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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내와 삶에 싫증이 난 흡혈귀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흡혈귀 코미디. 흡혈귀의 뾰족한 송곳니에 물린 사람들이 여럿 죽으면서 내뿜는 피가 화면을 흥건히 적시나 일종의 흡혈귀 풍자영화여서 끔찍하다기보다 오히려 귀염성 있고 재미있다.

조지 해밀턴이 나온 흡혈귀 코미디 ‘러브 앳 퍼스트 바이트’(1979)를 생각나게 하는 오스트리아 영화다. 해밀턴 영화는 이 영화에 비하면 아주 온순하다. 영화를 고도 비엔나에서 찍어 분위기가 고풍이 나고 으스스한데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1932년 비엔나. 게자 폰 쾨즈스넴 백작(토비아스 모레티)은 불멸의 삶과 너무 오래 함께 산 자기와 취향이 다른 아내 엘자(지넷 하인)에 지쳐 프로이드(칼 피셔)에게 거액의 기부를 하고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게자는 자기가 직접 사람의 피를 빨아 마시기보다 자기에게 도전하는 하인이 채취해 병에 담은 피를 마신다.

어느 날 게자는 프로이드의 방에서 아름다운 여인 루시(코넬리아 이반칸)의 초상화를 보고 단숨에 반한다. 그리고 루시를 옛날 옛적에 자기를 두고 떠난 애인 나딜라의 현신이라고 믿는다. 나딜라는 떠나면서 게자에게 스스로 응해 그에게 목을 내밀어 피를 빨린 여자라야 자기의 현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그게 쉬운 일인가.

루시는 가난한 화가 빅터(도미닉 올레이)의 고집 세고 독립심 강한 애인으로 빅터는 프로이드에 고용된 화가. 프로이드의 환자들의 망상과 꿈을 그리는 것이 임무다.

게자는 루시를 자기 애인으로 만들 작전을 구상하나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자기를 떠나지 않는 엘자. 그래서 게자는 엘자에게 아름다운 네 모습을 초상화로 그리자고 제안해 빅터의 집으로 보낸다. 엘자가 젊은 남자 빅터의 목을 갈망할 것은 당연지사이나 자기 초상화를 그려줄 사람이어서 갈증을 꾹꾹 참는다.

여하튼 증세의 강도는 서로 다르지만 나오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흡혈귀가 되는데 게자에게 물린 루시가 목을 문 프로이드도 서푼짜리 흡혈귀가 된다. 그가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려고 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우습다.

권태기에 이른 부부의 얘기이자 의견충돌이 잦은 애인의 드라마이기도 한데 연기들이 좋다. 특히 모레티가 그리움과 권태에 시달리는 연기를 연민의 마음이 일도록 잘하고 이반칸의 당찬 연기와 하인의 우아하면서도 도도한 연기도 좋다. 유감은 프로이드와 게자의 상담을 좀 더 충실히 이용하지 못한 점. 다비드 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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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6/11 07: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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