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사람들’(The Ones Below) ★★★1/2(5개 만점)

대낮 양지 바른 곳에서도 기분이 나쁠 정도로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잘 짜여진 심리 드라마다.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두려움과 의심 그리고 불안감에 잡아 가둔다. 이런 공포는 노골적이요 자극적이라기보다 소매치기의 솜씨처럼 민감하니 마음 안으로 파고들어 심적 부담감을 더 준다.

영국영화로 연출 솜씨가 빼어난데 붙잡고 놔주지 않으면서 엉겨 드는 클로즈업과 귀기 서린 자장가 같은 음악이 두려움을 바글바글 끓여댄다. 마치 살균된 무균실 같은 분위기 속에 이야기의 중요 부분이 아파트에서 일어나 협소감이 겹쳐 좌불안석케 만든다. 폴란스키의 ‘로즈메리의 아기’와 히치콕의 ‘이창’을 연상케 하는 영화로 이웃집 사람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든다.

런던 북부 이슬링턴에서 안정된 직업과 넉넉한 살림 그리고 10년을 같이 살면서도 여전한 서로의 애정 또 곧 낳을 아기로 인해 남 부러울 것이 없는 부르주아 부부 저스틴(스티븐 캠벨 모어)과 케이트(클레망스 포에지)의 쾌적한 삶은 아래층에 새로 이사온 존(데이빗 모리시)와 그의 북구태생의 활기찬 육체파 아내 테레사(로라 번)로 인해 서서히 악몽처럼 변하게 된다. 그런데 로라도 임신 중이다.

재정전문가인 존은 무례할 정도로 직선적이요 무뚝뚝한데 존과 테레사는 저스틴과 케이트와는 정반대형. 이를 나타내 듯이 존의 실내장식은 야하고 아이들 방처럼 장식했고 저스틴의 실내 장식은 이와 반대로 은근하다. 그런데 명랑한 테레사와 조용한 케이트가 가까워지면서 케이트가 존 부부를 저녁에 초대한다.

식탁에서 존이 저스틴에게 묻는 질문이 매우 공격적인데 여기서 뜻 밖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들은 모두 의심과 고통 그리고 심리적 공포에 휘말려 들게 된다. 그리고 테레사는 케이트에게 “넌 네 안의 것을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저주를 한다. 이어 존 부부는 다시 안 돌아 온다는 쪽지를 남기고 독일로 이사간다

케이트는 아들을 낳는데 그리고 얼마 후 존 부부가 다시 돌아와 화해를 제의하면서 다정한 이웃 행세를 한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스산해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밤 내내 계속해 울고 아파트 밖의 자동차 알람이 툭하면 울리면서 케이트 부부는 잠을 제대로 못 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 이렇게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케이트를 보면서 우리는 그녀가 미쳐가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작위적인 것 흠이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포에지가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다. 데이비드 화 감독. 성인용. 일부지역.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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