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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 용필름)의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온몸에서 카리스마가 흘러 넘쳤다. 큰 키는 아니었지만 큰 산처럼 느껴질 정도.

기대를 모았던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전혀 괘념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보다 상업 영화의 주인인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궁금한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작가주의 영화~’로 부르지만 그는 일반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만한 ‘상업 영화’ ‘대중영화’로 생각하고 있었다. 박감독은 ‘아가씨’ 개봉을 앞두고 전작 ‘박쥐’ 때와 달리 70여개 매체와 일일이 1대1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만큼 영화의 흥행에 모든 총력을 기울였다.

영국작가 사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영화화한 ‘아가씨’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귀족의 딸 히데코(김민희)와 그 재산을 빼앗으려는 백작(하정우)의 사주로 히데코의 하녀로 잠입한 숙희(김태리)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 박감독 영화답게 호불호가 갈리지만 막대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다양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

-오랜만에 인터뷰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박쥐’ 때 홍보사 대표에게 ‘내가 인터뷰를 하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되나’고 물으니 ‘큰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엔 7년 만의 한국영화이고 제작비(170억원)가 워낙 많이 들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인터뷰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내 영화를 이해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치정극일 줄 알았는데 애절한 러브 스토리였다. ‘박쥐’에 이어 사랑을 탐구하는 이유는?

“내 영화는 항상 사랑이 가장 중요한 테마였다. ‘올드보이’야 말로 가장 강렬한 사랑 이야기다. 오대수(최민식)는 기억을 지워 가면서. 딸을 여자로서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끈질기게 유지하려 한다. 나에게 로맨티시스트들의 낭만주의적인 사랑의 관념이 분명히 있다.”

-예정과 달리 신인이 아닌 톱여배우 김민희를 캐스팅한 이유는?

“애초에 둘 다 신인으로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적임자를 못 만났다. 그런데 히데코는 어차피 상전이고 숙희는 하녀다. 나이 차이가 나고 스타와 신인 배우 격차가 캐릭터에 더해지면 두 사람의 상하 관계가 더 강렬해 보일 것 같았다. 숙희에게 히데코가 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인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더욱 재미있어질 듯했다. 김민희는 출연 제안을 보내자마자 금방 오케이 사인이 왔다. 시나리오에 모든 걸 자세히 묘사해놓아 노출이나 캐릭터에 대해 협의 요청은 없었다.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고맙다.”

-김민희의 연기가 압권이다. 특히 낭독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전율이 일 정도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정말 대단했다. 특히 히데코가 흰 기모노를 입고 하는 낭독회 장면은 김민희 연기의 절정이었다. 어찌 보면 낭독회는 한 여자가 모여 앉은 남자들에게 더러운 이야기를 읽어주며 폭력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히데코는 상황을 역전시킨다. 남자를 평가하며 ‘새 얼굴이 나타났네’라며 내무반에 신병 받은 당당한 태도로 임한다. 당당하고 압도적이다. 학대받고 사육됐지만 이모부 코우즈기(조진웅) 원하는 대로 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탈주할 수 있게 된 거다.”

-김태리 캐스팅은 정말 탁월했다. 배우로서 미래가 궁금해질 정도다.

“분명히 대성할 것이다. 어쩌면 첫 작품인 ‘아가씨’가 그의 배우 인생에 큰 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분명히 뛰어넘을 것이다. 성격이 나이답지 않게 줏대가 있고 절대로 들뜨지 않는다. 처음 만났을 때 보자마자 “존경합니다”고 말할 정도로 당차다. 남의 평가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그래서 캐스팅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또한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나?(웃음)”

-김민희와 김태리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완벽하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캐스팅되기 전부터 김태리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김민희였다.(웃음) 두 사람의 소위 말하는 ‘케미’를 맞추기 위해 캐스팅되자마자 자주 자리를 만들어서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또한 자기네들끼리 자주 만나게 했다. 베드신은 스토리 보드 만들어놓고 일일이 설명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리허설을 하면서 몸 놀림이 가능한지 불편한지 점검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코우즈키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박감독을 대입시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웃음) 후배 임필성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코우즈키가 여는 낭독회는 원작과 달리 공연의 느낌이 강하다. 공연 기획자 아니면 연출자인데 확대해석 해보면 영화 감독으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그걸 본 사람들의 느낌을 듣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게 영화감독의 마인드와 비슷하다. 내가 만약 코우즈키와 비슷하다면 임필성 감독도 마찬가지다.(일동 폭소)

-코우즈키 캐릭터가 매력적인데 분량이 작아 아쉽다.

"코우즈키의 번외편이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떻게 그가 일본어를 배우고 돈을 모아 고관대작이 돼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귀족의 딸과 결혼했는지 그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캐릭터는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일본 편에 선 게 아니라 자기 민족을 멸시하고 일본을 숭배하는 그러면서도 미적 감각이 잇는 위험하고 무서운 ‘슈퍼 친일파’였다. 조진웅이 잘 표현해주었다.”

-하정우의 연기가 긴장감이 팽배한 영화에 숨통을 좀 틔워주는 느낌이다.

“그렇다. 백작 캐릭터가 일반 장르 영화의 완벽한 사기꾼이라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백작은 빈 구멍이 있는 허당이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죽을 때서야 히데코와 숙희가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음을 깨닫게 되는 어수룩함, 허술함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하정우 연기하는 백작은 인간적인 매력이 많고 정이 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정을 주려고 하면 꼭 실망을 시킨다. 여자에 대해 함부로 말한다거나 함부로 행동해 관객들을 화나게 만든다. 보통 남자들의 삐뚤어진 생각이 담겨 있는 캐릭터다.”

-차기작 계획은?

“할리우드 영화가 될 듯하다. 작품간의 간격을 좁히고 싶어 노력하는데 그렇게 일이 쉽게 되지는 않는다. 한 영화의 후반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와 한국 작품을 번갈아 하는 게 목표다. 뜻대로 될지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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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6/10 15:42:57   수정시간 : 2016/06/10 18: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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