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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미세먼지 하나 없는 까만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샛별이 떠올랐다.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 용필름) 개봉 다음날인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태리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체 발광했다. 고전과 현대 절묘하게 오가는 개성 있는 얼굴과 젊음이 뿜어내는 신선한 에너지, 밝은 성격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긍정적인 기운이 주위를 압도했다.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는 속설이 수긍이 가게 만드는 ‘매력녀’였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의 사주로 접근한 하녀 숙희(김태리)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러브 스토리.

김태리는 초짜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력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기분 좋은 흥행 뉴스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자 김태리는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들뜰 법도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충무로가 주목하는 특급신인 김태리의 내면 속 형용사를 살펴보았다.

#Seriousl(진중한)=영화 속에서 연기한 숙희처럼 발랄한 말괄량이를 기대했다. 그러나 김태리는 예상 외로 매우 진중한 성격이었다.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최강동안’이어서 그렇지 김태리의 나이는 이미 스물여섯. 나이에 맞게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덤덤하게 겪어내고 있었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개봉 첫날에 역대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 오프닝 기록을 깼다고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러나 좀더 지켜봐야죠. 항상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제 성격은 ‘아가씨’를 찍기 전에는 매우 깨방정이었어요. 그러나 숙희를 만나고 힘든 감정을 연기해내면서 많이 차분해지고 조심스러워졌어요. 숙희를 만나면서 어른이 돼간 것 같아요.”

#Passionate(열정적인)=사실 아무리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 해도 ‘아가씨’ 출연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파격적인 노출을 넘어서 직접적인 동성애 베드신 연기까지 직접 해내야 했기에 심적인 부담감이 가중됐다. 김태리도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주저했다.

“처음엔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한테 전 이거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난 너로 정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시더라고요.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용기를 주셨어요. 고민이 많았지만 용기를 낸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내가 박감독님과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선생님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어요?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어요.”

#Admire(존경스러운)=김태리는 함께 연기한 선배들에 대한 질문을 건네자 일순간 눈에 하트가 그려졌다. 특히 극중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나눈 상대인 김민희가 촬영에 몰입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경이로운 일이었다. 아직 인터뷰에 익숙지 않은 신인 배우답게 대부분 질문에 단답형이었지만 선배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이 빨라졌다.

“김민희 선배님의 낭독회 장면 연기는 정말 소름 끼쳤어요. 그때 촬영장 구경을 할 수 없어 시사회에서 저도 처음 봤는데 정말 강렬하더라고요. 선배님은 촬영장에서도 히데코 그 자체였어요. 평소 호흡이 그대로 묻어나더라고요. 하정우 선배님은 진짜 프로페셔널 하세요. 정말 배우 같았어요. 평소에 농담을 막 건네시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금방 인물로 전환되시더라고요. 그 집중력과 여유로움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조진웅 선배님은 촬영 때 만나는 정면이 없어 아쉬웠어요. 그런데 칸영화제 갔을 때 선배님에 많이 의지했어요. 분위기를 띄워주고 챙겨주시며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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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신선한)=김태리가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건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연극 동아리에 들었다가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십대 때 진로를 정한 이들이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늦은 출발이다. 그러나 김태리는 첫 작품으로 이미 또래의 배우들이 접해 볼 수 없는 일들을 다 경험했다. 자칫 교만해지기 쉬울 법하지만 그의 마음은 연기를 시작할 때의 초심 그대로다.

“‘아가씨’를 통해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보다 좀더 많은 오디션 기회가 생기기를 바랐죠. 절대 주연을 고집하지 않아요. 아직 신인인데 좋은 작품이라면 조연도 해야죠.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 나이 넘어가면 못하는 청춘물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아가씨’에서 선배님들과 함께 하며 많이 배웠다면 청춘물에서 또래의 배우들끼리 모여 연기하며 즐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Lovely(사랑스러운)=사회에서는 촉망받는 배우이지만 김태리는 집에 돌아가면 사랑스러운 딸이자 손녀다. 현재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김태리는 ‘아가씨’ VIP 시사회 때 가족들을 초청했다. 사실 노출이나 표현수위 등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김태리도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했단다.

“그냥 모두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짠했어요. 사실 캐스팅 당시 가족들에게 털어놓지 못했어요. 기사 나기 전날에야 이야기했어요. 놀라시고 상의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해 서운해하셨어요. 그러나 곧 지지해주셨고 내가 내 일을 사랑하는 모습에 기뻐하며 즐거워해주셨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넘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물론 힘들 때도 있죠. 그러나 연기를 할 때 몰입해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평생 하고 싶어요. 앞으로 항상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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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06/04 07: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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