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엽기적인 그녀2'서 15년 만에 견우로 돌아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견우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강제적 한류스타! 아이들 때문에 해외 영화 출연은 사양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불로초를 삼아 먹었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 제작 신씨네)의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차태현은 15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전편이 개봉됐을 때 견우 그 모습 그대로였다.

불혹이 넘은 나이였지만 항간에 도는 ‘뱀파이어설’이 다시 떠오를 정도로 귀여운 청년의 외모를 지녔다. 세 아이의 아빠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전편에서 치열하게 연애했던 그녀와 헤어진 후 3년이 지나 새로운 그녀(빅토리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병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차태현이 견우였고 견우가 차태현이었던 셈. 인터뷰 시작에 동안 외모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자 특유의 유쾌한 폭소를 터뜨렸다.

“저도 나이가 있는데 배도 나오고 관리를 안 할 순 없어요. 그러나 피부나 생김새 등 사실 타고난 것도 있어요.(웃음) 집안 유전력인 거죠. 우선 우리 엄마가 절대 동안이세요. 이미 일흔이 넘으셨는데 절대 그렇게 안 보이세요. 우리 애들 봐도 그래요. 분명 여섯 살, 네 살이어도 그 또래의 애들보다도 더 어려 보여요.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국내 488만 관객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에 출연한다는 건 차태현에게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로 남아 있는 전편의 영광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 특히 ‘그녀’ 전지현의 출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새로운 그녀를 만나야 하는 상황은 더욱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견우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발길을 촬영장으로 이끌었다.

“고민이 많았어요. 아내도 반대했고 주위의 우려 어린 시선이 많았어요. 그러나 견우가 많이 그리웠어요. 또한 이 영화를 오랫동안 준비한 분들도 눈에 걸리고 조근식 감독의 전작 ‘품행제로’를 재미있게 봤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렇게 편하고 재미있을 수 없더라고요. 캐릭터를 분석할 필요도 없고 내 마음대로 연기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했어요. 15년이란 세월 동안 내가 느꼈던 느낌을 나이가 든 견우에 투영하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성장한 견우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했고요. 관객들도 함께 나이 들었을 텐데 견우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엽기적인 그녀'는 차태현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강제로 '한류스타'로 만들었다. 중국에서 강산이 바뀔 만한 세월이 지났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번에 차태현의 새로운 파트너로 발탁된 걸그룹 에프엑스의 리더 빅토리아는 사실 중국에서는 전지현 못지않은 톱스타. 그러기에 지난달 중국 개봉을 앞두고 현지에서 벌인 프로모션 활동에서 오랜만에 한류스타의 유명세를 경험했다.

"제가 해외 활동은 거의 못했어요. 가끔 팬미팅은 갔지만 큰 규모는 아니었어요. 이번에 공항과 프로모션 행사에 모인 관객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15년 전 가수 활동 이후에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봤어요. 그만큼 ‘엽기적인 그녀’ 원작의 인기가 컸던 거죠. 빅토리아의 인기는 예상보다 정말 높더라고요. 전지현이 우리가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는 해외 스타 개념이라면 빅토리아는 중국에서 정말 톱스타였어요. 이 영화가 잘돼 빅토리아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전 계속 그래요. 제가 무슨 남우주연상을 타보겠어요. ‘과속스캔들’ 때 박보영과 강형철 감독이 신인상 받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했어요. 빅토리아에게도 이번 영화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최근 개봉된 ‘엽기적인 그녀2’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측 자본이 들어오면서 중국 쪽에 맞추어간 기획이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를 만들어냈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는 것. 차태현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측 입맛에 맞춰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억울한 모양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 빅토리아가 들어오면서 곁가지만 약간 바뀌었을 뿐이지 달라진 건 없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들이 많이 나와요. 중국 트렌드에 맞췄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예요. 저도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영화 초반에 견우가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와 만나 사랑하는 걸 보는 게 어색하더라고요.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 배성우형이 들어오는 순간 때부터 익숙해지고 코미디가 살아나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차태현은 세 아이의 아버지답게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2’ 이외에도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의 촬영을 마쳤고 곧 김용화 감독의 신작 ‘신과 함께’에 출연한다. 또한 2주에 한번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촬영한다. 또한 절친 홍경민과의 듀엣 프로젝트 ‘홍차’ 활동도 할 예정이다. 이번 중국 프로모션 결과가 좋았던 만큼 해외 진출도 꿈꿔 볼 만하다. 그러나 그에게 돈과 인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글쎄요. 집에서 떨어져 오래 있어야 하는 것들은 피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쑥쑥 크는데 한 순간이라도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몰라도 중국 예능은 도전해보고 싶어요. 최근 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신과 함께’는 제가 시리즈물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드라마 ‘프로듀사’도 그런 의도에서 출연하게 됐고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프로듀사2’ 진행 사항요? 글쎄요.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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