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딸 실종으로 패닉에 빠진 정치인 아내 역 열연
8년 만의 재화한 김주혁이었기에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어
이경미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배우로서 두려움 없어졌다

사진=CJ E&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도전 중독자’란 말이 생각 날 정도다. 최근 개봉된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 제작 영화사 거미, 필름트레인)의 주인공 손예진의 배우인생엔 ‘안주(安住)’란 단어는 없었다.

데뷔 후 항상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온 그는 매 작품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배우’이자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후배들이 서슴없이 롤 모델이라고 말할 위치에 오른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보름 앞두고 정치인 부부 종찬(김주혁)과 연홍(손예진)의 딸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스릴러물. 손예진은 딸의 실종 후 선거에만 집중하는 남편 종찬에 분노하며 홀로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연홍 역을 맡아 진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연홍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강인한 ‘슈퍼맘’이 아닌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엄마다. 그러나 엄마 특유의 촉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가 손예진의 도전의식을 부추겼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은 ‘독특하다’는 거였어요. 딸을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그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또한 연홍 캐릭터가 일반적이지 않았단 점도 재미있었고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감정의 결이 하나씩 쌓여가며 완성되지만 연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이것이 어떤 영상으로 보여질지 정말 궁금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데뷔작 ‘미쓰 홍당무’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경미 감독과의 작업은 남달랐다. 연홍 캐릭터에 접근해가는 방식을 두고 처음에는 의견차가 있었다. 그러나 손예진은 ‘베테랑’답게 모든 걸 내려놓고 감독의 뜻을 따랐다.

사진=CJ E&M
“전 항상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영화는 이경미 감독님 특유의 색깔이 가득 묻어나죠.처음에는 감독님과 캐릭터에 접근해나가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어요.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에서 소리를 지르기 원하셨고 웃어야 할 때 울기를 요구하셨어요. 처음엔 논쟁이 있었죠. 그러나 생각해보니 제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가 되는 캐릭터는 예전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감독님을 믿고 따르면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맞춰 가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감독님이 원하는 연홍이 돼 가니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 더 자유로워지고 캐릭터에 몰입이 됐어요.”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에서 과감한 연기변신에 도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든든한 파트너 김주혁이 한몫 했다. 8년 전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던 두 사람은 이번에도 완벽한 ‘연기 궁합’을 선보인다.

“사실 중3의 큰 딸을 둔 부부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 김주혁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아무리 연기라 해도 생활 부부의 느낌을 내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8년 전 호흡을 맞춘 사이여서 첫 촬영 때부터 그런 모습을 연기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만난 주혁 선배님은 정말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어요. 한결 같이 착하고 배려심이 많으신 좋은 사람이죠. 유머감각이 더 진화한 게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네요. 이번에 정말 큰 연기변신을 했는데 정말 멋지게 소화해내신 것 같아요. 칼을 갈았다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니 정말 섹시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시더라고요.”

손예진은 초여름 ‘비밀은 없다’로 관객을 만난 후 오는 8월에는 ‘덕혜옹주’로 다시 돌아온다. 매우 상반된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 연이어 개봉되는 건 팬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배우 본인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두 영화는 정말 다른 작품이죠. 배우의 입장에서 순차적으로 시간적인 차이가 있게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데 이렇게 연이어 개봉되니 부담스럽고 안타깝네요. ‘덕혜옹주’는 처음으로 연기한 실존인물이기에 정말 부담됐고 힘들었어요. 무조건 ‘잘해내야만’ 하는 역할이었어요.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어요. 색깔이 두 작품을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사진=CJ E&M
손예진은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또 어떤 변신을 선보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 전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데뷔 때 트레이드 마크였던 ‘청순 가련형’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 될 것 같다”는 너스레를 떤 그는 다시 드라마에 도전해볼 의사를 드러냈다.

“요즘 ‘디어 마이 프렌즈’와 ‘또 오해영’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드라마는 늘 시간에 쫓겨 촬영하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 사전제작이나 사전제작으로 촬영하니 충분히 해볼 만한 것 같아요. 해외 진출요? ‘나쁜 놈은 죽는다’로 처음으로 한중 합작 영화에 도전해봤는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문화가 다르니 촬영 시스템도 다르고 영화를 보는 관점도 차이가 있는 게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실 ‘비밀은 없다’를 촬영하면서 제가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관객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공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골랐어요. 그러나 ‘비밀은 없다’를 촬영하면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유로워졌어요.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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