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회현] '기억'서 뺑소니 사고 가해자 이승호 역 열연
10년이라는 캐릭터와의 나이차 때문에 정말 고민 많았다
이성민 전노민 박진희 선배 덕분에 무사히 촬영 마쳐

사진=양세준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또랑또랑한 큰 눈이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최근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기억’(극본 김지수, 연출 박찬홍)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길을 여회현은 밝은 기운이 넘치는 스물세살 청년이었다. 극중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30대 초반 남성의 우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일이 다 재미있고 신기한 귀여운 소년의 느낌이 더욱 강했다.

‘기억’은 성공지향적인 변호사 박태석(이성민)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인생에 속죄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여회현은 16살 때 불법운전을 하다 박태석과 나은선(박진희) 부부의 아이 동우를 죽게 한 후 15년 넘게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승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어린 나이에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괴로워하는 이승호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기대 이상으로 잘 소화해내 호평을 얻었다. 여회현이 촬영 전부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삼십대 초반인 승호와 자신의 실제 나이차. 어색해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나이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애가 어른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드라마 초반에 그런 지적들도 있었어요. 그러나 6회를 넘어가고 극의 내용에 몰입이 되니까 저의 어린 얼굴도 적응이 됐나 봐요. 그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잘 해결됐어요. 승호는 정말 복합적인 캐릭터였어요. 아직 어린 내가 잘 소화해내기 힘든 감정이었는데 좋은 감독님, 선배님들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치게 됐어요. 제가 연기가 안 풀리면 선배님들이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주셔서 역할에 몰입할 수 있어요. 박찬홍 감독님, 이성민, 전노민, 박진희 선배님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무리 연기지만 15년간 살얼음판 위에서 살아온 이승호의 심경은 아직 소년티가 물씬 나는 여회현이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넘치는 가능성에 캐스팅됐지만 데뷔 2년이 간신히 되는 신인배우에게는 촬영장이 살얼음판 같은 환경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격과 뜨거운 연기 열정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했다.

“감독님에게 초반에 혼 많이 났어요. 가능성 보고 캐스팅해주셨는데 실력이 들통 난 거죠.(웃음) 그러나 열심히 하니 촬영 중반 넘어가고 나서는 칭찬을 해주셨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나이가 어려 직접 체험이 부족하니 많은 부분을 간접체험과 상상력으로 채워 나갔어요.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들을 많이 봤어요. 그 분은 극도의 감정을 잘 표현해내시는 것 같아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 실제 성격요? 밝고 활발하고 말도 많은 정말 딱 애 같은 아이인데 역할이 달라서 힘들었어요. 그러나 저와 다른 캐릭터이니 더욱 도전의식이 생겼고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사진=양세준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기억’에서 호흡을 맞춘 박진희는 여회현의 소속사 선배. 극중에서 살인자와 살인자 엄마 역할이어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더 없이 돈독한 사이다. 터울이 많은 큰 누나 같은 박진희는 평소에도 여회현에게 멘토 같은 존재다. 특별히 조언을 해주기보다 친구 같이 지내며 자신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박진희 선배님은 정말 편안한 선배님이세요. 평소 만나면 선배로서 좋은 말씀보다 마치 친구처럼 수다를 많이 떨어요. 평소 한 세간 정도 만나면 연기 이야기는 한 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는 다른 이야기해요. 그 과정에서 선배님이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해주시는데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많이 깨닫게 되고요. 선배님은 만나면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 에너지를 갖고 계세요.”

여회현이 ‘기억’으로 갑자기 주목받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화제의 드라마에 얼굴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응답하라 1988’, ‘육룡이 나르샤’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작은 역할을 연기하며 차근차근 연기수업을 쌓았다. 올여름 개봉될 영화 ‘덕혜옹주’에도 얼굴을 볼 수 있다. ‘기억’이 그중 가장 큰 역할이었던 것. 유명세를 느낄 수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재 소속사와 계약한 후 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를 휴학하고 2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했어요. 정말 여러 드라마 오디션 기회를 잡아주셔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기억’을 촬영하며 ‘마녀보감’에도 잠깐 출연했어요. 그런데 연기도 좋지만 좀더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선 이젠 좀 다른 인생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평생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엉뚱한가요? (웃음) 또한 한창 나이이니 연애도 하고 싶고요. 일 때문에 연애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전 절대 수도승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소속사 대표님도 적극 권유하세요.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진=양세준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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