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사진=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좀더 깊어진다는 건 큰 장점이죠." 유쾌하고 솔직하다. 배우로서 진중해보이고자 하는 무게감도 내려 놓았다. 어떤 질문에든 가감없는 모습으로 인터뷰를 내내 화기애애하게 이끈 그는 있는 그대로의 매력이 빛나는 배우다.

4월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으로 2년만에 드라마로 다시 돌아온 그는 작품의 예상 밖의 성공으로 조금은 들뜬 모습이었다. '결혼계약'은 편성이 급하게 이루어지면서 애초에 기대작은 아니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와 계약결혼을 감행한 이야기가 뻔하다는 지적도 일었고 남녀주인공 이서진과 유이의 17세에 이르는 나이 차이도 과연 두 사람이 잘 어울릴지 궁금증을 낳았다. 그러나 뚜껑을 연 이 작품은 '힐링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초반의 우려를 모두 불식시켰다.

▲ '결혼계약'이 초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끝났다

촬영을 마친 후 몸살이 나서 이틀정도 앓았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고맙더라. 배우로서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나. 촬영하면서는 1,2부가 재미있어서 괜찮겠다는 예감은 있었다.

▲ 처음 제안을 받고는 여러 번 고사했던 캐릭터라고 들었다.

이서진. 사진=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om
극중 한지훈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엔 굉장히 착해보였다. 이렇게 착한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 하겠다고 했는데 작가님과 자리를 마련해주더라. 작가님이 정말 좋은 분이었는데 3일만에 대본을 고쳐서 다시 주셨다. 작가님도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분이라 죄송하단 생각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그런 정성에 감복해서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2년만의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했고 한지훈이라는 역할이 다종다양한 면을 지닌 캐릭터인데 처음에 어떻게 접근했나대본연습할 때 다른 배우들이 '이서진인이 한지훈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내가 의도한 바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에서 개인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너무 다른 사람으로 연기하면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을 만들어 내가 그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내 안에서 그 사람을 연기하는 걸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나?

연출자 김진민 PD는 내가 10가지를 준비해가면 100가지를 요구하는 스타일이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어떻게 저런 발상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게 하는 연출자이기도 하다. 연기자로서는 도전적이고, 계속해서 자신의 연기를 업그레이드해야해서 어렵지만 성취감이 들게 하는 연출자다. 처음 김 PD 얘기가 '한지훈은 성격이 천 가지 정도'라며 다양한 면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고, 나도 이처럼 집중해서 연기한 캐릭터는 처음인 것 같다. 나는 좋은 연출자의 기준이 연기자에게 얼만큼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김진민 PD는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결말이 여주인공이 죽음을 앞둔 현실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담담하면서도 평온하게 마무리됐다. 결말이 어떻게 지어질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주인공으로서는 어땠나

처음 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슬픔을 보여주기보다는 여주인공이 후회없이 가는 날까지 잘 살았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한지훈의 모습은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참는 장면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장면이 더 슬프더라. 원래 아픈 사람 앞에서는 울지 않는다. 자꾸 웃어주고, 모르는 척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마 10년 전에 이 역할을 했다면 그런 것까지 이해하지는 못했겠지. 나이가 드니까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이 더 넓어진 것 같고, 감정 잡기도 좋았다.

이서진. 사진=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 원래 평소 스타일도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인가?

눈물도 거의 없고 밝은 걸 좋아한다. 스트레스도 잘 받지 않고 슬픈 건 잘 안 본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계속 무게감 있는 걸 찾게 된다. 나와 정말 비슷한 상황, 비슷한 역할을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평소에 할 수 없는 걸 연기를 하면서 해소하는 것 같다. 특히 슬픈 멜로를 하면서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 작품 후 남는 게 많다.

▲ 여주인공 역학을 맡은 유이와는 열 일곱살이라는 나이 차이로 화제가 됐다. 초반에는 '과연 두 사람이 어울릴까'라는 생소함도 있었고. 실제로 호흡을 맞춰보면서는 어땠나

나이 때문에 우려 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유이가 나보다 많이 어려서 편한 부분이 있었다. 이전에는 유이가 연기한 걸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첫 만남 때부터 굉장히 씩씩하고 밝은 친구란 걸 느꼈다. 촬영중 어려운 연기도 많았고, 김진민PD가 유이 옆에서 연기를 극도로 끌어내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을 유이도 모두 받아들이고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유이가 나를 믿고 많이 따라와줘서 잘 맞았던 것 같다. 오히려 또래 여배우들은 좀 맞추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유이와는 소통하기도 편하게 모든 부분이 좋았다.

▲ 연기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굉장히 적은 배우 중 하나다. 이번에 '진한 멜로'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한풀이를 했는지 궁금하다.

이서진. 사진=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사실은 개인적으로 로맨틱한 걸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낯간지럽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걸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랄까. 최근 작품들을 보면서 로맨틱 코미디가 많은데 더 나이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멜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었다. 그러다 기회를 잡게 돼 기쁘다. 어릴 때는 사랑도 이기적으로 한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보니까,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정말 사랑이더라. 그런 면에서 여러 인생 경험을 겪은 배우 선배님들이 멜로를 하면 정말 잘 하실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겉으로는 차가워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 캐릭터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실제 이서진은 어떤가말로 표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굳이 표현하지 않고 그 표현이 서툴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것 같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주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못 알아줘도 상관 없다. 그냥 주는 것으로 내 만족이니까. ▲ 이번에 KBS 예능 프로그램 '어서옵쇼'에도 새롭게 도전했다.

나는 일단 뭘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그 이유는 뭐든 하면 잘하고 싶다는 완벽주의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역설적으로 계속 안하게 된다.(웃음) 사실 예능 프로그램도 나영석 PD 외에는 같이 할 생각이 없었는데 제작진의 끈질긴 섭외에 놀라 하게 됐다. 아직 무슨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겠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