함께 산을 뛰어다니며 어두울 수 있는 영화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한예리가 ‘사냥’을 선택한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를 재미있었기 때문.

“안성기 선배님이 하신다, 지적 장애인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 등 다양한 장점들을 듣고 시나리오를 읽게 됐어요. 그런데 그보다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대부분 시나리오를 두세번 끊고 쉬면서 읽는데 이번 시나리오는 한 번에 후르륵 읽었어요.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예고편이 액션 위주로 편집돼서 혹시 드라마가 잘 안 나왔나 궁금했어요. 그러나 영화를 보니 양순과 할아버지 기성(안성기)의 드라마도 잘 살아 있어 안심했어요. 액션과 드라마가 다 잘 살아있는 작품인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해요.”

충무로에서 여배우에게 지적 장애인 역할은 연기파 배우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한예리는 ‘사냥’에서 자신의 연기 욕심을 내기보다 어우러져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건 어차피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은 기성이고 양순은 장치적인 캐릭터라 생각했기 때문. 탐욕이 낳은 참극 속에서 순수함을 의미하는 양순은 기성의 내면속 아픔의 근원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최대한 모든 걸 내려놓고 단순하게 가려 했어요. 캐릭터를 위해 고민을 넘 많이 하거나 과하게 연기기술을 피우려 한다면 영화 흐름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좀 부족하지만. 건강하고 에너지 있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기성이 양순을 지켜주면서 내면의 트라우마를 덜어내는데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면모를 갖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몇 개의 원칙을 잡고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한예리는 ‘사냥’에서 안성기뿐만 아니라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소속사 선배 조진웅, 권율, 또한 많은 연기파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해무’에 이어 또다시 남자들만 득실대는 촬영장에서 4개월 넘게 고생했다. ‘홍일점’으로 사랑을 한 몸에 받았을 법하다. 그러나 한예리는 ‘촬영장에서 사랑 많이 받았을 것 같다’고 질문을 하자 “선배님들이 저를 강하게 키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해무’에서는 그래도 여성미가 있는 캐릭터니 많이 챙겨주시고 예뻐해 줬는데 이번 촬영장에선 양순이 여성미와는 전혀 거리가 먼 캐릭터니 그냥 동네 아이처럼 보지 여배우로 대접해주지 않았어요. (웃음) 안성기 선배님이 손녀처럼 챙겨주시는 것 이외에는 그냥 저 혼자 모든 걸 해나가야 했죠. 사실 전 그게 오히려 편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추위였어요. 겨울에 산에서 촬영하니 정말 추워 죽는지 알았어요. 또한 화장실이 멀어 곤욕을 치렀죠. 화장실 가기 위해 40분 넘게 이동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한예리는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바쁜 여배우. ‘사냥’ 홍보를 한창 하는 가운데 첫 주연 드라마인 JTBC 새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를 맹촬영 중이다. 나이는 서른을 넘었지만 최강동안답게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대생 역을 맡았다. 또한 8월에는 최근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한 영화 ‘최악의 하루’가 개봉된다. '충무로에서 최고로 ‘열일’(열심히 일하는)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다. 도무지 쉴 기색이 없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연애’를 한다는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일 중독자’인 것일까?

“글쎄요. 그건 아닌데 일이 그렇게 흘러가네요. 같은 소속사에 있는 이재훈씨도 6년 동안 연애를 못했다는데 저도 일이 끊이지 않으니 누굴 만날 기회가 없어요. 제 이상형? 그냥 몸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에요. 외모는 보지 않아요. 그러나 그 둘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네요. 집에서는 전혀 재촉하지 않아요. 동생들이 있으니 누구든 사람 만나면 먼저 가라고 하시죠.”

사진=이규연 기자 fit@hankooki.com
‘필름 시대 사랑’에 이어 이번 ‘사냥’에서 두 번째로 할아버지와 손녀로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 ‘연기 케미’가 남다르다. ‘안성기 같은 자상한 남자, 조진웅처럼 짐승남, 권율처럼 댄디한 남자 중 누가 이상형에 제일 가깝냐’고 물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안성기 선배님이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안성기 선배님 같은 시아버지는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자 폭소를 터뜨렸다. 안성기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훈남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 몸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이상형인데 선배님은 두 사항에 모두 해당하세요. 조진웅 선배님은 술을 넘 많이 드시고 권율씨는 체력이 아주 약간 저보다 약해요. 선배님은 정말 최고의 시아버지가 되실 것 같아요. 정말 자상하시고 합리적이시거든요. 그러나 아드님들이 다 저보다 나이가 어리시니 아쉽게도 시아버지로 모시는 건 힘들 것 같네요.(웃음)”

‘사냥’에선 지적 장애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선 여전사 등 매 작품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예리. 앞으로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을까?

“악역을 이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눈매가 매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학교 다닐 때 기합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봐요.(웃음) 그래서 소속사 대표님이 신인 때 항상 눈에 힘을 풀라고 하셨어요. 악역을 하면 넘 진짜 같아 보일 수 있다며 시키지 않으셧어요. 그러나 이젠 해볼 만할 때라고 생각해요. 장희빈이나 장녹수 역할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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